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목사 생활비 세금 납부는 정당한가?
아래의 글은 <기독교개혁신보>(2014년 12월 16일)의 "목회 생활비에 대한 세금 납부는 정당한가?"를 옮겨 온 것이다. 글쓴이와 <기독교개혁신보>의 양해를 구한다.--운영자--
목사 생활비에 대한 세금 납부는 정당한가?
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1. 문제제기
2000년 이후 언론과 각종 NGO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교회의 세금납부에 대해서 지적한다. 교계에서도 세금납부운동을 펼치는 경우가 있다. 몇 년 전부터는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자발적으로 ‘목사 근로소득세 납부 신고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교회의 세금 납부’라는 넓은 범위의 내용은 일단 두고, ‘목사의 세금 납부’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참고로 간단하게만 언급하면, 현재 종교계에서는 소위 ‘성직자’라고 불리는 교직자들이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않고 있으며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의 재산에 대해서 재산세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반면에 천주교의 경우 1994년에 한국 천주교회 주교회의는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종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취지에서 성직자의 세금 납부를 결정했다.
과연 목사는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가? 목사가 세금을 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근거로 삼고 있는 헌법 제1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및 제2항 “사회적 특수 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에 근거하여 종교계가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비판받아야 하는가?
2. 이 문제에 대한 최근의 일반적인 입장
먼저 목사의 세금 납부를 지적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전적으로 기독교의 특수성, 정교분리의 원칙, 목사 생활비가 임금이 아니라는 점 등을 전혀 무시하고 접근한다. 그래서 종교인의 소득도 근로소득이므로 과세 대상이 된다는 견해를 주장하기도 하고, 시민 단체 등 비영리단체 노동자들도 근로소득세를 낸다는 주장한다. 나아가 근로인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평등주의에 근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심지어 “목사의 활동이 근로가 아니지만, 우리가 소속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법으로 정한 틀 안에서는 맞춰가는게 맞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국내의 진보적인 교회가 세금을 납부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국내에서는 주님의 교회에 시무하던 이재철 목사(현 100주년 기념교회 시무)가 “목사가 세금을 내지 않으면 교인들에게 탈세하지 말라고 설교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세금을 납부하기 시작하였고, 손봉호 교수의 영향을 받은 서울영동교회(정현구 목사), 한영교회(김낙춘 목사), 분당샘물교회(박은조 목사), 다니엘새시대교회(박희명 목사) 등이 세금을 납부한다.
그 외에 남서울은혜교회(홍정길 목사), 예인교회(정성규 목사), 부천평안교회(원영대 목사), 빛과 소금교회(신동식 목사), 열린문교회(윤여성 목사), 전주 안디옥교회(박진구 목사), 지구촌교회(침례, 성남시 분당, 진재혁 목사), 이 외에도 제7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 천주교 등이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외국의 사례를 들면서 목사도 세금을 내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독일 교회를 예를 드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것은 독일교회에 대한 이해를 하고 접근해야 한다. 독일에서 목사의 직분은 교회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로부터 주어진다. 여기에서부터 출발이 잘못되었다. ‘정교 분리의 원칙’이 고려되지 않는 것이다.
이점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독일 목사는 세금을 낸다고 하면 안 된다. 독일의 목사는 교회로부터 생활비를 받는 것이 아니라 국가로부터 임금을 받는다. 독일교회에서 ‘목사의 직분’은 성경적이지 않다. 그런 곳에서의 예를 근거로 하는 경우에는 접근에서부터 달라지게 된다.
이에 반해 목사의 세금 납부를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정교분리의 원칙은 제대로 강조하지만, 정작 교회론과 목사 생활비가 가지는 특성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않은 채 종교인의 활동은 근로가 아닌 봉사활동이므로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거나 목사가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이중과세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법률상 이중과세란 동일한 소득에 대해 동일한 귀속자에게 이중과세함을 의미하는데, 교회의 헌금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우리의 주장
이와 관련해 우리는 3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정교 분리의 원칙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는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말하고, 제2항에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정교 분리의 원칙은 대한민국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는 나라들에서 많이 주장하는데, 영국의 명예혁명이나 청교도 혁명, 프랑스의 공화주의, 미국의 권리장전 등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원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원리는 세속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장로교회의 신앙고백서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30장 “교회의 권징”의 제1절에는 “자기 교회의 왕이요 머리이신 주 예수님께서는 국가 위정자와는 구별하여 교회 직원들(Church officers)의 손에 치리(治理)를 맡기셨다(hath therein appointed a government)”고 되어 있다.
