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즘 영성
스캇 펙
"사탄의 심리 상태를 분석해낸 정신과 의사." 스캇 펙 박사에 대한 요상한 수식어다. 실제로 그랬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는 환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악령의 실재와 마주하면서 '악의 본질'을 추적해나갔다.
"각종 종교에 기웃거리다 기독교의 본질을 깨닫고 온전히 귀의해 예수님을 주님이라 고백하게 됐다"는 스캇 펙 박사는 하나님의 존재는 믿지만, 마귀의 존재는 단정 지을 수 없었다. 그러니 그에게 '귀신들림'이라는 현상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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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캇 펙 박사. |
하지만 상담으로도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일련의 ‘악한 사람들’과 직면하면서 혹시나 하는 물음표가 생겼다. 스캇 펙 박사는 실제로 귀신들린 사례를 찾기 시작했고, 축사(逐邪)에 참여하면서 악령과 사탄의 존재와 마주하게 된다.
"마침내 귀신이 분명히 말을 하게 되자 환자의 얼굴에는 사탄적인 것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이 나타났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경멸적인 웃음이었고, 극도의 적의와 악의가 밴 표정이었다. 이후 그 표정을 흉내내보려고 거울 앞에서 용을 썼지만 매번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스캇 펙 박사의 <거짓의 사람들> 중에서)
사탄의 심리적 핵심은 '나르시시즘'
스캇 펙 박사는 축사의 전 과정을 관찰하면서 사탄과 대화를 시도하고, 악령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게 된다. 이쯤 되면 엽기적인 정신과 의사라 불릴 만하다. 상담(?) 끝에 그가 추출해낸 사탄의 심리 상태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나르시시즘'이다.
"인간의 악의 가장 본질적인 심리적인 문제는 바로 나르시시즘이다. 악성 나르시시즘의 특징은 복종할 줄 모르는 자기 의지에 있다. 사탄은 그리스도가 자기보다 우월하다는 하나님의 판단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기가 자기의 불완전함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짓의 사람들> 중에서)
일반적으로 나르시시즘을 '자기도취적인 자기애'라 설명한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나르시시즘이란, 자신의 외모에 도취되어 거울만 바라보고 있는 공주병 정도를 일컫는 것이 아니다. '나는 완벽하다'는 자만과 교만에 빠져 '자신은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태도를 말한다.
나르시시즘이 악을 생산해내는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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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캇 펙 박사는 <거짓의 사람들>에서 미국의 베트남 침공도 나르시시즘으로 인한 악의 재생산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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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즘이 악을 양산하는 원천이란 점에 주목하며 "악이란 나르시시즘이 위협을 받을 때 생겨난다"고 시종 강조했다. 나르시시즘이 능동적으로 악을 생산해내다니 무슨 말인가.
나르시시즘에 사로잡힌 개인이나 단체는 자신은 완벽하고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 때문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군가를 향해 책임을 전가하고, 그 책임 전가는 애매한 희생양을 만들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악을 확대 재생산한다는 것이다.
“내가 악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행동에 있는 가장 지배적인 특징은 곧 남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책임 전가이다. 그들은 마음속으로부터 스스로를 비난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기 때문에 자연히 자기를 비난하는 상대에게 손가락을 겨눌 수밖에 없다. 자신의 자아를 흠 없이 보존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킨다." (<거짓의 사람들> 중에서)
"고도로 나르시시즘적인 개인이 자기의 완벽한 자아상에 도전을 해오는 자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즉각 일어나 해치우려 든다"고 스캇 펙 박사는 말한다. 그는 <거짓의 사람들>을 통해 나르시시즘으로 한 개인과 가정과 공동체가 어떤 악을 생산해내는지 다양한 임상 결과를 통해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국 교회의 위기 나르시시즘적 성향에서 비롯"
나르시시즘이 생산해내는 악으로 인해 공동체 구성원이 고통을 겪는 현상은 교회 공동체에서도 흔히 목격된다. 한국 교회도 이런 나르시시즘적 성향에 깊이 젖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연세대 유영권 교수는 한국 교회가 성장이 멈추고 쇠퇴하는 원인으로 교계 지도자들과 교인들의 나르시시즘적인 성향을 꼽았다.
