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규왕
교회사가와 역동적 사고
저명한 교회사가 필립 샤프(Philip Schaff, 1819-1893)는 자기 시대의 프로테스탄트 교회사를 “로마가톨릭교회와 일치 과정의 역사”라고 말했다. 스위스 출신 신학자로, 튀빙겐, 할레, 베르린 대학에서 공부했다. 도미하여 독일개혁신학교(펜실베니아 주 머서버그 시)에서 가르쳤다. 그가 저술한 <프로테스탄티즘의 원리들>(The Principle of Protestantism, 1844)이라는 저작물도 로마가톨릭적 성향을 보였다.
샤프의 주장은 프로테스탄트 신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반대자들은 '친가톨릭주의자', '이단자'라고 비난했다. 그는 복음주의 노선에 서서 교회 일치운동을 했다. 성경 무오성 교리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샤프는 고대교회의 이단으로 알려진 몬타누스주의(Montanism)를 이단으로 보지 않는다. 라틴계 최대 신학자 터툴리아누스(Tettulianus, 155-240)가 몬타누스파에 가담한 행보에 부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는다.
사프가 가르치던 신학교가 전쟁 중 복수심의 대상이 되어 휴교함에 따라, 그는 미국에서 최초로 세워진 신학교 앤도버신학교(보스턴 지역)에서 강의를 했다. 1870년에 뉴욕의 유니온신학교 교수로 부임했다. 거기서 방대한 분량의 <기독교회사>(History of Christian Church)를 저술했다.
교회사가들의 사고는 대체로 역동적이다. 교회사가는 사물을 망원경적으로 통찰한다. 고착된 범위나 정해진 테두리만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 편과 저 편, 앞과 뒤, 위와 아래를 통합적으로 보고 사실과 가치를 판단한다. 규범과 맥락을 동시에 이해한다. 그래서 비범한 것을 생각하고, 예측하고, 획기적인 대안을 세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기독교의 최대의 과제는 무엇인가? 로마가톨릭교회와 프로테스탄트교회의 재결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가? 가톨릭의 규모가 훨씬 크다. 두 교회는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종교개혁운동의 기수 마르틴 루터는 로마가톨릭교회의 사제였다. 루터는 자기의 이름을 단 교단이 등장하기를 기대하지 않았다. 독립 교단, 교파를 세우려 하지 않았다. 그가 원한 것은 리포르만다였다. 교회의 줄기찬 개혁이다. 특히 이신칭의 중심의 교리의 개혁을 희망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의 교회를 세웠다. 그 이상의 교회를 세우지 않았다. 로마가톨릭교회는 ‘하나’를 단일 교직계급 제도로 여긴다. 프로테스탄트는 '하나'를 사도성에 기초한 신앙고백의 단일성으로 본다. 예수는 신앙고백공동체를 세우려고 했다(마 16:17-18). 교회는 초기기독교의 신앙과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하나님의 법도를 따라 살아가는 신앙고백공동체다.
예수 그리스도는 ‘교회’라는 이름을 가진 전제군주제 형태의 관료기구를 세우려 하지 않았다. 비성경적인 계급주의적 전제군주형태의 교계(敎階) 집단을 세우려 하지 않았다. 교회의 존재는 교황청의 성명, 교황의 교서, 공의회의 결정, 로마가톨릭교회의 권위와 교리에 달려 있지 않다. 로마는 개신교회를 ‘교회’로 인정하지 않는다. 로마가 이를 인정 하느니 하지 않느니 하는 논의는 ‘수레를 말 앞에 두는 오류’처럼 잘못된 전제를 가지고 있다.
프로테스탄트와 로마가톨릭 두 교회가 재결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 많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역동적으로 생각하면 마냥 불가능하지 만은 않다. 로마가톨릭교회가 미신적이고 사도들의 신앙에 부합하지 않는 교리들을 버리는 리포르만다, 대 변혁, 그리고 아조르나멘또에 들어가면 가능할 수 있다. 프로테스탄트교회와 로마가톨릭교회의 재결합 주장에는 향후 500년 또는 1000년을 바라보는 신학자의 안타까움이 담겨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프로테스탄트교회를 로마가톨릭교회 안으로 귀정(歸正)시키려다 실패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재결합은 교황제도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라는 조직체의 단일화는 교회 일치의 최종 목표가 아니다. 진정한 일치는 ‘진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신앙고백적인 하나 됨이다. 로마가톨릭교회가 비성경적이고 초대교회와 사도들의 신앙에 부합하지 않은 교리들과 교회제도를 개혁하면, 교회의 일치가 가능할 수 있다.
일부 기독인들에게는 로마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재결합'이라는 발상이 매우 엉뚱한 것일 수 있다. 반어법(irony)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심한 난독증(難讀症) 장애를 가진 이들은 배교자, 변절자라는 용어를 앞세워 공격하리라.이단이 회개해도 받아주지 않을 태세다. 야고보는 “너희가 알 것은 죄인을 미혹된 길에서 돌아서게 하는 자가 그의 영혼을 사망에서 구원할 것이며 허다한 죄를 덮을 것임이라”(약 5:20)라고 말한다.
리포르만다(기독교사상연구원)는 종교개혁 500주년의 최대의 과제가 로마가톨릭교회와의 관계 정립이라고 생각하면서 ‘종교개혁과 현대 로마가톨릭교회’라는 주제로 2017.12.11. 브레드유니버시티 부산 스튜디오에서에서 제10차 학술회를 개최한다. 세계복음화의 길을 모색하고 학문의 깊이를 더하는 마당이다. 교회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교회 방향에 대한 예측성을 가진 학자들의 통찰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다.
학술회 논의 주제는 교회와 선교에 매우 실제적이다. 리포르만다는 유유미션(University Ubiquitous Mission) 산하 학술회(기독교사상연구원)이다. 유유미션은 신학강의 공급선교와 영혼 선점(先占)에 주력한다. 중국어, 영어, 스페인어 권을 일차 대상으로 삼는다. 주 선교 대상지역 가운데 하나가 로마가톨릭교회가 장악하는 라틴아메리카 지역이다. 로마가톨릭 바탕 지역에서 선교를 하려면 종교적 선지식이 필요하다. 로마가톨릭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임해야 하는가 아니면 우호적으로 형식적이고 이름뿐인 로마가톨릭 신도들에게 구원의 복음, 이신칭의의 진리, 성경적 가르침을 전하고 개종하게 할 것인가?
교회는 신학과 더불어, 건전한 신학은 선교-교회와 더불어 행진한다. 현대 로마가톨릭교회를 정확히 이해하려 함은 기독인이 자신의 신학적, 신앙고백적, 교회적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일이다. 라틴계 세계복음화에 이바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음 500년을 향해 출발하는 즈음에 열리는 리포르만다 학술회의 교의학, 교회사, 선교학 논의는 지구촌 세계복음화에 유익한 학문적, 역동적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라은성 교수 (총신대), “종교개혁에 대한 현대 로마가톨릭교회의 이해”, 윤춘식 교수 (아신대), “로마가톨릭교회 세계관 5가지: 선교현장의 목소리”, 차영훈 교수 (브니엘), “천주교와 개신교의 교리 차이”, 최덕성 총장 (브니엘), “프로테스탄트교회와 로마가톨릭교회의 재결합을 향한 교회론 대화”, 최더함 박사 (아리엘), “남북통일과 교회의 일치" 등의 논문을 발표한다.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리포르만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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