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한야(Ein Hanya) 연못/ 김용규 페북 사진
빌립이 이곳에서 세례를 베풀었는가?
최근 어느 신문에서 “빌립 집사가 에디오피아 내시를 침례한 EIN HANYA 못”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다. 위 사진과 함께 실려 있었다. 인터넷 카페에 실린 글과 사진도 보았다. 김용규 목사(데이비드 김, 해피성지연구소, 크리스찬해피투어)가 쓴 글이다. 글의 요지는 위 사진의 장소가 빌립이 에디오피아 내시에게 '침례'를 준 곳(행 8:38)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1980년대 초에 집사 빌립이 에디오피아 내시에게 세례를 준 곳(행 8:38)에 대한 지리학적, 고고학적 탐색을 했다. 당시, 미국 예일대학교 학생 신분으로, 현지 대학교의 고고학 교수들의 조언을 받아 연구했다. 연구결과를 '세례양식'에 관한 주제로 쓴 한 권의 책에 담아 컬러 사진과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현지의 전문가 학자들의 조언을 받고, 그곳 마을 사람들이 알고 있는 구전(口傳) 정보, 현지 조사 결과를 종합한 내용이다.
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빌립이 에디오피아 내시에게 세례를 베푼 곳은 위 사진과 전혀 다르다. 그곳은 예루레헴에서 가자로 가는 도로 곁에 있다. 2000년 전에 사람들과 마차가 통행하던 사막지대 큰 도로 아래에 있다. 길에 차를 세우고 열두 계단을 내려가면 로마지배 초기에 만든 것으로 알려지는 물 저장고가 있다. 아랫부분의 구멍을 열어제치면 물이 나옷다. 빌립이 그 물을 떠서 내시의 머리에 붓고 온 몸을 씻는 형식으로 ‘세례’를 베푼 것이 거의 확실하다.
주장을 정당화하려면 타당한 근거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주장과 근거의 일치 또는 논지와 논거의 일치가 정확성, 호소력, 학문성을 보장한다. 김용규 목사는 빌립이 엔하야(Ein Hanya) 못에서 이디오피아 내시에게 침례를 주었다고 한다. 아주 단호하게 "이곳이 그곳이다"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러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역사적, 지리학적, 고고학적 근거를 언급하지 않는다.
김용규 목사가 곁들어 실은 사진에는 연못 옆에 비잔틴 수도원 폐허가 보인다. 옛 수도원 터를 빌립이 세례를 베푼 곳이라는 증거로 삼으려는 것일까? 수도원 폐허는 위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위 사진의 못의 용도는, 베들레헴 부근에 있는 솔로몬의 저수지처럼, 물을 모아 식수로 사용할 목적으로, 또는 저장된 물이 수로를 거쳐 베들레헴이나 예루살렘렘 또는 다른 저수지로 흘러가게 하려고 샘 곁에 인공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사막지대인 유대광야에는 물이 아주 귀하다. 침례를 시행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물은 곧 생명이다. 예루살렘과 주변의 주민들은 빗물을 모아 1년 내내 사용한다. 만약 위 사진이 보여주는 못에 사람들이 들어가 '침례'를 받고 또 베풀었다면 동네사람들의 몽둥이에 맞아 죽을 가능성이 크다. 예루살렘과 그 주변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유대인 '미끄베'는 침례탕이 아니라 세례용 물 저장고라고 봄이 옳다.
빌립이 에디오피아 내시에게 세례를 주었다는 곳이라고 주장하려면 아래의 12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 장소는 (1) 예루살렘에서 가자로 내려가는 길목에 있다. (2) 두 사람 이상 또는 여러 사람이 탄 수레바퀴 마차가 통행하는 도로 곁에 있다. (3) 지친 여행객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곳이다. (4) 외국인 여행객이나 방문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곳이다. (5) 마차를 멈추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접근성이 좋은 곳이다. (6) 광야-사막성 지대에 있다. (7) 두 사람이 도로에서 함께 물 있로 내려가고, 함께 물에서 올라오는 구조이다. (8) 길에서 마차를 세우고 내려가는 형태이다. (9) 마을 사람들에게 “이곳이 그곳이다” 라고 구전(口傳)되는 곳이다. (10) 고고학 연구가들이 바로 그 장소라고 증명, 추정하는 곳이다. (11) 사도행전은 못, 연못이라고 하지 않고 "물 있는 곳"이라고만 한다. 많은 물보다 적은 샘물이 있는 곳일 가능성이 크다. (12) 일반인의 접근이 가능하고 '침례'가 허락된 곳이다. (13) 엔한야 못이 만들어진 연도가 빌립의 세례 이전이다.
김용규 목사가 제시하는 위 사진을 보면, 못이 있는 곳이 협곡의 윗 부분이다. 연못 아래 쪽에 협곡 도로가 있다. 수레바퀴가 달린 마차가 이 지역을 통행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지형은 두 사람이 길에 마차를 세우고 "함께 물 있는 곳으로 올라 가고" 또 예식을 마치고 나서 마차 있는 곳으로 내려가야 하는 형세이다. 성경은 두 사람이 "물로 내려가"(행 8:38)라고 기록한다. 빌립가 내시가 여행객들에게 잘 알려진 물 있는 곳에 이르자 마차를 세우고 함께 물 있는 곳으로 내려갔고, 예식을 마치고 함께 물 있는 곳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하늘 아래에 완전한 것이 어디 있으랴. 김용규 목사의 주장이 옳을 수 있다. 그의 주장이 옳으면 내가 현지에서 공들여 연구한 것은 무용지물이다. 그럴지라도 사실을 알게 되어 반갑기 그지없다.
엔한야(EIN HANYA) 못에 대한 현지 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이나 이스라엘 정부 관련 기관이 연구를 하여 문서로 기록하여 둔 보고서가 있을 수 있다. 내가 연구한 이래, 지난 30년 동안 빌립이 세례를 베푼 장소에 대한 고고학적 연구와 학술 발표가 없었는지 궁금하다. 고고학이나 성경지리 탐색 작업을 지속하지 않은 탓으로 나는 성경 관련 고고학 분야의 풍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김용규 목사는 자신이 이 사진을 직접 찍었다고 한다. 주장이 호소력을 가지려면 근거가 필요하다. 김용규 목사께 결례를 무릎쓰고 물어보고 싶다. 위 주장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근거가 무엇인가? 위 사진의 장소가 빌립이 세례를 베푼 그곳인지 어떻게 알았는가? 답글, 댓글을 부탁한다.
최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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