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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jpg

 

 

순절을 지켜야 하는가? 

 

1. 사순절과 사육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주일이 다가오고 있다. 헨델의 메시아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부활기념일은 매년 다르다. 3월 말에, 4월 초순에, 4월 중순일 때도 있다. 교회는 춘분(320)이 지난 만월(보름) 후 첫 주일을 부활일로 기념한다

 

중세 때부터 교회는 부활기념일 앞의 여섯 주간 동안의 40일을 사순절라는 이름의 교회 절기로 규례화 하여 지켰다. 사순절기(四旬節期)를 영어로 Lent라고 한다. 봄을 뜻한다.

 

사순절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념하는 교회의 절기이다. 교회는 부활기념일 전 여섯 주간의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 기독 신자들의 자기반성을 하게하고, 회개하게 하고, 육고기를 먹지 않고 자기를 성찰하게 했다. 그리스도의 고난을 생각하면서 자기를 살펴보게 했다.

 

사순절기 계산에서 주일을 배제하는 것은 그날에 금식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동방교회는 8주간 동안에 40일을 사순절 절기로 지킨다. 토요일과 주일을 제외한다.

 

로마가톨릭교회, 동방정교회, 영국교회(성공회), 루터교회는 지금도 사순절을 교회의 절기로 지킨다. 구약시대의 유월절, 초막절, 맥추절을 지키듯이 지킨다. 한국의 예장 통합, 기장, 감리회, 기하성(여의도)도 지킨다. 그러나 개혁신학을 추구하는 예장 고신, 합동, 합신 등은 지키지 않는다. 침례회도 일련의 이유로 지키지 않는다.

 

그리스도의 교회가 사순절을 교회의 절기로 지키는 것이 옳은가? 지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가? 어느 것이 유익한가?

 

사순절은 항상 수요일에 시작한다. 이 날을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라고 부른다. 미사를 드리는 시간에 성직자가 신도의 이마에 재로 십자가를 그려준다. 재는 인간이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곧 인간이 언젠가는 재로 돌아간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순절은 사육제(謝肉祭, Carnival)와 직결되어 있다. 개혁교회가 사순절을 교회의 절기로 지키지 않은 까닭 가운데 하나는 사육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육제는 사순절 동안의 금육(禁肉)을 앞두고 고기를 실컷 먹고 마시며 즐겁게 지내는 행사이다. 빵과 육고기를 주식으로 먹는 서양인들에게 육고기를 40일 동안이나 먹지 않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사순절 시작 전에 마음껏 먹고 실컷 마시고 즐기는 사육제를 가진다.

 

카니발은 광란의 축제, 일탈의 축제이다. 일상생활의 규율과 질서에서 벗어나는 방종을 즐기는 행사다. 요란한 가장행렬, 대규모 가면무도회를 한다. 바보들의 의회라는 것을 만들고 도시의 금고의 열쇠들을 그들에게 넘겨주는 희화적인 행사를 한다, 여자를 군주석에 앉히기도 한다. 이 기간의 연극, 연설, 신문 칼럼은 매우 풍자적·파격적인 내용을 담아낸다.

 

브라질의 리오 카니발, 프랑스의 니스 카니발, 이탈리아의 나폴리 카니발 등이 오늘날에도 시행되는 사육제이다. 카니발은 세속적이고, 무절제한 축제이다. 카니발 행사 동안 크고 작은 소동이 일어난다.

 

카니발이 로마시대의 이교적인 농신제(農神祭)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독일낭만문학 작품파르치팔> (Parzival, 13세기 초)은 사육제를 최초로 언급한다. 로버트 슈만은 교향곡 사육제라는 피아노 독주곡을 작곡했다. 사육제에서 흥청대는 사람들, 가면무도회 등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네덜란드 출신 16세기 화가 피터 브뤼겔(Pieter Brueghel, 1525 c.-1569)은 사순절과 사육제를 소재로 하는 명작 그림을 남겼다. 제목은 사육제와 사순절의 투쟁'(1559)이다. 그의 이름을 출신지 네덜란드에서 '피테르 브뢰헬'이라고 발음한다.

 

부르겔, 사순절.jpg

브뤼겔의 '사육제와 사순절의 투쟁'(1559)

 

브뤼겔은 풍경화 작가이다. 농부와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새로운 회화 장르를 개척했다. 풍경화를 전통적인 역사화와 종교화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브뤼겔이 벨기에 수도 브뤼셀로 이주한 뒤로 농민전쟁 기간의 사회 불안과 혼란 그리고 스페인의 가혹한 압정에 대한 시민들의 결렬한 반항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고도의 휴매니즘과 예리한 사회 비판의 눈으로 소박하고 우직하게 살아가는 보통사람들, 주로 농민들을 관찰했다. 로마가톨릭교회와 프로테스탄트 사이의 30년 전쟁으로 찢기고 상처 난 당대인들의 일상의 삶 이모저모를 풍경화로 묘사했다.

