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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교리를 설파했는가?

 

성경공부에만 매진하고 교리 공부를 소홀히 하면 위험할 수 있다. 인간의 한계 때문이다. 성경공부와 성경적 교리공부는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르다. 성경은 인간의 마음에 새겨 주려는 목적이 분명한 진리 곧 교리들을 담고 있다. 우리는 그 교리를 알아야 믿음을 가질 수 있고 사명을 올바로 수행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사역을 거쳐 우리를 구원하는 분은 하나님이며, 그 구원 진리 곧 교리는 우리를 그리스도께 인도하는 안내자다.  감추어진 일은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속하였거니와 나타난 일은 영원히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속하였나니 이는 우리에게 이 율법의 모든 말씀을 행하게 하심이니라”(신 29:29).

 

 

성경은 세계사 책이 아니다. 하나님이 행한 모든 것에 대한 완전한 역사 기록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하고 계신 일의 목적과 계획을 드러내는 데 도움 주는 특정 사실들을 골라서 기록한다.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요 20:30-31). “예수께서 행하신 일이 이 외에도 많으니 만일 낱낱이 기록된다면 이 세상이라도 이 기록된 책을 두기에 부족할 줄 아노라”(요 21:25).  

 

성경은 하나님의 실존 증거들을 제시하는 신학 서적이 아니다. 하나님이 하고 계신 일은 많지만 그 가운데서 주목할 것은 구원(salvation), 대속(redemption) 사역이다.  성경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주도하는 구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밖에도 다양한 교리들, 기독인의 행복헌장인 계명, 법도, 율례를 담고 있다. 기독교 교리는 성경 가르침의 핵심이다. 성경에 담긴 진리의 요체다. 기독교 교리는 곧 진리이다.

 

성경이 가르치는 진리 곧 구원 교리를 대별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성경론(Doctrine of Cannon): 성경은 하나님의 특별계시의 기록이며교리와 신앙의 기초다성경이 성경에 대해 스스로 무엇이라고 말하는가를 살펴본다. (2) 신론(Theology Proper): 하나님에 대한 진리하나님의 계시를 다룬다. (3) 인간론(Anthropology): 인간이 무엇이며구원대속의 길 그리고 윤리가 무엇인가를 탐색한다.

 

(4) 기독론(Christology):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교리를 배운다구약성경의 모든 사건은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고 있고신약성경은 오신 예수를 제시한다예수는 하나님의 약속의 절정이다. 이 맥라에서 윤리학(Ethics)도 살펴본다. (5) 구원론(Soteriology): 구원구속의 교리가 어떻게 우리에게 적용되는가를 검토한다. 이 맥락에서 성령론(pnumatology)도 제시한다. (6) 교회론(Ecclesiology): 구원받은 백성들이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고 교제하고 봉사하는 모임과 회중에 대해 배운다. (7) 종말론(Eschatology): 구원구속 받은 자에게 장차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배운다.

 

 

교리는 성경 범위에 국한된다(신 29:29). 반면, 신학은 성경과 교회와 관련된 여러 가지 지식들, 역사, 일반 계시의 요소들을 배운다. 여러 가지들을 합리적으로 이해, 분석, 종합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생각과 선입견과 철학이 도입된다. 신학은 철학과 사색 곧 인간의 이성을 도입한다. 여기에 위험이 있다. 이성이 개입하는 그 순간신학자는 항상 그렇치는 않을 지라도,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자기의 생각이 판단의 척도가 되고, 엉뚱한 논거에서 결론을 도출하고, 결국 타당하지 않은 주장을 할 수 있다.

  

변증학(Apologetics)은 기독교 교리를 이론적으로 변호하는 학문분야다. 성경은 변증학 교과서가 아니다. 교리 교육의 목적은 성경 자체가 어떤 주제에 대해 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알려주는 활동이다. 반면, 변증학은 악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등을 다룬다성경적 교리 공부는 이 주제를 다루지 않는다성경이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교리 공부는 하나님의 마음속에 있는 은밀한 일들이 아니라 특별한 방식으로 계시된 내용들만 공부한다. “감추어진 일은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속하였거니와 나타난 일은 영원히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속하였다”(신 29:29).

 

왜 교리를 공부하고, 교리를 설교해야 하는가성경이 교리를 말하고 있다. 성경은 여러 모로 교리를 설교하고 가르칠 것을 요구한다. 하나님의 진리는 교리 형태로 주어졌다. 성경은 다양한 문학방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모든 내용에는 교리 곧 진리가 담겨 있다.

