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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세 박사가 보는 고신교단

 

인터뷰

 

박윤선, 박형룡 박사 이후 고신교단의 신학적 기초를 다진 신학자 중 하나로 교단 안에서 상징적 의미를 가진 오병세 박사. 이근삼, 홍반식 등과 함께 이른바 ‘동방박사 3사람’으로 불리우며 존경받았던 그는 최근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특히 수년 동안 교단 내 현안중 하나인 이성구 교수 문제를 어찌 보고 이해하고 있을까? 총회기간 중 오병세 박사를 만나 그의 견해를 들어보았다.

- 현 고신신학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한다. 세속화되고 혼합주의에 빠져 원래의 역사적 정통 개혁주의를 표방하는 신학적 정체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모세가 출애굽 지도자로 홍해를 건넜으나 광야길 40년 불신앙의 기간 동안 1세대들이 다 죽고 단 3명만 가나안으로 들어갔다. 사사기 시대나 다윗 왕조도 다르지 않다. 지상교회는 완전하지 못하다. 고신교단이 60년 전의 시작과 달리 많이 세속화되고 타락해 개혁되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초기 고신 교회의 모습이 최고는 아니다. 교회는 상속의 개념이다. 시대가 다름도 인정해야 한다. 후배들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으니 다소 어렵고 혼란스럽지만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아직 기대를 가지고 있다."

- 오늘날 고신의 세속화와 타락은 영적권위와 바른 신학을 상실한 때문 아닌가.


 "현재의 고신 신학의 모습에 착잡한 면이 없지 않다. 교회는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바뀐다고 해도 신학적, 교리적 문제에 있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총회나 노회에서도 법적 절차적 공의와 방법적 바름을 유지해야 한다. 아니면 이스라엘이 광야길 고난을 겪은 것 같이 어려움을 당할 수 밖에 없다. 가끔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나는 '퇴역장군'이다. 현역이 아니다. 큰 줄기가 잘못되어 간다면 소리를 내야 하지만 자주 나서서 후배들의 기를 죽여서는 안되지 않는가. 미래 위해 의욕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교단에 정치적 힘을 가진 이들은 있으나 그들은 권력과 운명을 같이 한다. 힘이 있을 때는 영향력을 가지나 한순간에 지나감을 보곤 한다. 고신에는 그런 이들이 지도자로 행세한다. 그것이 교단에 구심점이 없는 원인이 아닐까 한다. 고신에 영적, 신학적 권위를 가진 분이 없다는 것, 원로가 없다는 것을 어찌 생각하는지.


 "요즘 후배(신학자)들은 실력이 있다. 초기 우리들은 희소가치 때문에 돋보인 것이다. 46년 첫 입학생이라 선배대접을 받기도 했고 당시에 흔치 않았던 유학을 했다는 점에서도 인정을 받지 않았겠나. 그것이 초기 우리들의 지도력에 많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지금 후배들과 우리는 그런 점에서 좀 다르다. 열심히 공부하고 와도 까마득한 후배로 취급받고 귀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또 우리 시대 교회에 나이와 연조를 중시하는 동양적 관습이 팽배한 것도 후배들이 제대로 인정받는 것을 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어찌보면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 지난해 54차 총회에 박사님과 저가 주역(?)이 되었다. 저의 기사로 이성구 교수가 공격을 당했고 박사님의 견해로 인해 자유주의적 신학자로 결론 내려졌다. 이 교수 문제를 어찌 보는가.


 "구약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신학용어인 'tradition(전통, 전승)'이나 'Saga(전설, 민담)' 등의 용어는 유럽에서는 매우 범례화 되었으나 미국에서는 신중하게 고려되고 사용된다. 이 교수는 영국에서 공부하다 보니, 또 그곳에서 학위를 하다보니 용어선택에 있어서 좀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용부호를 사용하든지, 이 교수 자신의 견해를 밝혔더라면 오해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이 교수가 미국으로 유학했더라면 이런 문제에 휘말리지는 않았을 것인데 아쉽다. 또 문제가 제기된 초기에 용어적 오해의 소지에 대해 솔직히 시인하고 인정했더라면 이렇게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교수 문제는 신학적 요인 외에도 시기, 질투나 정치적 고려 등이 작용했다고 본다. 이 교수가 임용초기에 좀 근신하면서 비정치적으로 행동했더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인데 아쉽다."

- 이 교수는 오 박사께서 자신을 잘 알고 아끼던 분이라 지난 총회의 발언에 대해 더욱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중부산노회에서 이 교수를 제명시키고 총회에 보고했더라면 동정을 받거나 복직되는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노회에서 그를 동정하고 아끼는 것이 문제를 더욱 확대시켰다. 징계인 면직과 달리 제명은 징계가 아닌 회원권 제한이다. 아직 기회가 있다. 이 교수가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고향(고신)에 남아있기를 바란다. 시간이 지나면 복권될 것이다."

- 고신이 사람을 아낄 줄 모른다는 이야기가 널리 회자된다. 언뜻 생각해도 박윤선, 이보민, 안용복, 이성구 등이 있다.


 "그런 잘못이 있었다. 박윤선 박사를 내쫓은 일까지 있었는데 다른 사람은 말 할 것 없지 않는가. 사람을 포용하지 못한 과거의 역사는 매우 불명예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요소요소에 나가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한국교회 전체로 보아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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