"한국 교회의 마이너스 성장에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한국 교회의 지도자들과 그 지도를 받고 있는 교인들의 나르시시즘적 성향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 한국 교회에 나르시시즘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담임목회자 중심의 교회 권력 구조, 불투명한 교회의 의사소통 체계, 투명한 행정 체계의 결핍, 단기적인 지도력이 가지는 한국 교회의 한계는 나르시시즘적 문화 속에서 나오는 현상이다." (2005년 6호 <목회와상담> 중 유영권 교수의 '한국 교회와 나르시시즘' 중에서)
한국 교회 목회자가 나르시시즘에 빠지기 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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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자신의 외모, 능력 등을 지나치게 자기 자신이 뛰어나다고 믿거나 아니면 사랑하는 자기 중심성을 말한다. 이 단어의 유래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서 물에 빠져 죽었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의 이름을 따서 독일의 네케가 만든 용어이다. (출처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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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즘(narcissism)은 자신의 외모, 능력 등을 지나치게 자기 자신이 뛰어나다고 믿거나 아니면 사랑하는 자기 중심성을 말한다. 이 단어의 유래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서 물에 빠져 죽었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의 이름을 따서 독일의 네케가 만든 용어이다. (출처 : 위키피디아)
한국 교회는 목회자가 나르시시즘에 빠지지 쉬운 환경이다. 유교 문화로 인해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고 감정을 억제하며 권위에 의존하는 한국 교회 성도들의 경향은 교회 지도자들을 자아 도취형으로 만들기 쉽다. 생명회복연구소의 원영재 전문상담원은 "한국 교회의 가부장적인 문화는 목회자의 나르시시즘을 병리적인 문제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목회자의 자기애적 병리는 또 다시 교회에서 세속화 현상을 가중시키게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한다. 그들의 과시물이 되기 위해 교인들은 시간을 내서 봉사해야하고 이벤트에 부응하여 각종 프로그램에 참석해야 한다. 각종 센터를 짓기 위해 또는 성물들을 사기 위해 끊임없이 헌금을 해야 한다." (유영권)
교회 내에서 절대적 권력을 가지고, 절대적 진리를 선포한다고 여기는 목사들은 어느새 나르시시즘에 빠져들게 되고, 자신의 완벽함에 도전해오는 말이나 세력을 두고 보지 못한다. 저주 설교로 교인들을 공격하거나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교인들을 솎아내는 광경이 종종 연출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들은 자신의 전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벤트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자신이 하나님과 교회를 위해 얼마나 애쓰고 노력하고 있는지를 말하기 좋아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벤트에 누구든지 참여 해야만 축복을 받을 것처럼 설교하며, 조금이라도 자신의 계획에 저항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저주를 받을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여 참여하지 못한 교인들에게 죄책감을 갖게 하고는 한다. 그들은 자기의 대상이 되어 자신의 욕구를 대신 채워 준 교인들의 헌신적 봉사를 자신이 능력으로 치장한다." (원영재의 <유교 문화 영향으로 인한 한국 교회의 세속화와 목회자 나르시시즘> 중에서)
카리스마적 지도자 뒤에 후계자 못 견디는 이유
자아도취형 리더들은 자연적으로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의 형태를 띠게 된다. 소위 한국의 대형 교회 지도자들은 대부분 카리스마적 유형이고, 이들이 교회의 양적 성장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후임 선정에 어려움을 겪거나 후임 목회자의 목회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교회를 개척해서 크게 성장한 교회의 지도자는 개척 당시의 공신과 함께 교회를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착각하여 행동할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개척한 교회를 떠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자기애적 성향의 지도자는 자신만이 이 교회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자아도취에 빠져서 후계자 키우는 일을 등한시 한다. 타인의 비판에 민감하기 때문에 주변에는 예스맨만으로 포진되어 자신의 능력과 권위를 이양하는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한다."(원영재)
나르시시즘적 영성, 어떻게 치유할까
한국 교회의 나르시시즘적 증세로 인해 교인들은 목회자의 욕망을 실현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이로 인한 교회의 세속화가 가속화되며, 고민하는 신앙인들의 이탈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대안은 없을까. 유영권 교수는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먼저 목회자들의 자질 향상이다. 목회자 선별과정에서 심리 검사를 통해 신중하게 선발할 필요가 있다며, 목회자 상담 의무화할 것을 요구했다.
"목회자의 자질 향상이 중요하다 목회자의 자존감이 낮으면 그만큼 보상 작용으로 특권의식과 착취의 대인관계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사이비 교주가 될 가능성도 높고 영적 권위라는 포장에 자기를 감추고 평신도에게 심각한 상처를 줄 수 있다."
목회자의 심리적 자질이 아무리 좋더라도 쉽게 자아도취에 빠질 수 있는 게 한국 교회의 구조다. 때문에 유 교수는 자기애적 성향이 나타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했다.
"멘토적 관계를 통해 개교회의 담임목사가 되더라도 자신의 왕국에 갇혀 있지 않도록 멘토의 관계를 총회나 연회에서 의무적으로 부가해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유 교수는 평신도 지도력 향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목회자가 자신의 은사로 모든 교인을 먹이는 형태가 아니라 성도들이 자신의 은사를 인식하도록 도와주는 목회적 돌봄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감하고 배우고 성찰하라
유 교수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목회자는 병적으로 과장된 자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감하려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려 하고 타인으로부터 배우려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목회 상담에서 신앙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덮어씌우지 말고 공감하는 능력을 개발하여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과 수용 능력을 키워야 하고, 이들에게 평생을 걸쳐 배울 수 있는 능력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도 했다.
유 교수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목회자들이 비판하고 지도하고 가르치는 형태에서, 공감하고 배우고 성찰하는 모습으로의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미주뉴스앤조이> 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에서 김영봉 목사가 브라이언 맥클라렌 목사의 입을 빌려 제시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리더십 패러다임이 더욱 구체적으로 말해준다.
"성경 분석가보다 영적인 현자가 되라(From Bible Analyst to Spiritual Sage).
계속 말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되라(From Broadcaster to Listener).
테크니션이 되지 말고, 영적인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친구가 되라(From Technician to Spiritual Friend).
전사나 세일즈맨이 아니라 댄서가 되라(From Warrior/Sales Man to Dancer).
아마추어가 되라(From Careerist to Amateur).
목사는 대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다(From Problem-solver to Co-quester).
변호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과하는 사람이다(From Apologist to Apologizer).
위협하고 가르고 분열하는 것이 아니라 품고 끌어안는 사람이다(From Threat to Includer).
원맨쇼보다는 팀 빌더가 되라(From Solo Act to Team Builder)."
박지호 기자 / <미주 뉴스앤조이>
2010년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