 

구약의 선지자들은 교리를 설교했다율법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과 율법을 알고 있는 것은 다르다. 구약성경 시대의 선지자들은 교리를특히 율법에 대한 교리를 붙잡고 있었으며 그 교리들을 역설했다율법을 적용했다. 유대민족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 백성아너희는 율법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율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율법이 너희에게 보여주고 있는 이 사실을 너희는 이해하고 깨달아야만 한다.” 선지자들은 백성에게 교리를 설교했다.

 

예수는 교리를 설파했는가? "이는 이로 눈은 눈으로 값으라는 말을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마 5:27-28)라는 가르침이 교리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예수는 교리를 바탕으로 하나님의 나라의 도래를 선포했다. 율법을 교리의 형태로 그리고 나아가 문학적 방법으로 해설했다.

 

예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교리(doctrine)를 자신의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낸 분의 것이라고 말씀했다(요 7:16, Jesus answered them, and said, My doctine is not mine, but his that sent me, KJV). 주님은 교리와 무관한 '진리'를 전하지 않았다. 자신이 정리하고 체계화한 교리를 설명하고 설교했다. 교리 없는 상태 곧 율법에 대한 일반적 지식 소유는 소용이 없는 일이며, 그 진리의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주님의 율법의 윈리들을 뽑아내어 그것을 적용했다. 교리를 가르쳤다.

 

사도들도 교리를 가르치고 설교했다. 사도행전을 읽고 초대 그리스도인 설교자들의 설교를 관찰해 보라. 사도들은 이단 교리들을 비판했다. 성경 본문의 헬라어와 히브리어 구조를 파악 분석하고 문법적 의미를 제시하는 일을 한 것이 아니라 교리를 선포했다. 전달하고자 하는 진리가 있었다. 사도들은 그 교리 곧 메시지를 알려주려고 성경을 사용했다.

 

설교는 설교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 아니다. 성경 구절의 서로 다른 번역들을 대조적으로 제시하는 작업이 아니다. 성경의 진리 곧 교리를 회중에게 전하는 일이다사도들은 설교라는 방법을 수단삼아 진리 전달 작업을 했다. 서신서들은 위대한 교리들을 강조하고 역설한다교리를 취하여 실제적인 방식으로 적용한다언제나 교리를 드러내고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성경은 우리에게 교리 설교를 하라고 요구한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교리지식이 없는 성경공부, 성경읽기, 성경연구는 위험하다. 유대인들이 그 대표적인 경우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활동 당시의 유대인들은 문자에만 얽매여서 본문의 정신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words)에 만족하여 말씀(Word)을 깨닫지 못했다.  교리를 깨닫지 못한 것이다. 문자에 얽매이는 형태의 성경공부는 유익하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경공부가 오히려 진리에서 이탈하도록 인도할 수도 있다.

 

진지하고 진실한 사람들도 성경을 읽고 나서 상당히 잘못된 것을 말할 수도 있다. 성경을 공부한 많은 사람들이 길을 잃고 이단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근년의 칭의론 논쟁에서 우리는 신약신학자들이 행위구원론을 말하거나 아르뱅주의를 주장하는 데서 이 특징을 확인한 바 있다. 성경전공 학자도 올바른 진리에서 벗어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개혁신학은 성경과 합리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신경은 성령 인도 가운데서 교회가 성경을 합리적으로 이해한 결과다. 기독교회는 성경적 교리들을 신경 형태로 작성하여 고백하고 강조해 왔다사도신경니케아신경아타나시우스신경콘스탄티노플신경에베소신경칼케돈신경 등이다. 공의회가 확립한 성경 교리들을 담은 신경들은 이단의 발생에 대한 교회의 응전한 내용들이다. 신경은 교리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사람들에게 성경을 펼쳐 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교리를 가르치지 않고, 진리에 대한 분명한 정의가 없으며교회에 심각한 혼란이 야기된다누구든 자기 좋은 대로 말 하도록 허용되면 교회는 혼란에 빠진다성경적 교리를 연구하는 목적 중 하나는 그것을 배워 알아야 이단들의 가르침들에서 잘못을 발견하는 일이다 진리들의 옳고 그름을 평가 할 수 있다.

 

성경적 교리 공부의 목표는 하나님을 알며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것이다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얼마나 경이로운가를 어느 정도 알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개혁교회는 '하나님의 말씀 선포'를 교회의 첫 번째 표지로 여긴다. 이 표지를 주일 강단에서 외쳐지는 단순한 설교행위로 이해하면 착각이다. 교회의 첫 번째 표지는 성경적 진리 곧 교리를 선포이다.

