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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신학대학원 교정 (2006년경 모습)


신학교수서약서, 왜 사라졌나?



교회의 생명력을 앗아가는 주범은 자유주의 신학이다. 교회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원수를 방임한 북미(미국, 캐나다), 유럽(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 대양주(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의 주류 교회들은 사경에 이르렀다. 자유주의 신학화를 신학적 좌경화라고도 일컫는다. 이 죽음의 병이 필자가 사랑하고 몸바쳐온 고려신학대학원도 맹렬하게 공겨해 왔다. 2002년 무렵부터 그 공격이 본격화되었다. 현재 화두로 대두된 교수들의 원장 추천제도는 신학적 좌경화 흐름의 꽃이다.


최근 필자가 이 주제를 다룬 글  "고려신학대학원의 위험한 관행"(2015.3.14.)을 <리포르만다>에 게재하자 독자들이 문의가 쇄도했다. 필자가 작성한 "교수서약서"의 내용을 궁금해 한다. 총회 임원회가 의안을 총회가 올리고, 총회가 결정하고, 결정한 것을 이사회이 시행 명령하고, 이사회가 총장에게 하달한 그 문건, 즉, 총장이 신학대학원장에게 시행하도록 하달해야 하는 단계에서 행방불명된 "교수서약서"의 내용이다.



아래의 글은 최덕성, 『에큐메니칼운동과 다원주의』(2005) 제17장 "성경관과 신학적 정체성" 신학교수서약서 제도는 필요한가?"(394-424)를 "고려신학대학의 신학적 위기"라는 제목으로 간략하게 축소하여 <리포르만다>(2006.10.20.)에 게재한 것이다. 당시 조회자 수는 4,132명이었다. 약 600명이 댓글을 달았다.


이 글은 고려신학대학원 교수들이 '정치적 패거리 행보'를 시작하여 원장을 추천하는 위험한 관행이 시작되고, 신학적 변질과 이를 지지하는 교수들의 인본주의 행보 즉 원장 추천이라는 악습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걱정하면서 쓴 글이다. 책에 달린 424개의 각주는 생략한다. 이 주제에 관한 진지한 흥미를 가진 독자는 <에큐메니칼운동과 다원주의>(2005)를 읽기 바란다.


1. 고려신학대학원은 좌경화 되고 있는가?

고려신학대학원이 미국프린스톤신학교가 1930년대에 좌경화 된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은 빈말이 아닌 듯하다.

고려신학대학원의 모 교수는 성경이 하나님의 직접적인 계시를 받아 기록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바울이 예수님의 교훈과 생애에 관하여 직접 계시를 받았다고 할 것인가? 그런 증거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바울은 그의 서신 “어디에서도 하나님이 직접 자신에게 계시하셨다고 말하는 곳은 없다.... 하나님의 교회를 위한 특별한 계시로 쓰여졌다는 증거는 없다"고 한다. “성경의 계시성이나 영감성의 문제는 학자의 신학적 전제에 속하는 것으로서 그 진정성 여부는 연구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한다. 하나님은 책을 기록해 보고자 한 사람들을 이용했고, 그렇게 기록된 책이 “논쟁을 거치면서 결국은 정경에 포함되어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여호와 하나님의 백성들로 이루어진 신앙공동체는 공동체에 속한 개인이나 집단의 찬양과 탄식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여 정경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이다”고 주장한다.

이 학교 교수 가운데는 고신교단의 역사적 존재의의를 부정하고, 정통신학자 박형룡 박사를 "극단의 근본주의자'로 매도하는 교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르트주의를 호평하는 교수, 세계교회협의회(WCC)나 세계개혁교회연맹(WARC)를 선호하는 교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인지 모르나 자신이 자유주의와 보수주의의 국경선을 넘나든다고 자랑삼아 말하는 교수도 있다고 하는 소문도 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신학교의 갈등은 신학사상의 갈등에서 비롯되었다. 현재의 고려신학대학원이 겪고 있는 갈등은 근본적으로 신학 사상의 차이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시류에 따라가는 신학을 지향할 것인가 아니면 개혁주의 정통신학을 소중히 여기고 지킬 것인가 하는 두 흐름 사이의 갈등이다. 신학적 정박지를 이동시키려는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 사이의 긴장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나 그것이 사실이다. 여러 면에서 고려신학대학원의 문제는 1930년대의 프린스톤신학교의 좌경화 과정을 연상하게 한다.

