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저널

톰 라이트와 김세윤의 신학은 같지 않다

 

김세윤 박사(풀러신학교 교수)의 신학 내용에 대해 뜻있는 몇 명의 목사들이 모여 비평적 독서와 연구를 진행했다. 협업으로 <현대 칭의론 논쟁, 김세윤의 유보적 칭의론 고찰>(CLC, 2017)를 출판했다.

 

김세윤의 신학보다 톰 라이트 신학이 훨씬 유명한 것이 지금 상황이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김세윤과 톰 라이트의 신학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김세윤 신학을 이해 못하고, 톰 라이트의 신학이 유행한다면, 결국 한국교회의 신학 수준은 유행을 따르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톰 라이트의 신학보다 더 유행하는 신학이 등장하면 결국 그곳으로 갈 것이다.

 

김세윤의 칭의 이해를 “유보적 칭의”라고 제시한 것은 최덕성 박사(브니엘 신학교 총장)이다. 김세윤은 그 정의를 인정하지 않으며 ‘선취’라는 개념을 제언했다. 선취는 미래의 결정을 현재 적용한 것으로, 칭의가 종말까지 유보된 것이다. 최덕성이 제시한 “유보적 칭의”라는 정의는 틀리지 않다.

 

F.F 브루스가 김세윤의 <바울 복음의 기원>을 메이천의 <바울 종교의 기원>에 필적한 수준으로 추천했다. 필자는 총신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에서 김길성 교수의 수업 중에 그 부분을 언급하며 연구를 제안했다. 필자는 학위 과정을 끝내고 위 책 두 권을 독서했다. 그리고 김세윤과 메이천의 사상이 일치되는 부분이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부르스의 평가가 옳지 않다는 소논문을 <개혁논총>(26권, 2013년)에 발표했다.

 

김세윤과 톰 라이트에 대해 신약 전공자들에게 문의를 했다. 대부분은 두 신학자가 유사하거나, 김세윤 교수가 톰 라이트 진영으로 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세윤은 대신학자이기 때문에, 쉽게 자기 견해를 굽히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는〈바울신학과 새관점〉(두란노, 2002년)에서 새관점학파(NPP)의 제임스 던의 신학을 신랄하게 비평했다. 같은 류의 사상을 가진 톰 라이트에게 전향한다면 그 과정을 반드시 말해야 할 것이다. 김세윤의 강력한 새관점의 비평에도 한국 교회에 새관점학파가 점령한 것은 새관점학파의 파도를 막지 못한 것이다. 새관점학파의 세계에서 김세윤의 신학도 유사하게 보일 뿐, 두 신학자의 사상은 분명한 차이점을 보인다.

 

두 신학자의 공통점은 첫째, 16세기 종교개혁의 칭의 이해(이신칭의)를 거부하는 것이다. 둘째, 칭의 시점이 미래에 있다. 셋째, 칭의에서 그리스도의 피의 구속이 없다. 넷째, 성경 권위에 계시 문서(정확무오한 성경)로 보지 않는 것에서 같다.

 

다른점은 첫째, 예수 이해이다. 김세윤은 예수를 “그 사람의 아들”로 규정하고, 유대묵시 선지자로 평가했다. 톰 라이트는 유대인의 한 선지자로 평가한다. 김세윤은 묵시사상이 BC 2세기 무렵에 발생한 것이고, 톰 라이트는 BC 6세기에 발생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다니엘서 저작 연대도 서로 다른 견해이다.

 

둘째, 김세윤은 종교사학파적 견해를 따라서 예수가 열방을 이끌 선지자로 평가하지만, 톰 라이트는 예수가 아브라함 자녀로 복속시킬 선지자로 평가한다. 종교사학파는 독일을 기반으로 여전히 건재하고, 새관점학파도 영미계열에서 건재하다.

 

새관점학파의 출발은 샌더스의 선생인 데이비스(W. D. Davies)로 봐야 한다. 데이비스는 랍비를 연구했고, Paul and Rabbinic Judaism: some rabbinic elements in Pauline theology(S.P.C.K, 1948년)를 발표하며 선도했다. 기존의 헬레니즘(종교사학파)의 흐름에서 랍비 문헌으로 연구 방향을 만든 것이다. E. P Sanders, Paul and Palestinian Judaism: a Comparison of Patterns of Religion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77)가 출판했고, 이것은 던(Dunn)이 바울에 대한 새관점(New Perspective on Paul)이라고 제안했고, 톰 라이트가 구체화시켰다.