 

경건한 기독인은 예배와 경외하는 마음으로 성경적 교리를 대한다인간의 사상이나 아이디어인 것처럼 접근하지 않는다지적 풍요, 만족, 흥분을 얻으려고 교리를 공부하자 얺는다. 교리 공부는 위대한 하나님의 영광을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을 더 온전한 방식으로 바라보는 노력이다. 예배와 찬양과 경배로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는 노력이다.

      

교리와 무관한 독립적인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교리 없는 성경연구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할 수 있는 위험에 빠진다. 성경과 합리성에 부합하지 않는 특정 교리는 성경적 교리 학습을 방해한다. 성경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게 한다.

 

교리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설교준비도 필요하지 않고, 성경본문에 대한 연구도 소용 없으며, 주석서적을 참고하지 않고 즉흥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목사들이다. 기존의 신학체계, 교리, 성경주석, 신앙고백 등을 무시한다. 자기가 성경의 진리를 도통한 자처럼 꿰뚫어 간파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한 지식을 자기 혼자만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 "어느 순간에 성경 문이 열렸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자기를 과시하는 자칭 영적인 목사들이 의외로 많은 듯하다. 교리 무용론자들은 반지성주의라는 일련의 오류 메카니즘 안에 갇혀 있다.

 

교회는 고통스런 오래 역사를 거쳐 성경 교리에 대한 강조가 중요하며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초창기부터 교회는 온갖 희생을 치르면서 교리를 수호했다. 예수가 주라는 것을 고백하지 않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교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라. 예수는 주님이십니다라고 말하는 그 순간, 우리는 교리를 고백한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는 주님이시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음을 알았다세례 후보자들에게 교리 문답을 배우게 했다몇 가지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답하게 했다.

 

이단들은 성경을 열심히 공부한다. 성경을 진리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교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성경공부만 한다. 교리를 배제한 성경공부는 우리 영혼을 저주받게 하는 원인일 수 있다. 성경을 공부하고 나서도 교리에 도달하지 못함은, 연구가 전혀 유익이 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고도의 지적인 성경 연구도 저주스런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성경공부가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할 수 있다.

 

 

 

 

 

이단들이 등장하여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올바르지 않은 것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상당히 진실하고 진지하지만, 해로운 것들을 말하고 있었다이단 교사들과 거짓 교사들은 교회에 혼란을 야기했을 뿐 아니라교회 밖의 사람들을 잘못 인도했다. 그래서 초대 교회는 신경 곧 니케아 신경아타나시우스 신경 등을 만들었다. 무엇을 믿는가를 분명히 밝혔다. 사람들에게 성경을 펼쳐서 읽어주거나 성경을 공부하는 것 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완벽하게 진지하고 진실한 사람들도 성경을 읽고 나서 상당히 잘못된 것을 말할 수 있다.

 

복음전도자가 사람들에게 성경을 펼쳐 주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성경을 읽는 것만으로 또는 성경을 공부하는 것 만으로 진리에 이르기 어렵다. 인간은 지적 한계를 지니고 있기에 온전한 진리를 아는 것이 쉽지 않다. 길을 잃고 헤매기 일 수다.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 어떤 것을 믿고 어떤 것을 믿지 않는가를 가르쳐 주어야 바른 신앙을 고백할 수 있다. 하나님, 인간, 그리스도, 성령, 구원, 교회, 종말 교리 지식은 기독인에게 필수적이다.

 

영국교회는 역사적 기독교 진리를 담은 '39개 신조'를 가지고 있다. 17세기 영국과 스코틀랜드 교회는 웨스트민스터교회당에서 작성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이라고 불리는 위대한 신앙고백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는 스코틀랜드교회와 전 세계 여러 곳의 장로교회의 신앙고백으로 고백되고 있다. 신앙고백들과 교리 문답들은 교회 안의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을 믿어야 하고 무엇을 믿지 말아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게 한다.

 

신앙고백 또는 교리는 성경에서 나온 진리다. 우리를 믿음 안에서 든든히 서도록 돕는다.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게 한다. 분명하게 정의된 성경적 교리는 사람을 진리에로 인도한다. 교리는 하나님을 알며, 성삼위일체 하나님의 영광스런 임재에 들어가게 하는 출입구다. 하나님의 구원과 은혜가 얼마나 경이로운가를 알게 하는 통로다. 

 

성경적 교리를 연구하는 목적 가운데 하나는 이단, 사이비기독교의 가르침들에서 잘못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단과 사이비종교도 성경을 가지고 말한다. 교회 주변에만 이 모든 오류와 사이비 종교의식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심지어 정통적 기독교회 안에도 심각한 혼란이 있다모범적인 기독인은 자기를 공격하려고 오는 원수교활한 원수, 영혼을 멸망시키는 광명의 천사’의 계략을 알고 있다.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1989-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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