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규정 기본원칙
‘이단을 규정하는 기본원칙에 대하여’
이단여부는 구원과 관련된 진리따라 접근하되, 신학적 다양성은 존중 되어야
최태영 교수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공보>, 2016. 1.12.
이단에 관한 논란이 우리 교단을 중심으로 한국 기독교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이단은 구원을 얻을 수 없는 교리 또는 그런 교리를 가진 집단을 가리킨다. 어떤사람 혹은 집단을 이단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영적 사형(死刑)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신중하게 행해져야 할 것이다.
여러해 이단대책위원회 전문위원으로 봉사한 경험에 비추어불 때 이단규정에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기본원칙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첫째,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이단 여부는 정치 문제가 아니고 진리의 문제다. 진리는 다수의 힘에 의하여 결정되지 않는다. 민주주의에서 정치는 다수의 지지를 받는 쪽으로 가게 되지만 진리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이단 여부에 대해서는 진리의 문제이므로 성경적, 교리적으로 접근해야지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윤리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개인 또는 사회 윤리에 있어서 ‘하자’가 있다고 하여 이단이라고 규정하면 안 된다. 가령 어떤 목회자가 부부관계가 좋지 않아서 세간의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치자, 그렇다면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목회자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이단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나님 앞에서 윤리적으로 완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십보백보란 말처럼, 윤리적으로 오십보 빗나간 사람이 백보 빗나간 사람을 이단이라고 정죄할 수는 없는 것이다.
셋째, 정황 또는 추측에 근거하여 접근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이단 규정은 확실한 증거에 따라야지 증거 없이 심증만으로 결정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이단으로 규정하려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공적인 신앙고백에 근거해야 하며, 가능하면 소명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상대방이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이런 사상을 가진 사람이야 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폭력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이단 규정은 하나님 앞에서 극도의 겸손함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넷째, 이단 여부는 교리 가운데서도 구원과 관련되는 중추적인 진리에 따라 접근되어야한다.
곧 구원론, 기독론, 계시론, 삼위일체론 등, 신앙의 근간을 이루는 교리에 입각해야 한다. 인간이해에 있어서 2분설, 3분설이나 종말론에 있어서 후 천년설, 세대주의 등은 신학적 다양성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차이가 구원을 상실하게 만들지 않는다. 단순한 실수나 신학지식의 부족으로 인한 표현의 미숙을 이단 규정의 근거로 삼는다면 아무도 이단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다섯째, 이단 규정은 율법이 아니라 복음적으로 해야 한다.
율법은 죽이지만 복음은 실린다. 어떤 사람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먼저 그것을 지적하고 가르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직 신학을 배우지 않은 평신도의 경우 먼저 교육을 통하여 잘못을 깨닫게 하고 회개할 기회를 주어야한다. 하나님께 열심은 있으나 지식이 부족한 사람을 이단으로 몰아서 좌절시키고, 그리하여 교회를 떠나게 만든다면 그것은 오히려 하나님께 죄를 짓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예수님은 가라지를 뿌리 뽑고자 하는 일꾼들에게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하셨다. 곡식 ,곧 참된 하나님의 백성들이 다치는 것을 염려하셨기 때문이다.
가라지의 특징은 곡식과 비슷하여 그 정체를 제대로 분별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가라지와 같은 사람과 집단에 대하여는 가만히 그냥 두는 것이 옳다.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친히 심판하실 것이다. 성급하게 뽑으려다가 곡식을 다치면 안 된다.
한 사람의 영혼은 천하보다 더 귀하기 때문이다.
/ 최태영 교수 영남신대
[최태영 교수 학력]
서울대학교 중문학과(B.A.)
장로회신학대학 신학대학원(M.Div.)
장로회신학대학 대학원 (Th. M.)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원 (Th. D.)
Yale University Divinity School(Research Fel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