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부산총회에 참석한 김삼환, 이영훈 목사
그러면 천주교는 개신교 세례를 인정하는가?
한국기독교방송(CBS)은 “가톨릭 영세, 개신교 세례와 많이 다를까?”라는 제목의 방송을 했다. 그 동영상을 유튜브에 게재(2015.10.7.) 했다. 아래 동영상을 클릭하면 볼 수 있다.
CBS는 예장 합동 총회(2015)가 천주교의 영세를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하여, 통합, 감리교, 고신은 이를 인정하고 있으며, 로마가톨릭교회와 개신교의 일치를 추구하는 WCC의 리마문서(성례문서)가 상호인정하기로 했다는 것을 소개한다. 그리고 감리교신학대학교의 어느 교수를 앞세워 개신교회의 천주교 영세 인정의 정당성을 소개한다. CBS는 교회일치운동을 지향하며 WCC를 지지하는 방송이다.
교회가 중대한 신학적인 주제를 결정할 때 연구논문을 내 놓는 것은 상식이다. 예장 합동 총회가 로마가톨릭교회의 영세를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할 때, 이 주제에 대한 신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결정했을 것이다. 우리는 현재까지 그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다. 어떻게 구할 수 있는 지 알려주기 바란다.
미국장로교회(PCA)는 로마가톨릭교회의 영세를 인정하지 않는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내가 직접 확인한 사실이다. 고신 출신인 내게 다소 생소한 일이었기에 기억이 생생하다. 천주교회에서 영세를 받은 자가 미국장로교회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프로테스탄트 신앙을 고백하고 세례를 받아야 했다.
영세를 인정함이 옳은가 그런가 하는 주제는 상당한 신학적 논의가 필요하다. 먼저 알고 싶은 것이 있다. “로마가톨릭교회는 개신교회의 세례를 인정하는가?” 그리고 개신교인에게 사제가 베푸는 성찬에 참여하게 하는가?
WCC는 리마문서(성례문서)는 로마가톨릭교회와 프로테스탄트교회와 정교회의 일치 또는 단일화 목적으로 마련된 문서이다. 로마가톨릭교회의 신학을 대폭 수용한다.로마가톨릭교회는이 문서의 규정하는 대로 개신교회의 세례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개신교 성찬을 합당한 것으로 인정하는가?
로마가톨릭교회는 개신교회를 진정한 그리스도의 교회로 인정하지 않는다. 유효한 성례(세례와 성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까닭이다.
교황청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개신교 신자들을 '갈라진 우리의 형제들'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하여, 2007년도에 로마가톨릭교회의 종래의 교회관이 바뀌지 않았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이를 바꿀 의도을 가지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로마가톨릭교회는 개신교회를 '형제교회'로 보지 않음은 단호하게 성명했다. 교화무오설 교리 때문에 앞으로도 이 관점과 해석은 바뀔 수 없다. 필자의 저서 <교회신드롬>(2014)이 이를 상론한다.
예장 고신은 로마가톨릭교회의 영세를 인정하고 신앙고백만 하게 했다. 로마가톨릭교회가 고신 교회의 세례를 영세와 동일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 같지는 않다. 유효한 성례를 가진 교회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로마가톨릭교회가 개신교회의 성례를 인정하지 않더라고, 고신교회가 심도 있는 신학적인 이유로 영세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면 무방하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신학적 천명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옛 관습에 따라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인정해 오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의 로마가톨릭교회와 그 뒤의 교회는 상당히 다르다. 주목할 것은 하나님의 구원에 제한을 둘 수 없다는 식의 종교다원주의와 만인보편구원주의를 표방하는 점이다.
로마가톨릭교회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예수 그리스도와 무관한 유태인도 구원을 받을 수 있고, 아브라함의 신앙 덕분에 이슬람교 신자들도 구원을 받는다고 선언한다. 미지의 신을 찾는 자, 양심에 따라 사는 자는 다 구원을 받는다고 한다. 자기의 책임이 아닌 탓으로, 예컨대 개신교회 신자 가정에서 태어나서 로마가톨릭교회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개신교인은 구원을 받는다고 한다.
예장 합동이 로마가톨릭교회의 신학적 변화를 알고서 단호히 영세를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 교단은 신학적으로 꽤 앞서 간다고 할 수 있다.
로마가톨릭교회가 WCC 리마문서에 따라 프로테스탄트교회의 세례와 성찬을 인정하는가? 정확한 것을 알고싶다. 나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로마가톨릭교회를 '형제교회'로 보는 WCC 가맹 교단의 신학자들의 답변을 듣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즉 천주교가 개신교의 성례(세례와 성찬)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CBS의 위 방영물은 한국교회를 로마가톨릭교회에 예속시키는 노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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