고신교단이 구성한 신학교에 대한 총회특별조사위원회가 이러한 문제들을 하나 씩 확인하여 고신교회의 신학적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데 이바지할 것을 기대해 본다. 위원회가 미국장로교회와 프린스톤신학교의 좌경화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한 총회특별위원회의 잘못과 어리석음과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2. 고신대학교 총장  

고신교단 총회 임원회는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고려신학대학원의 교수들이 “신학교수서약서”에 서명하도록 결의하여 이를 시행하도록 고신대학교 총장(김성수 박사)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0가지 조항의 문건이라고 한다. 그 내용은 주로 성경관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만 알려지고 나머지는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필자가 작성한 것(아래)을 고스란히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수 총장은 교수서약서 제도를 시행하라고 하는 임원회의 결의와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있다. 그 문건을 신학대학원이 시행하도록 하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독교보>의 보도에 따르면 학교법인 고려학원의 감사가 이를 지적하고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도 총장은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고신교단의 신학적 정체성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사안을 총장이 시행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확실히 알 수 없다. 교수서약서는 사라져버렸다. 신학적 좌경화를 추구하는 신학대학원 교수들과 오로지 정치적 탐욕에 열심인 총장 사이에 모종의 꼼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신학교수 서약서 제도는 교회의 신학의 변질을 막기 위한 장치이다. 프린스톤신학교,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총신대학교,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등 대부분의 신학교들은 신임교수에게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한다. 박형룡, 박윤선, 한부선 교수가 고려신학교에 취임할 때에도 서약서에 서명을 했다.

그러나 현 고려신학대학원은 그러한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류로 현재의 교육 체제하에서는 고려신학대학원 교수가 자유주의 신학을 가르치고 고신교단의 존재의의를 부정하는 강의를 해도 이를 제재하는 것이 어려운 형편이다. 바르트주의, 자유주의, 종교다원주의 만이 아니라 이단사상을 가르쳐도 이를 제재할 길이 없다.

3. 프린스톤신학교와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유서 깊은 기독교를 지향해 온 장로교회들은 성경무오성, 완전영감, 유기적 영감론을 신학의 토대로 삼고 있다. 성경관이 부정되면 내리막길에 서게 된다는 것을 알고서 신학교수들에게 ‘교수서약서’에 서명을 할 것을 요구한다. 프린스톤신학교는 1920년대까지 취임하는 교수들에게 다음과 같은 선언을 하도록 의무화 했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과 장로회 제도가 그 핵심이다.

나는 하나님과 이 신학교 이사들 앞에서 미국북장로교회의 신앙고백과 교리문답을 나의 신앙고백으로, 하나님이 인간의 구원을 위해서 계시하신 교리와 신앙의 체계의 요약이며, 성경을 바르게 해석한 것으로 엄숙히 그리고 성심껏 채택하고 받아들여 준수할 것이다. 나는 위 교단의 정치형태를 영감된 성경에 일치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을 엄숙히 그리고 성심껏 선언한다. 나는 이 신학교에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장로교회 정치의 근본적 원리들에 반대하지 아니하며 위 신앙고백이나 교리문답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모순되거나 위반되는 것을 가르치거나 설득, 암시하지 않을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프린스톤신학교 교수들 가운데는 신앙고백이 담긴 서약서에 서명을 했으나 그 내용을 의중유보(意中留保)하는 자들이 있었다. 교회가 좌경화되자 이들은 자유주의 신학에 열린 태도를 보였다.

구프린스톤신학교를 부활시킨다는 기치로 출범한 필라델피아의 웨스트민스터신학교는 프린스톤신학교의 교수서약문과 비슷한 것을 제시하고 서명하게 한다. 성경, 신앙고백서, 장로교 제도, 교리체계에 상반되는 것은 가르치지 않겠다고 하는 내용이다.

