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렸는가?
<법률신문>(2024.11.17.)은 “정의의 여신은 왜 눈을 가렸다”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박수연 기자, 한수현 기자, 홍윤지 기자가 공동으로 쓴 글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법원가의 견해를 종합한 것이다. 정치가의 행태를 보노라면 인간의 부패성을 깊이 생각하게 한다. 신학적인 논의를 위해 아래의 글을 스크랩하는 차원에서 옮겨 게시한다. 관계자들의 양해를 바란다. 원문은 다음 주소에서 찾을 수 있다. (https://www.lawtimes.co.kr/news/202976).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유죄가 선고되자, 법조에서는 정치인의 발언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세운 판결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 선고는 이례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 부장판사)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22고합660).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을 잃게 돼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민주당은 대선 보조금 434억 원을 반납해야 한다.
‘선거범죄가 무거운 것’이라는 신호
법조에선 공직선거법이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법인 만큼 정치인은 책임질 수 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세운 판결이라고 평가한다. 고법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선고는 ‘선거범죄가 이 정도로 무거운 것’이라는 신호를 준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의 경우 직을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유무죄여부 만큼이나 양형 판단이 중요하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일반인은 보도 등을 통한 개별적인 행위나 단편적인 행위를 많이 접하지만, 전체 기록과 맥락을 살펴본 재판부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며 “직접적 행위를 평가하는 데 있어 선거와 정치 관련 이슈는 표면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당시 그 이면에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편적으로 문제 된 행위에서 나아가 유무죄를 판단하고, 유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본 후에는 왜 이러한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전체 사건의 맥락, 상황, 의도 등 당시 시점에서 미쳤을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법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피고인이 누구인지 눈을 가린채 재판을 했을 때 나올 법한 형이 선고됐다고 생각한다”며 “야당 대표라는 지위의 특수성은 거의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말했다.
재판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는 굉장히 무겁게 정하고 있어 무죄가 나오지 않는 이상 당선무효형일 수밖에 없는 중한 범죄”라고 말했다. 차장검사를 지낸 한 변호사도 “대선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에 더욱 엄중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조에선 재판 과정에서의 태도를 고려했을 가능성도 언급한다.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로 중한 선고가 이뤄진 것은 항소심에서 감형해 주면 안 되는 사안이란 시그널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고등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예상보다 높은 형이 선고된 원인은 법정 태도와 방어 방법의 문제일 수 있다”며 “재판부 입장에서는 재판 진행 내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 사실 공표 혐의가 인정될 경우 법정형이 센 편이지만, 실제로 벌금형이 많이 나오기는 한다”며 “재판 과정에서 완강한 태도로 부인한 것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판단이 나온 것은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해선 안 된다, 구제해 줄 사안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 형량이 이례적으로 높다는 반응도 있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일각에선 무죄 또는 당선무효형보다 낮은 벌금형을 예상하기도 해 이번 형량이 이례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남은 재판 속도 붙을 전망
지난 9월 법원행정처는 선거법 위반 재판과 관련해 “선거법 강행규정을 지켜달라”는 권고문을 일선 법원에 보냈다. 때문에 향후 재판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선거범에 대해 법을 지켜 재판하라는 행정처의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선거범의 재판을 1심은 6개월,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선거범의 재판 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으로 명시돼 있지만 실무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이 대표의 1심 선고도 이날 2년 2개월 만에 선고됐다.
하지만 다음 대선 전까지 확정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피고인 측에서 기일을 미루다 보면 상고심 단계에선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로펌 변호사는 “항소심 과정에서 여러 증인을 신청할 것이고, 법원 입장에서도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 대해 당선무효형을 확정시키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선고가 이후 이재명 대표의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칠 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25일 선고를 앞둔 위증교사 혐의 사건은 사법 기능을 방해한 혐의에 대한 판단이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혐의 사건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만배 씨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의 사건에서 관련자 진술이 어떻게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씨나 이 전 부지사 등 관련자들이 이 대표의 첫 1심 결과가 예상보다 중하게 나와 진술이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백현동 관련 발언 모두 허위
재판부는 이 대표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관련 발언 중 “김 전 처장과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에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부분과 “백현동 부지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의무 조항에 근거한 용도지역 변경 요구를 받고 불가피하게 용도지역을 변경했다”는 발언에 대한 허위 사실 공표 행위를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 대표의 혐의가 선거 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어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모두 이 대표를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인 상황에서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는 명목을 빌어 이뤄졌고, 방송을 매체로 이용해 그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다”며 “범행 내용도 모두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어 죄책과 범정이 상당히 무겁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고려 해야 하지만, 허위 사실 공표로 인해 일반 선거인들이 잘못된 정보를 취득해 민의가 왜곡될 수 있는 위험성 등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20대 대선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경기도 법인카드로 전·현직 의원의 배우자 등에게 식사를 대접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에 대해선 14일 벌금 150만 원이 선고됐다(수원지법 2024고합111).
<법률신문> 2024년 11월 17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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