 

브뤼겔은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다"(1568)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구렁텅이에 빠져드는 시각장애자 그룹 안에 기생하는 눈 뜬 자의 모습, 십자가를 목에 걸고 무작정 남을 따라가고 따라가다가 넘어지는 자들을 묘사했다. 당시의 교회를 비평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복음부재의 교회, 예수 없는 선교, 영혼을 죽이는 신학, 종교다원주의, 포용주의, 신앙무차별주의로 얼룩지고 쇠락하는 현대 기독교계를 들여다 보는 혜안, 통찰을 제공한다.

 

브뤼겔의 '사육제와 사순절의 투쟁'(1559)은 복잡하고 광적이며 혼란스러워 보이는 작품이다. 작가는 사육제를 즐기고 사순절을 교회의 절기로 지키는 당시의 사회와 교회가 복잡하고 광적이며 혼란스러웠음을 지적한다. 그림에는 왼편의 술집과 오른편에 교회당이 공존하고 있다. 술집과 교회당이 어울리고 공존하는 세상을 비판적인 눈으로 그렸다.

 

이 작품은 광장을 배경 구도로 삼았다. 사육제와 사순절 행사가 이같은 도시 광장에서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그림의 왼편과 우편의 특징은 대조적이다. 행동, 옷 색깔, 분위기가 다르다. 좌측은 사육제를 묘사하고, 우측은 사순절을 묘사한다. 우측 사람들은 대체로 검정색 복장을 하고 있다. 바닥에 나뒹구는 병자를 돌보거나 적선을 한다. 반면에 좌측 사람들은 장애자의 구걸에 무관심하다.

 

좌측 중심부의 큰 술통에 올라탄 한 명의 남성이 올라타 있다. 정육점 주인처럼 생겼다. 그는 대형 꼬치구이를 들고 있다. 무엇이 꽃혀 있는가? 맨 처음에 꽃힌 것은 돼지 머리이다.

 

뚱뚱한 정육점 주인 맞은편에는 사제 복장을 한 야위고 창백한 남자가 있다. 청어 두 마리가 올려 진 긴 도마를 들고 있다. 반대편의 뚱보가 들고 있는 길디 긴 꼬치구이에 대항하는 구도이다. 우편에는 여러 마리의 생선이 보인다. 사순절 기간에 육고기 대신 생선을 먹었음을 뜻한다.좌측 뚱보 뒤에 검은 옷을 입은 여성이 있다. 잔뜩 음식을 이고 있다. 왼손에는 촛불을, 오른손에는 술잔으로 사용되는 텀블러(tumbler)를 쥐고 있다. 촛불은 신성의 상징이며 텀블러는 불경건의 상징이다.

 

왜 브뤼겔은 이 여인이 양손에 상반된 두 심벌을 든 것으로 묘사하는가? 인간의 본성 속에 담긴 이중성, 양면성, 부정직성, 속임수를 드러내고 있다.

 

뚱뚱한 남자 우측의 남성은 광대 짓을 하고 있다. 노란색 옷을 입고 있다. 도상학(圖像學)에서 노란색은 속임수를 뜻한다.

 

촛불과 텀블러를 쥐고 있는 여성 바로 옆에 또 다른 남성이 있다. 긴 옷을 입고 있다. 배가 불룩 나와 있다. 경건한 종교적 복장은 하고 있지만, 핑크 색 옷을 입었고, 흥겨움을 묘사하는 악기를 들고 있다. 브뤼겔은 자신이 가진 종교개혁적 가치를 사육제와 사순절의 대치 또는 투쟁 구도 속에서 원용하고 반영한다. 사육제와 사순절 모두 혼란, 방종, 병폐의 구도 안에 담아낸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고난을 존중하고 뒤따른다고 말하면서도 성()과 속()을 내면에 소유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성과 속 두 가지 다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그림에 투영한다.

 

개혁교회와 종교개혁자들은 사육제와 사순절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했다. 광란의 축제, 일탈의 축제, 신앙생활의 규율과 질서에서 벗어나 방종을 즐기는 사육제가 사순절 절기 규례와 근본적으로 직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브뤼겔의 위 그림은 교회가 절기로 지키는 사순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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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순절지켜야 하나

 

사순절을 교회의 절기로 지켜야 하는가사순절을 영어로 렌트(Lent)라고 한다만물이 소생하는 봄(lencten)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사순절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는 40일 동안의 절기이다교회는 이 절기에 세례 후보자들로 하여금 세례 준비를 하게 한다신자들로 하여금 자기를 반성하고 참회하게 한다하나님과 개인적 관계교회의 공동체성인류와 사회의 죄와 악에 공동책임을 생각하게 한다.