나는 하나님과 이 신학교의 이사회와 교수회 앞에서 다음과 같이 서약한다.

(1) 구약과 신약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며, 신앙과 실천의 유일한 무오한 규칙이라고 믿는다. (2)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와 대·소교리문답을 성경이 제시하는 교리와 인간 구원을 위한 계시를 체계적으로 제시한다고 믿으며 나 자신의 신앙고백으로 수납한다. (3) 장로교 형태의 교회정치가 영감된 신적 계시의 말씀에 일치한다고 믿는다. (4) 이 학교의 교수로 종사하는 동안 위 교리체계에 상반되는 그 어떤 것도 직접적으로나 암시적으로 가르치지 않을 것이며, 장로교회 정치의 근본 원리에 모순되는 것을 넌지시 말하거나 묘한 관심을 갖도록(insinuate)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

위 서약문 가운데 주목할 것은 마지막 항목이다. “이 학교의 교수로 종사하는 동안 나는 위 교리체계에 상반되는 그 어떤 것도 직접적으로나 암시적으로 가르치지 않을 것이며, 장로교회 정치의 근본 원리에 모순되는 것을 넌지시 말하거나 묘한 관심을 갖도록(insinuate)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 프린스톤신학교의 좌경화를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인다. 자유주의 신학을 “넌지시 조장하고, 묘한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방법으로 교회와 신학교의 좌경화가 진행된 것을 시사한다.

4.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와 총신대학교

박윤선 교수를 동력으로 하여 설립된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는 신임교수들에게 아래의 조항을 담은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한다.

(1) 나는 성경의 축자영감성을 믿고 그대로 가르치기로 서약합니다. 


 (2) 나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와 대·소교리문답이 성경과 일치되는 줄 알고 고백하고 따르기로 서약합니다. 


 (3) 나는 성경에 위배되는 현대주의 신학의 학설들을 소개하되 비판적으로 그 잘못된 점을 지적하겠습니다.


 (4) 나는 장로교 헌법의 근본 원리가 성경과 일치되는 줄 알고 그대로 받기로 서약합니다. 


 (5) 나는 기도와 경건생활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6) 나는 상기 서약을 거부하거나 위배할 경우 교수직에서 사면하기로 서약합니다.32

위 서약문의 (1) 축자―완전 영감설에 관한 조항은 자유주의 신학의 침투를 경계하기 위한 것이다. 성경에 위배되는 현대주의 신학의 학설들을 비판적으로 가르치겠다고 하는 (3)번 조항은 자유주의 신학, 성경에 대한 고등비평학, 신정통주의 등에 대한 이 학교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한편, 총신대학교는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을 보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일곱 단계의 제재장치를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첫째, 신임교수에게 아래의 교수서약문에 서명을 하게 한다.

나는 하나님과 본 대학 이사회 앞에서 신구약 성경이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인 것과 본 대학 (직위) 교수로 있는 동안 직접 간접으로 본교 조직과 규칙에 위반되는 다른 것을 결코 가르치지 아니할 것을 엄숙하게 서약합니다.33

둘째, 승진 단계마다 위 서약문에 서명을 하게 한다. 신학사상을 점검하고 그것을 승진의 근거로 삼는다. 승진심사는 학술적인 연구업적물 만이 아니라 신학사상을 우선적인 조건으로 삼는다.

셋째, 신앙고백문(Doctrinal Statements)을 만들어 무엇을 믿고 고백하는가를 확고하게 천명한다.

(1) 우리는 신구약 성경이 영감된 오류 없는 하나님의 말씀이며, 신앙과 행위의 정확 무오한 유일의 법칙임을 믿는다.


(2) 우리는 한 하나님이 영원토록 성부, 성자, 성령 삼위로 계심을 믿는다.


(3) 우리는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주권적으로 섭리하심을 믿는다.


(4) 우리는 성육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신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신성과 인성, 대속의 죽음, 육체적 부활 그리고 역사적 재림을 믿는다.


(5)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전적 부패, 그리스도의 대속의 보혈을 통한 구속을 믿는다.


