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톨릭교회의 수장 프란치스코
[특별기고] 교황 프란치스코께 묻는다 ①
로마가톨릭교회의 ‘다름’은 과연 용인할 만한 수준인가?
크리스천투데이, 2014.07.31.
기독교회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사람의 성격과 생김새가 다르듯, 교회와 기독인의 신앙·표현·실천·관심은 조금씩 다르다. 자신과 다른 견해와 고백을 가진 자들을 이해할 수 있는 아량의 넓이와 깊이가 필요하다. 삶의 형태 차이를 가진 교회들의 에큐메니칼 활동은 언제나 절실하다.
기독인의 결함 가운데 하나는 같음보다 다름을 강조하는 경향이다. 인간의 죄성(罪性)은 동질성보다 차별성을 부각시켜 타인이나 타 집단과 대립각을 세우고, 심지어 적대시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본질과 기본에 충실하다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하나되기 위해 애씀이 마땅하다.
그러나 서로의 차이가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경우에는, 같음보다 다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막다름에 이르게 된다. 로마가톨릭교회가 가진 독특성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가동되었고, 사실상 이들에 의해 로마가톨릭교회의 교황좌 밑으로 ‘귀정(歸正)’하는 형태의 교회일치운동이 추구돼 왔다. 개신교회가 로마가톨릭교회의 가시적인 조직체계 안에서 하나가 되는 방향으로 고속 행진을 해온 것이다.
최근 한국의 로마가톨릭교회, 정교회, 개신교회 특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원교회들이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를 조직했다. 신앙고백 또는 교리, 곧 신앙과 가시적 조직체 곧 직제를 통일시키려는 목적으로 알려졌다.
로마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를 일치시키려는 움직임은, 신자들이 서로의 교회를 교파나 교단을 바꾸는 정도로 여기는 현상을 낳고 말았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하고 ‘하나의 거룩한 교회(Unam Sanctam)’를 추구하자는 에큐메니칼 운동은, 이렇듯 서로가 모두 같은 ‘기독교’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로마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는 결국 같은 교회인가? 두 교회는 형제관계인가? 교파가 다른 정도인가? 개신교회 신자가 천주교회로 옮기는 것은 장로교회에서 침례교회나 감리교회로 옮겨가는 정도의 이동에 불과한가?
지난해에 모인 WCC 제10차 부산총회는 종교다원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선교-전도 선언서’를 선포했다. 한국교회는 로마가톨릭교회와 일치를 핵심으로 하는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에 지극 정성을 다했다. 대한민국 정부로 하여금 거액의 국비를 보조하게 했다. ‘자본주의 타도’를 외치던 세계교회 지도자들은,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해운대에서 자본주의의 특권을 누렸다.
WCC 부산총회 뒤, 한국사회에는 대형사고가 거듭 발생해 왔다. 세월호 침몰로 꽃 같은 어린 학생들 수백 명이 죽었다. 지하철 사고, 비행기 추락사고, 건물 화재 사고, 자살사고, 열차 사고, 소방헬기 추락사고, 악성 언론으로 말미암은 국무총리 후보자 자진사퇴 사고 등, 이해할 수 없는 여러 재난들이 발생하고 있다.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땅에 거꾸러진 상태는 그 어떤 사고보다 더 심대하다. 대한민국은 ‘패닉(panic)’ 상태다. WCC 부산총회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개신교회와 정교회와 로마가톨릭교회가 가시적으로 하나가 되는 길이 없지 않다. 입헌군주제처럼 교황은 상징적 인물로만 존재하고, 그 조직 안에서 개신교회의 교리, 제도, 예배, 실천을 그대로 살리면 존재할 수 있다. 이 구도는 계시된 하나님 말씀, 곧 성경이 제시하는 기독교 기본 진리-교리에 일치할 때만 실현 가능하다. 로마가톨릭교회가 여러 비성경적 미신적 교리들을 폐기처분하면 이루어질 수도 있다.
