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자데와 데자뷔
원제: 데자뷔의 반대말은 행복
“데자뷔의 반대말이 뭔지 알아?” TVN 예능프로그램 ‘텐트 밖은 유럽’에서 배우 유해진이 느닷없이 다른 출연자들에게 한 말이다. 데자뷰의 반대말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
다들 모른다고 하자 유해진은 ‘뷔자데’라고 했다. ‘데자뷔’의 순서를 거꾸로 발음했다. 참말인 듯 장난인 듯한 말을 하자, 일행은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하여 깜짝 놀랐다. “어, 있다 있어”라고 소리쳤다. 2022년 8월에 있었던 일이다.
데자뷰(Dejavu)는 프랑스 말이다.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데도 언제 어디선가 이미 경험한 일인 것처럼 느끼는 기시감(旣視感)을 뜻한다.
그렇다면 데자뷰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유해진이 장난인 듯이 말한 뷔자데는 실제로 국어사전에 등재된 신조어이다. 매일 겪는 일인데도 마치 처음 겪는 것처럼 낯설게 느끼는 현상을 의미한다.
하지만 뷔자데는 역발상으로 생성된 신조어일 뿐이다. 프랑어로 여러 번 겪은 일인지만 마치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을 뜻하는 단어는 자메뷔(Jamais vu)이다.
이를 기시감(旣視感)과 대비하여 표현하면 미시감(未視感)이 된다. 비록 뷔자데가 국어사전에 등재된 신조어라고 하지만 그래도 데자뷔가 프랑스 말이라면 반대말도 프랑스 말로 기억하는 것이 좀 나아보인다.
처음 겪는 일을 전에 경험한 것처럼 느끼는 데자뷔 현상은 누구나 흔히 겪는 일이지만 익숙한 일, 매일 겪는 일을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그 정도 되면 치매 환자가 아닐까?
그런데 나는, 치매 환자는 아니지만, 매일 겪는 것을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는 일이 있다. 내가 아내를 교회에서 처음 만난 것이 중학생 때였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후에 결혼하여 아내를 알고 지낸 세월이 무려 47년이다.
그런데 47년 전부터 알았고 35년간 매일 보고 있는 아내가 지금도 새롭고 신기하고 사랑스럽다. 그래서 한집에 사는 아내를 향해 툭하면 ‘사귀고 싶다’는 치매 환자 같은 말을 한다. 어떤 일이 있어서 외출하게 되면 10분이 못 되어 아내에게 전화해서 ‘보고 싶다’고 한다. 나는 아내를 볼 때마다 뷔자데를 느낀다.
나는 세 아들을 각각 35년, 33년, 24년간 보고 산다. 그런데 수십 년 동안 같이 사는 아들이지만 다시 보면 마치 처음 본 것처럼 예쁘고 새롭다. 그래서 날마다 아들들을 안아주며 너무나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고 고백한다. 나는 아들들을 볼 때마다 어디서 생겨났는지 신통하고한 자메뷔를 느낀다.
나는 밥을 먹을 때마다 너무나 맛있어서 ‘밥아 너 본 지 오래다’라고 하면서 먹는다. 평생 밥을 너무 좋아하다가 당뇨병에 걸렸으면서도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이렇게 밥이 맛있으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태국이나 중국을 여행할 때 그 나라의 독특한 향이 배어있는 음식도 다 맛있다. 그런데 집에서 아내가 차려주는 밥은 더 맛있다. 세상에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 같다. 나는 밥을 먹을 때마다 미시감을 느낀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3만 불이 넘은 시대에 사람들은 배가 불러서 웬만한 것에는 싫증을 느낀다. 어디 맛집에 가서 음식을 먹어도 좋은 줄 모르는 사람이 많고, 옷으로 가득 찬 옷장 문을 열고도 입을 옷이 안 보이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은 가지고 더 가져도 행복을 모른다. 바보들이다.
그러나 나는 행복하다. 나 같은 촌놈이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이렇게 좋은 가족과 이렇게 좋은 것을 먹고 사는데 더 무슨 불만이 있단 말인가?
나는 매일 먹는 음식이 하도 맛있어서 처음 먹어보는 것처럼 느낀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행복하다. 바보는 항상 행복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내가 바보인가? 아니면, 모든 좋은 것에 싫증을 느끼며 행복을 모르는 그 사람들이 바보인가?
어쩌면 나는 바보일 것이다. 바보가 맞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계속 바보로 살고 싶다. 이것이 꿈이라면 아무도 나를 깨우지 말라. 내가 생각하는 데자뷔의 반대말은 바로 행복이다.
최광희 목사/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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