 

로마가톨릭교회는 사순절 금식 규정을 유지해 오다가 제2차 세계대전 때 철폐했다금식은 재의 수요일’(Ash Wendsday)과 수난주간 금요일만 하게 한다.

 

사순절 행사는 재를 이마에 바르는 재의 수요일’ 미사로 시작한다인간은 한낱 재에 지나지 않으며결국 재로 돌아가며재를 뒤집어 써야 하는 죄인임을 자각하게 하는 상징적인 미사이다.

 

인간은 영적으로 게으르다분주한 세상사 속에서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자기를 살피하고 반성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365일 중 40일 동안이라도 그리스도를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가슴에 검정 리본을 달고고난당하고 죽으시고 무덤에 들어간 그리스도를 생각하는 것도 권해 볼만하다자기의 잘못을 반성하고 과감히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절기로 지켜봄직 하다.

 

칼빈파 종교개혁운동은 화가 부뤼겔의 출생지 네덜란드로 확산되었다네덜란드는 상당히 오랫동안 개혁교회의 요람이었다개혁신학이 발다란 곳이다불행하게도 지금은 이슬람 신도가 그 나라의 종교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칼빈파는 루터파조차 괴리감을 가질 정도로 교회의 개혁에 철저했다교회의 절기를 폐지했다사순절을 교회의 절기로 지키지 않는 까닭은 세 가지이다.

 

첫째성경이 사순절을 지키라고 규정하지 않는다모범적인 사례도 없다양심의 주인이신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오직 성경이 규정한 것만을 따라야 한다.

 

둘째인간적으로 고안한 교회절기이며미신적이며방탕을 조장하는 등 폐해가 크다.

 

셋째기독인은 매일매일 십자가의 빛 아래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365일이 모두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기념하는 날들이다.

 

개혁교회칼빈파는 중세교회가 교회 규례로 지켜 오던 모든 절기를 폐지했다성탄절고난절부활절성령강림절은 기념일로 간주한다기념일이지 교회규례로 정한 절기가 아니다주일(主日이외의 날을 절기로 지키지 않는다.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제109문답은 2계명이 금지하는 죄들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답한다.

 

2계명이 금지하는 죄들은 하나님께서 친히 제정하지 않으신 어떤 종교적 예배를 고안하고의논하며명령하고사용하고어떤 모양으로 인정하는 것들이며... 우리 자신들이 발명하고 취하든지전통을 따라서 사람들로부터 받았든지옛 제도풍속경건선한 의도혹은 다른 어떤 구실의 명목으로 예배에 추가하거나 삭감하여 하나님의 예배를 부패케 하는 미신적 고안성직 매매신성 모독하나님이 정하신 예배와 규례들에 대한 모든 태만과 경멸방해반대하는 것입니다.”

 

성경적 근거가 없는 절기를 고안하여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통해 은혜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독인은 항상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빛 아래에서 산다.’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고난 그리고 부활을 생각하며 산다그리스도가 구원자구속자이며우리가 그분의 대속사역으로 구속되었다는 사실을 진실하게 믿으며그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산다.

 

정상적인 기독인은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의 길을 따른다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넘어 그의 부활이 주는 생명이 약동하는 삶을 산다사순절만 아니라 항상 그러하다이것이 칼빈과 청교도들 그리고 개혁교회가 사순절을 지키지 않은 가장 중요한 요점이다.

 

사순절을 지키지 않는 개혁교회 구성원들에게 질문하고 싶다여러분은 정말 매일매일 십자가의 빛에서 살아가고 있는가그리스도의 성육신고난과 죽음부활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면서 매일매일을, 365일을 지내는가? “라고 답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자신 있게 라고 답하지 못한다면일 년에 40일만이라도 자기를 통절하게 살피고반성회개하고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깊이 묵상하는 절기를 가지는 것이 오히려 유익하지 않은가사순절을 지키는 교회 구성인 형제자매들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형식적인 기독인명목상의 기독인들에게 생명의 빵하늘의 빵영생의 빵인 그리스도의 구원의 기쁜 소식을예수 복음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기회로 삼으면 유익하지 않겠는가여러분의 영혼과 삶이 신앙의 정박지만세반석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가?

 

사순절은 성경적 근거가 없는 교회의 절기를 고안하여 사육제와 함께 방탕방종을 그리고 외식을 조장하는 점에서 사육제와 일맥상통한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교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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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만넷 2024.03.24 08:06
    마지막 글이 대요리문답 109와 너무 배치됩니다. 조금은 유익하기에 하나님의 뜻을, 성경의 가르침을 버어나지만 인간이 고안한것도 유익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건지요. 제가 깊이 이해하지 못한것일 수도 있지만 당장 좋다고 받아들인것이 결국 교회를 더욱 어둠속으로 몰고가지 않을까요?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다면 바른자리 서서 아닌것은 아니다.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더욱 강하게 외치고 가르쳐야 하는것이 하나님앞에 바른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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