현재의 교황은 종종 유별난 행동으로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교황 프란치스코께 묻는다. 성경적·역사적·이론적 근거가 없는 로마가톨릭교회의 제도와 교리들을 폐기처분한다고 선언할 용기가 있는가? 로마가톨릭교회가 역사적 기독교, 사도들의 복음에서 너무 멀리 가버렸음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겠는가? 화체설, 연옥설, ‘기록되지 않은 성경’, 사제의 면죄권, 사도직 계승교리, 교황수위권, 교황무류교리, 만인보편구원주의, 종교다원주의, 계급주의 교회론, 미신적 마리아 교리 등을 폐기한다고 선언하지 않겠는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 이후, 개신교 진보계 신학자들과 교회 지도자들은 로마가톨릭교회가 개신교회를 교회로 인정했다고 좋아했다. ‘갈라져 나간 우리의 형제들’이라고 일컬으면서 개신교회를 형제로 여긴다고 기뻐했다. 김삼환 목사는 평화방송 텔레비전 문답에서 천주교회를 ‘형님’ 또는 ‘큰집’으로 일컬었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07년에 개신교회는 교회가 아니라고 말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종래의 교회론을 바꿀 의도가 없었고, 바꾸지도 않았다고 천명했다. “유효한 성례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황과 교제하며 그에게 복속하는 주교만이 유효한 성찬을 베풀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했다. 개신교회가 참 교회가 아니라는 말은, 로마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가 ‘형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로마가톨릭교회의 교황무류성 교리에 따르면, 위 성명은 교리·신앙·도덕에 관한 것이며, 따라서 변개·취소될 수 없다.
로마가톨릭교회는 WCC의 정식회원으로 가입하지 않는다. ‘교회가 아닌 집단’과 ‘교회인 로마가톨릭교회’가 동등한 자격으로 가담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WCC 하부조직에는 회원으로 가담하여 로마가톨릭교회 신학을 이 단체에 계속해서 강화시켜 왔다. WCC의 몬트리올 보고서(1963)의 ‘전통론’ 또는 ‘대문자 T 이론’은 로마가톨릭교회를 형제 교회로 인정하고, 개신교회가 교황좌 아래로 ‘귀정’하는 길을 만들어 준 대표적 신학문서이다.
로마가톨릭교회 교황은 바티칸이라는, 지구상에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종교제국의 황제이다. 교황 방한에 얼굴을 내밀고 싶어하는 목사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NCCK 회원교회들, 특히 예장통합, 기하성, 그리고 WCC를 적극 지지했던 기독교 언론, 신학교, 대학교, 그리고 자칭 복음주의자들이 앞장서서 환영하고 싶어할 것이다.
기억하는가? 한경직 목사가 바오로 2세를 환영한 뒤 한국교회는 큰 변화를 겪었다. 꾸준히 부흥하던 교회들의 성장이 멈췄다. 저성장 시대로 돌입했다. 반면 한국 천주교회는 크게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 후 개신교회 신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 적어도 100만 명 이상이 천주교회로 옮겨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과 더불어 다가올 한국 개신교 교인 수 감소보다 더 걱정해야 할 것이 있다. 하나님은 한국 개신교회의 키를 잡고 밀 까부르듯 까불고 계신 듯하다. 쭉정이는 떨어져 나가고, 알곡만 남게 되리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복음 진리로 무장한 신앙고백 공동체는 교황의 방한으로 더욱 튼튼한 기반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최근 일본 동부지역에 몰려온 쓰나미는 핵시설을 강타하여 일본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다수의 일본인들이 외국으로 이민을 간다고 한다. 세슘(Cesium)이라는 방사능 원소의 오염이 가져올 죽음의 그림자 때문이다. 세슘의 맹독성이 너무 강하여 열도를 무인도로 만들 수 있다.
로마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 사이에는 같음과 다름, 곧 동일성과 구별성이 공존한다. 로마가톨릭교회의 독특성이 심각한 이유는 세슘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균과 같이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피해를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역사적 기독교 또는 성경적 신앙을 추구해온 개신교회의 멸절(滅絶)을 초래하게 할 수 있다. 교회를 진리의 보루가 아니라 여러 미신과 인간적인 것들의 요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어진, 유럽·북미·대양주 주류 교회들의 갑작스런 퇴락과 죽음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 교회들은 자유주의 신학을 추구하면서 로마가톨릭교회와 신앙과 직제 일치를 핵심으로 하는 WCC 운동에 적극 가담했다. 자유주의 에큐메니칼 운동이 진행되는 동안, 오랜 역사를 가진 교회들은 사실상 주검으로 변했다.
로마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의 관계는 형제인가? “주님도 한 분, 믿음도 하나”인가?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교황의 방한을 환영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교인들이 빠져나갈까 전전긍긍할 이유가 없다. 신자들이 떠날 경우, 교회를 폐쇄하면 된다. 목사직은 의식주 해결의 수단이 아니지 않은가.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에 때맞춰, 두 교회 사이에 존재하는 결정적 차이 몇 가지를 주제별로 소개하고자 한다. ‘교황 프란치스코께 묻는다’는 제목으로, 세슘이나 AIDS 같은 맹독성으로 복음 신앙에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특징들을 논하려 한다. 만인보편구원주의(종교다원주의), 사도직 계승교리(교황 수위권), 교황 무류성, ‘기록되지 않은 성경’ 교리, 마리아 교리 순으로 연재할 계획이다.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기독교사상연구원 원장, 전 고신대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1989-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