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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주의 신학자들의 오판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를 앞두고, 복음주의계 일부 신학자들은 WCC를 환영하고 이 단체에 들어가서 에큐메니칼 신학을 복음주의적으로 변화시키자고 주장했다. 복음주의자들이 WCC 신학을 바꾸고, 신념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필자와 친분이 두터운 저명한 신학자들과 고려신학대학원의 일부 동료 교수들도 그러했다. 상당수 학자들은 이 단체를 환영하지는 않으면서도 입을 굳게 댜물고 있거나, WCC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고 하면서 아무런 이의 제기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WCC 부산총회를 앞두고서, 일부 신학자들은 WCC 참여 인사들과의 친분관계가 깨지거나 교계가 분열될 것을 걱정하여 침묵했다. 어떤 신학자들은 WCC를 선도하여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신학자 또는 신학관련 학과에서 가르치는 분들은 WCC에 찬성하지는 않으나 기독인들 사이의 갈등을 표면적으로 노출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반대하지 않았다.

 

예장 통합 소속 에큐메니칼 신학자들은 WCC에 대한 필자의 비판이 사실무근이며 오해라고 강변했다. 이 사안은 심각하다. 신사참배가 우상숭배가 아니라고 강변하던 일제말기의 교회 지도자들을 닮았다. 사람이 실수하는 것과 전문가의 지적 오판과 고의적인 거짓증거는 각각 차원이 다르다. WCC 신학에 대한 위 신학자들의 거짓증거는 한국교회사의 한 면을 어둡게 채우리라. 이 사안은 <WCC 바로 알라: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하지 말라>(2013)이형기 박성원 교수께 묻는다”(<리포르만다> 2013.12.11.)에 개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신학자의 의도적인 기만과 거짓증거는 논외 사안으로 제쳐 두더러라도, 복음주의 신학자들 곧 전문성을 가진 지식인들의 오판이 어느 정도로 교회에 심대한 피해를 끼치는가를 분명하게 밝혀둘 필요가 있다. 복음주의자들의 오판은 이단보다 더 위협적이다.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하게  한다. 주전자 안의 개구리처럼 시류에 적응만하다가 회생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허비하게 한다. 복음주의 신학자들의 오판은 한국교회가 유럽, 북미, 호주의 주류 교회들처럼 생명력을 상실하도록 한다. 원수 앞에서 스스로 무장해제하도록 한다. 복음주의자들의 오판은 교회의 생명력 상실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필자가 WCC 부산총회에 시종 참석하여 확인한 것 가운데 하나는 이 단체의 신학에 대한 필자의 연구 결과가 정확하다는 사실이다. <WCC 무엇이 문제인가?>(2010), <신학충돌>(2012), <신학충돌 II>(2013)에 담긴 내용과 신학적 판단과 예측은 적중했다. <에큐메니칼운동과 다원주의>(2004)가 중요한 책이라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 책들에서 지적하거나 예견한 것 어느 하나도 빗나가지 않았다. WCC는 자신의 신학을 복음적으로 변개하거나 수정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1960년 이후 복음적 변화를 허용한 전례가 없다.

 

WCC 부산총회는 종교다원주의, 혼합주의, 종교대화주의, 사회구원 지상주의, 용공주의, 로마가톨릭주의, 개종전도 금지주의, 가시적 교회일치주의, 성경불신주의 등을 변함없이 지향함을 보여주었다. 북한의 인권 탄압에 침묵하고 있다. 한반대륙 건을 다루는 장소에 참여한 진보계 인사들은 마치 평상에서 사절로 참석한 것 같은 견해를 지니고 회의를 이끌었다. WCCNCCK는 북한 정부의 어용단체인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20146월 제네바에서 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처럼 이 단체들은 용공주의 성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WCC 부산총회가 선포한 새로운 선교-전도 선언서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과 영원한 생명(zoe)에 관한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반면에 '하나님의 구원하는 은총에 대한 한계를 두지 않고라고 종교다원주의 진술이 명시되어 있다. 이 단체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하나님과 화해되고 구원을 얻는 진리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예수 믿지 않아도 하나님의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WCC 부산총회는 동성애를 용인한다고 결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정서적으로 동성애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WCC가 교회를 죽인다"( WCC KILLS CHURCH)라는 항의 문구에 감동을 받은 어느 동방교회 대표자가 이를 언급하면서 강한 반대를 한 탓으로 지지 결의를 하지는 못했다. 폐회 집회 설교자인 남아공화국의 어느 성공회 사제는 동성애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노라고 말하고, "세계의 종교(기독교) 지도자들이 나처럼 여러분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설교했다. "성경이 금한다고 하여 우리가 그것을 꼭 따를 필요가 무엇인가, 우리들이 의견수렴을 거쳐 괜찮다, 지지한다고 결의, 선포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외쳤다.


