만장일치 판결은 무효이다
현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만장일치 결정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 만장일치 결정이 좋다는 이야기이다. 일부 언론들이 그런 분위기를 부채질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헌법재판소가 저지른 똑같은 짓을 되풀이 하려고 한단다.
재판관 평의회를 계속 열어 만장일치를 유도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중대한 범죄이며, 민주국가 헌법에 대한 모독이다. 헌법재판소가 심판관 평의회를 계속 열어 다수가 소수의 싹을 자르는 행위는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행위이다. 그러한 행습은 전체주의로 가는 지름길이며, 추악한 담합 거래이다. 재판관 각 자는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서의 헌법의 수호자들이다. 그러므로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함이 마땅하다.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는 담합이나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이스라엘 전통에서 “만장일치는 무효이다”라는 이스라엘 전통의 정신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탈무드법(Talmudic Law)에 만장일치는 무효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탈무드는 만장일치 판결을 의심한다. 미슈나(Mishnah)는 “만약 사형 사건에서 모든 재판관이 유죄라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면, 그 피고인은 유죄 판결을 받지 않는다”((Sanhedrin, 17a)라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의심의 원칙, 인간의 불완전성, 그리고 자비의 원칙에 기초해 있다. 만약 모든 판사가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했다면, 변론의 여지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므로 만장일치는 재판 과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법정의 판결은 모든 것에 열려 있으며, 담합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비의 원칙에 따른 만장일치는 권력자나 부자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부당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
오늘날의 이스라엘 국회나 법정은 만장일치 판결을 매우 부담스러워 한다. 의도적으로 반대표를 만드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으며, 법률적으로 만장일치가 무효라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으나, 위 탈무드의 조항은 하나의 전통과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국회와 법원은 만장일치를 자동으로 무효로 여기거나, 일부러 반대 의견을 내도록 하는 공식적인 제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탈무드의 철학적 개념이 이스라엘 사회와 법체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만장일치에 큰 부담을 느낀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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