(6) 우리는 성령의 중생하게 하시며, 회개하고 믿게 하시며, 내주하시며, 거룩하게 하시며, 충만하게 하시는 복음 사역을 믿는다.


(7) 우리는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인 교회와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와 주되심을 믿는다.


(8) 우리는 구원받은 백성이며, 교회의 근본적인 사명이 예배, 복음증거, 성도의 교제, 기도, 선교이며,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기 위한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믿는다.


(9) 우리는 그리스도의 인격적이며 역사적인 재림, 공의로운 심판 그리고 생명의 부활과 심판의 부활을 믿는다.


(10) 우리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와 대·소요리문답에 나타난 전통적인 개혁 신앙이 성경의 가장 탁월한 표현으로 믿는다.


넷째, 신규 임용 규정에 전임교원은 합동교단에 속한 교인으로 그 ‘교단 신학과 신앙에 위배되지 아니한 자’로 제한한다.


다섯째, 신규 임용된 전임교원은 총신대학교가 지향하는 성경관과 신학 전통을 배우고 그것에 동화하도록 하기 위해 위원회가 지정하는 도서를 읽고 연구하게 한다. “신학과를 중심으로 총장이 임명하는 위원회가 지정하는 도서를 연구하며 매년 1회씩 위원회가 주관하는 세미나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신학계열의 교수는 칼빈주의 성경관을, 비신학계열 교수는 칼빈주의 성경관과 그 성경관에 따른 ‘해당 전공과목의 칼빈주의적 방향모색’에 관한 논문을 각각 작성하여 조교수 임용 심사서류를 낼 때 함께 제출하여 평가 받도록 한다.

여섯째, 신학교수들의 신학사상을 정기적으로 검증한다. 저서만이 아니라 설교, 강연, 강의, 기타 활동 내용이 성경과 교단의 헌법에 명시된 개혁주의 신학사상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전임교원은 해임한다. ‘직위해제 및 해임’ 조항에서 (1) 이사회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신학입장을 밝히는 진술서에서 성경과 본 교단의 헌법에 명시된 개혁주의 신학사상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전임교원, (2) 저술, 강연, 강의, 기타 활동에서 본 교단이 지향하는 개혁주의 신학사상과 일치하지 않는 전임교원을 임명권자가 교원징계 절차에 따라 징계조치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일곱째, 교원승진과 재임용 때와 정년보장 임용 때에 신학사상과 인격을 검토하여 승진에 반영한다. 연구업적만을 근거로 승진과 재임용 심사를 하지 않는다. ‘교원승진 및 재임용에 관한 심사기준’과 ‘정년보장 교원임용심사위원회 규정’은 “설교, 강의, 강연, 저술, 연주가… 본 교단이 지향하는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과 일치해야” 하고, 그 여부를 따져 승진, 재임용, 정년보장을 허락한다고 명시한다. 교수의 경건회 예배 출석도 심사 조항 중의 하나이다. 아시아연합신학대학교는 교원임용 심사평가의 기본사항으로 ‘본 대학의 신학적 입장과의 적합성’이라는 항을 두어 교수의 신학사상이 그 학교와 일치하는가를 확인하고 그것을 신규임용, 승진, 재임용의 근거로 삼는다. 이 학교는 복음주의 기독교를 지향한다.

5. 교수서약제도가 없는 고려신학대학원

고려신학교(현 고려신학대학원)는 유서 깊은 기독교 복음과 신앙 선전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출범 때부터 구프린스톤신학의 성경관을 천명했다. 성경무오성, 완전영감, 유기적 영감을 가르쳤다. 초대 교수로 부임한 박형룡, 박윤선, 한부선은 교수서약서를 가지고 서약을 하고 그것에 각각 서명을 했다. 박형룡은 1947년 10월 17일, 부산중앙교회당에서 가졌던 교수 취임석상에서 세 교수를 대표하여 서약문을 낭독했다. 이 서약문은 웨스트민스터신학교의 교수서약서와 동일한 내용이었다.