 

김세윤은 독일의 신학을 기반으로 신학을 구축하여 영미에서 활동했다. 한국 신학은 영미계열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톰 라이트가 우세한 것처럼 보이지만, 세계 신학에서 독일의 위치를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새관점학파가 2차 대전 이후에 형성된 친유대주 사고에 매우 적합할 뿐이다. 종교사학파는 자유주의 때부터 내려오는 신학 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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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김세윤은 “칭의와 성화의 동일”을 강조하지만, 톰 라이트는 “언약”을 강조한다. 김세윤이 톰 라이트의 겟팅인(getting in, 획득)이 아니라 스테인(staying in, 유지)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칭의와 성화를 하나로 보는 경향에 위배되지 않기 때문에 긍정한 것이다. 칭의와 성화는 루터나 칼빈이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았다. 루터는 칭의를 강조했고, 칼빈은 성화가 아닌 성령으로 그리스도와 연합됨(bond)을 강조했다. 칭의와 성화를 우선을 강조한 것은 이신칭의 교리를 무력화하려는 진영에서 주장한 것이지, 개혁파에서 우선을 제시하는 신학자는 없다. 그럼에도 김세윤과 톰 라이트는 다른 내용을 견지하고 있다.

 

넷째, 김세윤의 신학 구조는 신 의지의 불변에 근거를 두고 있고, 톰 라이트는 신의 충성에 두고 있다. 그는 THE FAITHFULNESS OF GOD를 “하나님의 신실하심”으로 번역했다. FAITHFULNESS의 일차 의미는 충실, 충직, 충성이다. 우리 번역자들이 신(神)에 충(忠)을 부착하지 못해 신(信)으로 번역했다고 보아야 한다. ‘신실(信實)’을 우리말로 하면 ‘믿을만한’ 것이다. 좀 과격하게 표현하면 김세윤은 모든 인류 구원이 하나님의 의지에 있다고 평가한 것이고, 톰 라이트는 아브라함의 가족으로 만드는 것이 믿을만하다고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두 진영은 유대주의를 존중하는 태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유사하다.

 

다섯째, 메이천은 1세기 바울보다 유대주의를 더 잘 알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김세윤과 톰 라이트는 바울보다 더 유대주의와 1세기 팔레스타인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1세기 전의 과거 시간도 재현하지 못한다. 그런데 2,000년 전 상황을 고고학 몇 점의 유물로 평가하고 있다. 김세윤은 성경비평학을 적극 활용하는 학자이고, 톰 라이트는 유대주의를 근본으로 마치 보수적인 자세로 보이는데 김세윤 보다 더 과격한 비평(문학)을 전개한다.

 

톰 라이트는 루터보다 칼빈을 더 선호한다고 말한다. 이는 교묘한 트릭(속임수)리라 생각된다. 칼빈의 기본은 성경에 감동된 정확무오한 계시인 성경이라 보는데, 라이트는 그런 견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제임스 던은 샌더스가 구체화한 개념을 ‘새관점’으로 규정했다. 던이 무엇을 근거로 ‘새관점’이라고 했는지 알 수 없다. 던이 ‘구관점’이 무엇인지는 지목하지 않았다. 독일의 종교사학파인지, 16세기 종교개혁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샌더스의 규정은 신학계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할 정도로 파격적인 것이다. 새관점학파의 진술은 두 개념과 다르다.

 

김세윤은 16세기 종교개혁에도 새관점학파의 견해에도 아닌 자기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고 이해한다. 즉 신학계에는 세 견해에 칭의 이해가 공존한다고 보아야 한다. 두 진영(김세윤과 새관점학파)는 16세기 종교개혁의 칭의 이해에 대치하고, 16세기 종교개혁의 칭의 이해는 두 진영에 모두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제 4의 길을 창안할 학자는 아직까지 없고, 양다리를 걸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세윤은 새관점에 편입하거나 한 다리를 걸치고 있지 않고, 자기 신학 체계를 고수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고경태 ktyhbg@hanmail.net / 본헤럴드의 기사(2018.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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