WCC가 성경을 아전인수격으로 언급하지만, 의견수렴이 성경보다 더 높은 권위를 가진다. 신앙과 행위의 최종 표준은 성경이 아니다. "오직성경"이 무시되고 십자가에 못 박힌 대속자--중보자 예수 그리스도가 없는 '기독교'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WCC를 지지하는 한국인 신학자들은 이 단체가 하나의 가시적 교회(Una Sancta)를 모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형기 교수는 하나의 가시적 교회를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한국천주교와 함께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를 창립했다. 개신교회와 로마가톨릭교회의 신앙(신앙고백, 교리)과 직제(order, 헌법, 제도)를 통일시켜 교황좌(敎皇座, The See) 밑으로 귀정(歸正)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개신교회들을 교황좌 밑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한국 에큐메니칼 호는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

 

복음주의 신학자들이  부산총회를 계기로 이 단체가 성경적 방향으로 돌이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은 WCC의 기만성에 말려든 결과이다. 이들의 목소리는 한국 안에서도 세력을 확대해 가는 자유주의 신학과 탈기독교 운동에 힘을 제공했다. 필자는 WCC1960년 이래 한 번도 복음주의자들의 권면을 받아들여 신학의 방향을 성경적으로, 복음적으로 바꾼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이를 거듭 강조해 왔다. WCC의 신학과 역사적 기독교의 신학은 흑백처럼 대조적이다. 타협, 화이부동이 불가능하다. 패러다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둘은 서로 야합하여 교회를 죽게하던지 아니면 행성들이 맞닥드리듯 신학충돌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복음주의 신학자들은 오판을 고집했고,  지금까지 철회하지 않았다.


신학자 칼빈은 "개는 그 주인이 공격을 받을 때 짖는다. 만일 하나님의 진리가 공격을 맏는데도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침묵한다면 나는 개만도 못한 겁쟁이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WCC에 적극성을 보인 복음주의 신학자들의 태도는 주인이 원수의 공격을 받아 피를 흘리고 있는데도 짖지 않거나 오히려 원수와 야합하여 주인을 찢어 상하게 하는 개와 다르지 않다. WCC에 들어가서 이 단체의 신학을 복음주의적으로 변화시키자고 주장한 신학자들의 오판이 어리석었다거나학자적인 역량이 부족했다는 따위의 평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복음주의 신학자들의 오판은 한국교회를 덮친 쓰나미를 환영한 것과 같다. 피해 증상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진보와 보수가 다르지 않거나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갖게한다. "에큐메니칼이야 말로 에반젤리칼이다"는 따위의 궤변이 성행하도록 한다. 예수 없는 기독교에 무감각하게 한다. 최근 NCCK 회원교회들과 천주교회가 "신앙직제위원회"를 만들어 교리를 무시한 단일교회 만들기를 도모하였다. 자유주의 신학과 정통신학에 대한 감각이 없도록 만들었다. 서울에서는 사제들, 목사들의 지지를 받는 성소수자들(동성애자)의 향연이 성대히 치루지고 있다. 이러한 사태들에 대한 복음주의 신학자들의 무반응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유보적 칭의론"에 따르면, 중죄를 범한 기독인의 칭의와 구원은 심판대에서  비로소 확실해 진다. 교회의 생명력을 앗아가고 적에게 신앙고백공동체를 내어주도록 하여 분탕질 당하게 한 신학자의 오판은 사소한 죄가 아니다. 묵과해 버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세월호 선장에게 무거운 책임이 있다면, 수많은 영혼들이 믿음에서 떨어지게 하고 교회로 하여금 자유주의라는 죽음병에 걸리게 한 책임은 간과할 수 없다. 교회와 성경적 진리를 방어하는 울타리를 허물고 수많은 영혼들을 죽음 또는 사경으로 내몰고 간 책임이 있다.


'유보적 칭의론'에 따르면 참회하지 않는 복음주의 신학자들은 하나님의 심판대에서 유보적 칭의론자들과 함께 지옥행 선고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 '칭의와 구원에 이르는 참회'는 목숨이 붙어 있는 동안만 할 수 있다. 신학적 사안에 대한 참회고백은 기록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오판으로 교회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복음주의 신학자들의 '생명에 이르는' 참회와 공개적인 참회고백 선언문 발표를 기대해 본다.


최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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