고려신학대학원은 현재 교수서약서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다. 승진과 재임용 때에도 신앙과 신학사상을 점검하는 단계가 없다. 봉직하고 있는 교수 가운데 교수서약서에 서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언제부터, 왜 시행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 개혁주의 정통신학의 요람이라는 이유로 신학의 좌경화 따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으므로 서약서 제도가 필요한 것으로 보지 않은 것 같다. ‘설마 그렇게 될까’라고 안이하게 생각한 것 같다.

이 학교는 신학교수가 교회와 신학교의 신학적 정박지를 허무는 신학사상을 가르치고 자유주의 기독교를 표방하고 종교다원주의로 치닫는 현대주의 에큐메니칼 운동을 선전해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총회가 교수의 목사자격을 제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총회가 정치계파에 따라 움직이거나 미국북장로교회의 경우처럼 자유주의 기독교를 수용하는 반면에 유서 깊은 기독교를 박해하게 될 수도 있다.

고신대학교 ‘교원인사규정’의 신규임용 자격 기준은 “본교의 교원은 기독신자로서 수세 후 3년이 경과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정관시행세칙’은 “신학대학원 교원을 임명하고자 할 때는 박사학위 취득자로서 목회경험 3년 이상인 자를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한다. 그것이 전부이다.

총신대학교가 ‘교단 신학과 신앙에 위배되지 아니한 자’를 교수로 임용하며, 모든 분야의 신규 임용되는 전임교원에게 총신대학교의 신학전통에 동화하도록 위원회가 지정하는 책들을 읽고 매년 1회씩 연구하도록 하며, 칼빈주의 성경관을 확실하게 고백하도록 요구하며, 승진할 때마다 교수 연구업적보다 신앙고백과 신학-신앙을 더 엄격하게 따져 승진 요건으로 삼는 것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

6. 교수서약문 (모범)


고려신학대학원은 교수들이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칼빈주의, 개혁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유서 깊은 기독교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좌경화, 변질, 생명력 상실을 방지하는 장치이다. 아래의 10 가지를 제안하는 바이다.

(1) 나는 신구약 성경이 영감된 하나님의 말씀이며, 신앙과 실천의 유일한 규칙이라고 믿는다. 


 (2) 나는 성경무오성, 만전 영감성, 유기적 영감성을 인정하고 믿으며 그것을 가르치기로 서약한다.


 (3) 나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와 대·소교리문답을 성경이 가르치는 교리와 인간 구원을 위한 계시를 체계적으로 제시한다고 믿으며 나 자신의 신앙고백으로 수납하고 따르기로 서약한다. 


 (4) 나는 장로교 형태의 교회정치가 영감된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에 부합한다고 믿으며 그것을 존중한다. 


 (5) 나는 성경에 위배되는 현대주의 신학의 학설들을 소개할 경우 이를 비판적으로 소개하고 그것들의 잘못된 점을 지적할 것을 서약한다.


 (6) 나는 고신교단의 역사와 전통과 정신을 존중할 것을 서약한다.


 (7) 나는 저술, 강연, 강의, 설교, 논술, 기타 활동에서 성경과 고신교단이 헌법에 명시하는 개혁주의 정통신학에 위배되는 사상을 담지 않으며 가르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


 (8) 나는 고려신학대학원의 교수로 종사하는 동안 위 교리체계에 상반되거나 장로회 원리와 교단 헌법에 어긋나는 것은 어떤 것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암시적으로 가르치지 않으며, 넌지시 말하거나 묘한 관심을 갖도록 하지 않을 것이며, 개혁주의 정통신학을 냉소적으로 소개, 언급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


 (9) 나는 상기 조항들에 위배되는 사상을 가질 경우 그것을 의중유보(意中留保)하지 않으며, 교수직을 즉각 사면할 것이며 해직, 정직 등 어떤 처벌에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


(10) 나는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는 인격과 영성과 경건생활을 유지할 것을 서약한다. 



7. 교수서약서 제도는 꼭 필요한가?