그리고 제31장 “공의회와 협의회”의 제5절에는 “공의회와 협의회는 교회에 관련된 사항 이외의 다른 사안을 취급하거나 결정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국가의 세속정치 문제에 간섭하려해서는 안 된다. 다만 특별한 경우 위정자에게 겸허한 태도로 청원할 수 있으며, 혹 위정자의 요구가 있을 때 양심껏 충고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라고 함으로써 정교 분리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에 의하면 목사의 세금 납부는 목사 개인의 측면보다는 교회의 측면과 관련해서 교회가 세속정부에 예속된다는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목사직의 직분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독교의 개혁적인 인사인 손봉호 교수의 경우 “성직자가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세속과 성직을 구분하는 잘못된 이분법의 문제로 세상일과 목회일이 다르지 않으므로 세금을 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또 다른 오해를 가진다. 목사의 일이 성직이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동’이나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 부분이다. 목사가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성직’이기 때문이 아니다. 목사직에 근거하여 받는 생활비는 ‘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셋째, 목사가 전혀 세금을 내지 않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흔히 사람들은 “목사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면서 매우 고개를 끄덕이고 목사를 비판하고 교회를 비판한다. 그래서 정말로 목사는 전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람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는 매우 두루뭉실한 표현이다. 그렇게 말하기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목사는 갑종 근로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라고 말이다.
근로소득은 그 징수방법에 따라 원천 징수되는 갑종 근로소득과 납세조합에 의하여 특별 징수되거나 원천 징수 없이 확정 신고에 의하는 을종 근로소득으로 구분한다. 갑종 근로소득은 근로의 제공으로 인하여 받는 급여의 소득, 법인의 주주총회 및 사원총회 또는 이에 준하는 의결기관의 결의에 의하여 상여로 받는 소득 법인세법에 의하여 상여로 처분된 금액, 퇴직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소득으로 퇴직소득이 아닌 소득 등이다. 을종 근로소득은 외국기관이나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제외한 국제연합군으로부터 받는 급여, 국외에 있는 외국인 또는 외국법인(국내지점 또는 국내영업소는 제외함)으로부터 받는 급여이다.
목사는 ‘근로 소득세’를 제외한 모든 세금을 납부한다. 목사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세금을 납부한다. 목사에게 개인적인 재산이 있다면 재산세를 내고 그 외에 지방세, 교육세, 주민세 등을 납부한다. 자동차가 목사의 소유일 경우 자동차세도 납부한다. 그 밖에 목사가 개인적인 소비를 통해서 간접세도 부담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쌀을 살 때에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에 각각 부가가치세를 납부한다.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때에 지방세를 낸다.
목사가 내지 않는 것은 단 하나 ‘근로 소득세’이다. 그 이유는 목사의 생활비는 ‘임금’(賃金)과 다르기 때문이다. ‘목사 생활비’는 교회론이요 직분론이요, 복음의 의미를 드러내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 사람들이 직장에서 근로한 대가로 받는 임금 역시 ‘생활비’로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목사는 근로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을 뿐이다.
4. 마치는 말
만일 누군가 목사도 세금을 내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면 그 순간 ‘목사 생활비’에 대한 성경적, 신학적, 교회론적 의미는 퇴색되게 될 것이고, 무엇보다도 교회는 목사를 위해서 세금을 포함한 더 많은 생활비를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목사가 ‘목사 생활비의 참된 성격’에서 위배되는 만큼의 돈을 교회로부터 받는다면 목사는 아무 할 말이 없다. 오늘날 목사들이 1년 연봉이 1억이 훨씬 넘는 많은 돈을 받는다면, 그 사람은 목사 생활비를 받는 목사가 아니다. 임금을 받는 목사다. 그러므로 그 목사는 세금을 내어야 한다.
목사의 세금 납부에 관한 문제는 사실 교회의 책임도 크다. 왜냐하면 교회가 ‘목사 생활비’의 참된 정신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회와 목사가 ‘목사 생활비’의 정신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다면 세상이 교회에게 목사 세금 납부를 요구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목사가 생활비와는 전혀 상관없을 정도의 많은 돈을 받으니 세상은 당연히 그러한 자에게 세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 상황에서 목회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돌입합니다. 교각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