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명을 가진 남한 노회들
예장 고신 총회가 행정구역에 따른 노회구역 조정과 노회명칭 변경 안을 통과(2017.9.21.)시켰다. 최근 가입한 80여개 교회들만 잠정적 예외로 두고, 노회 구성을 전면 재조정 개편하기로 결의했다.
새 노회구역 명칭을 아날로그 식으로 명명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예컨대 경기남부노회라는 명칭보다 분당노회, 부산동부노회 보다 해운대노회, 인천북부노회 보다는 부평노회 등 세분화하여 큰 지역 명칭을 따름이 디지털 개념에 부합한다. 이해하기 쉽다.
장로교 제도의 장로회(통칭 노회) 구분은 지역 중심 원칙이다. 당회, 대회, 총회도 지역 중심으로 구분된다. 부산에 있는 교회가 서울에 있는 노회에 소속되거나 인천에 있는 교회가 그 지역 노회에 속하지 않고 구역 경계를 초월하는 별도의 노회를 구성하는 것은 장로회 질서에 어긋난다.
남한 안에는 북한 지명을 따르는 노회들이 많다. 이 노회들은 지역 구분을 초월한다. 평양, 평안, 황해, 함경 등의 북한 지역 명칭을 붙이고 있다. 예장 통합과 예장 합동 안에 있는 이러한 노회들의 많다. 이 명칭들은 스스로 장로회 원리에 불일치하며, 개혁신학 전통에 충실하지 않음을 반영한다.
조선예수교장로회는 1944년에 폐쇄되었다. 한국교회 또는 조선교회라는 조직체가 사라졌다. 지역 노회들은 일본기독교단에 편성되었다. 광복 후 남한의 기독인들이 장로교회(노회)를 다시 조직할 때 월남한 기독인들은 끼리끼리 노회를 구성했다. 지역적 구분이 원칙이지만 남북통일을 앞둔 임시적 조처라는 단서를 달아 이해를 독려했다.
북한지명을 가진 노회들이 설립된 때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역성을 초월하는 여러 개 노회들이 존재하고 있다. 분립하여 많은 수로 증가했다. 평양노회는 동평양노회, 남평양노회, 서평양노회 등 여러 개의 노회로 증가했다. 북한 지명을 가진 노회 구성원들이 모두 월남한 기독인들은 아닐 것이 분명하다.
장로회 질서에 위배되는 현재의 구도는 설립된 지 1세기가 되어도 바뀌지 않을 듯하다. 남북통일이 이루어지면 사라질까? “끼리끼리”라는 인본주의 정신과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가능할 것이다.
왜 장로회는 지역별 노회 구성을 원칙으로 하는가? 그리스도의 교회의 본질에 해당하는 속성인 보편성 또는 공교회성을 중요하기 여기기 때문이다. 기독인은 그리스도가 이끄는 한 몸에 속한 지체들이다. 기독인들로 구성된 교회, 노회, 대회, 총회는 출신 성분과 지역성을 따지는 정치집단이 아니다. 성경적 원리와 장로회 치리원리 그리고 합리성에 따라 그리스도의 몸을 섬기는 신앙고백공동체이다.
“끼리끼리” 노회 편성은 인간중심적이다. 지역성, 파당, 파벌, 교권을 조장할 수 있다. 효과적인 교회행정과 치리 시행을 어렵게 만든다.
장로교 노회 편성 원리는 복음전도와 교회운영을 효과적으로 하도록 제도화한 조상들의 지혜를 담고 있다.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교회는 지역 중심의 노회에 속하여 질서 있게 신앙생활을 할 의무가 있다. 개혁신학 전통과 정신에 일치하는 교회개혁이 요청된다.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교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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