좌경화는 자유주의 신학에 ‘쬐끔’ 문을 열어 준 것에서 시작한다. 교회의 생명력을 앗아가는 신사조는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는 작은 틈바구니로 들어온다. 그러므로 교회가 신학자들의 신학사상을 확인하고 신학교가 그들로 하여금 교회의 신앙을 가르치도록 감독하는 것은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교회 돌봄의 직무이다. 신학교수는 저술, 강의, 강연, 설교, 인터뷰, 사이버공간의 글, 기타 지적 활동에서 자신의 신학사상을 반영한다. 신학교육에 대한 교회의 감독권이 정치적으로 오용되지 않을 수 있다면,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순수하다면 신학교수의 사상에 대한 검증작업은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과 생명력 유지를 위한 중요한 과업이다. 교회의 신학에 관한 최종 권위는 교회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북장로교회가 정체성과 생명력을 잃고 추락하는 것은 교회가 진리파수의 사명을 수행하는 일을 태만하게 한 결과이다. 오번선언서(Auburn Affirmation, 1924)에 서명한 사람들, 유서 깊은 기독교 성경관을 부정하는 자들을 교회법에 따라 제재하지 않고 관용한 탓이다. 진리를 팔아 화평이라는 팥죽 한 그릇을 산 것이 얼마나 두려운 방종이었는가 하는 것은 반세기 뒤에 명확하게 드러났다.

논리학에 범주착각의 오류(category mistake)라는 것이 있다. ‘신부님이 에이즈에 걸렸겠어?’ ‘저렇게 돈 많은 사람이 고작 만년필 한 개를 훔쳤겠어?’ ‘예쁜 버섯에 독이 들어 있을 리 만무해!’ 하는 따위 판단이다. 어떤 것을 강조하는 사람이 그것을 말하는 다른 사람도 모든 면에서 자기와 같을 것으로 여기거나, 동일한 범주에 속하지 않는 것을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오류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격언이 있다.

신학노선은 언제나 바뀔 수 있다. 열조들의 신앙을 기억하지 못한 새로운 세대가 교회의 주도권을 가지면 신학은 변한다. 역사적 칼빈주의로 유명하던 프린스톤신학교가 현대주의 신학의 요람이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조차 했겠는가. 어느 누가 칼빈이 『기독교강요』를 가르치던 성삐에르교회 강단에서 불교 승려 달라이 라마가 설교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겠는가?




글쓴이 최덕성은 신학자이다.  <한국교회 친일파 전통>, <빛나는 논지 신나는 논문쓰기>, <에큐메니칼 운동과 다원주의>, <정통신학과 경건>, <신학충돌>, <교황신드롬>, <KOREAN CHRISTIANITY> 등 약 20권을 저술했다. 신대학교-고려신학대학원 교수(1989-2009)였다. 미국 예일대학교(STM), 에모리대학교(Ph.D.)를 졸업했다. 하버드대학교 객원교수(1997-1998)였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로부터 <신학자대상>(2001)을 수상했다. 현재 브니엘신학교 총장이며 교의학 석좌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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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권사 안수에 관하여

    권사 안수에 관하여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 [개혁정론 (2015. 10. 5.)의 소개 글] 지난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제64회 총회 시 유안 건으로 넘긴 "부산노회장 제인출 목사가 발의한 여성안수(장로, 권사)에 대한 질의를 신학위원회가 여성안수연구위원회를 구...
    Date2015.10.06 Bydschoiword Reply1 Views5822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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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신앙고백교회사관

    신앙고백교회사관 최덕성 교수 (고려신학대학원, 역사신학) 역사연구는 역사적 사실(事實)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건전 타당한 사관(史觀)을 요구한다. 사관에 따라 특정 사건이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선과 악, 의와 불의, 정(正)과 사(邪)의 ...
    Date2015.08.02 Bydschoiword Reply1 Views4061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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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세례대인가 침례탕인가?

    ▲ 세례요한의 고향 마을의 고대 정결의식용 미끄베 ⓒHaaretz 세례대인가 침례탕인가? 유대인의 정결예식은 세례 형식이었을까, 침례 형식으로 행해졌을까? 기독교의 세례와 유대교의 정결의식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대인은 미끄베라는 곳에서 정결의식을 ...
    Date2015.07.18 Bydschoiword Reply1 Views5854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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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왜 신앙발달과 인격성숙이 이뤄지지 않는가?

    왜 신앙발달과 인격성숙이 이뤄지지 않는가? 최덕성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과 신앙인격이 성숙하는 것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중생체험은 영적인 변화와 인격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그러나 기독인이면서도 인격적으로 전혀 성숙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인격 ...
    Date2015.06.08 Bydschoiword Reply1 Views5598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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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교육전도사가 대통령인 나라, 나는 꿈꾸어 본다

    <뉴스앤조이> (2015.5.26.) 화면 캡쳐 최덕성, "교육전도사가 대통령 되면 정치 훨씬 잘할 것" (인터뷰)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 내정 환영…"단아하고 논리적이며 과묵하고 절제력 있는 태도 <뉴스앤조이>(2015.5.26.)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교육...
    Date2015.05.27 Bydschoiword Reply5 Views5612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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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교리보다 삶이 더 중요한가?

    교리보다 삶이 더 중요한가? 그레이스앰 메이첸 교수 (전 웨스트민스터신학교) 교회 안의 자유주의 신학은, 더 이상 학문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더 이상 신학교나 대학만의 문제도 아니다. 기독교 신앙의 근본에 대한 자유주의 신학의 공격은 주일학교의 교사...
    Date2015.05.08 Bydschoiword Reply1 Views3472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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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이단들이 좋아하는 세대주의적 성경해석

    예루살렘 [편집자 알림: 아래의 글의 저작권자는 '© 바른믿음'이다. 페이스북에서 옮겨 싣는다. 저작권자의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글쓴이 정동섭은 신학자 권호덕, 스탠리 그렌츠, 피영민 등의 책을 참고하여 근래에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주제를 간명하게 간...
    Date2015.04.09 Bydschoiword Reply1 Views4047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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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신학교수서약서, 왜 사라졌나?

     고려신학대학원 교정 (2006년경 모습) 신학교수서약서, 왜 사라졌나? 교회의 생명력을 앗아가는 주범은 자유주의 신학이다. 교회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원수를 방임한 북미(미국, 캐나다), 유럽(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 대양주(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Date2015.03.20 Bydschoiword Reply0 Views4172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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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예수 부활, 역사적 사실인가?

    최덕성 (2015.3.8. 야곱의우물 채플) 예수 부활, 역사적 사실인가? ―역사가의 눈으로 보는 부활 신앙― 예수의 부활은 역사적 사실인가? 믿을 만한 근거가 있는가? 유서 깊은 기독교는 성경이 말하는 사건들이 실제로 발생했다고 믿는다. 성경이 신화를 기록한...
    Date2015.03.10 Bydschoiword Reply4 Views6163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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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주한 미 대사와 참새 두 마리

    테러 당한 주한 미 대사 마크 리퍼트 씨 주한 미 대사와 참새 두 마리 “참새 두 마리가 단돈 한 잎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런 참새 한 마리도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마 10:29, 평양판 성경). 하나님은 주권자이시다. ...
    Date2015.03.09 Bydschoiword Reply1 Views4242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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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바르멘신학선언

    디히트리히 본회퍼 목사 바르멘신학선언 (1934) 독일국가교회는 히틀러 치하에서 민족주의, 애국주의, 반유대주의 광풍에 휩쓸렸다. 지식인, 대학교수, 신학자들이 독재자 히틀러를 지지했다. 이 때 신학자 칼 바르트와 히틀러를 암살하려다 발각되어 사형당...
    Date2015.03.01 Bydschoiword Reply1 Views10697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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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최덕성 박사, 가톨릭 신학자 큉의 교회론에 비춰 비판

    ▲최덕성 박사(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문병호 박사(총신대, 왼쪽)는 좌장을, 권문상 박사(웨신대)는 논평을 각각 맡았다. 최덕성 박사, 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의 교회론에 비춰 비판 장신대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회장 최윤배 교수) 세계교회협...
    Date2015.02.22 Bydschoiword Reply0 Views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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