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성 (2014)
교황, 도덕·윤리보다 파격적 '교리개혁' 필요
<크리스천투데이> (2015.1.14.) 보도문
[인터뷰] 「교황 신드롬」 펴낸 최덕성 박사
▲최덕성 박사. |
“신학자는 자기 시대에 필요한 신학적 과제에 답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든 작업이었지만, 하나님께서 이것만은 인정해 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최덕성 박사(브니엘신학교 총장)는 자신의 말처럼, 교계와 사회의 주요 이슈에 대해 적극 연구해왔다. 2013년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와 관련해 <신학충돌 Ⅰ: 기독교와 세계교회협의회>와 <신학충돌 Ⅱ: 한국교회와 세계교회협의회>를 잇따라 펴내며 경고했다. 이전에도 <한국교회 친일파 전통>, <일본 기독교의 양심선언>, <종교개혁 전야>, <쌍두마차 시대> 등과 영(英)서 ‘Korean Christianity’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런 최 박사는 지난해 종교계 최대 이슈였던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열풍’과 관련, 최근 <교황 신드롬: 로마가톨릭교회와 세계교회협의회>를 발간했다. 교황 방한에 즈음해 본지에 연재되면서 많은 클릭수를 기록한 ‘교황 프란치스코께 묻는다’ 시리즈를 비롯, WCC가 추구하는 교회일치운동과 로마가톨릭교회와의 관계를 파헤치고 있다.
최덕성 박사는 고신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B.A.), 리폼드신학교(M.Div., M.Ed.), 예일대학교(S.T.M.), 에모리대학교(Ph.D.) 등에서 수학한 후 하버드대 객원교수(1997-1998), 고려신학대학원·고신대 교수(1989-2009) 등을 거쳐 현재 기독교사상연구원 원장과 브니엘신학교 총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최 박사와의 일문일답.
-이번 책을 발간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 이후 그야말로 ‘신드롬(syndrome)’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교황 신드롬’이 한국교회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합니다. 그러므로, 교황과 로마가톨릭교회에 대해 정확히 아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교황 방한 당시 기독교인들의 반응을 봤을 때,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더구나 로마가톨릭에 대해 한쪽에서는 ‘적그리스도’나 ‘이단’이라 정죄하고 다른 쪽에서는 ‘형제’라고 하니, 성도들은 혼돈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로마가톨릭에 대해 감정을 섞어 ‘이단’이라며 타도만 할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로마가톨릭교회가 무엇인지, 기독교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주장과 근거를 명확히 일치시켜서 한국교회에 분명히 알리고 싶었습니다.
제목에 들어간 ‘신드롬’이란, 실체 없는 각자의 소망들이 모여 만들어진 일시적 현상 또는 허상을 말합니다. 잠시 있다가 없어지는 신기루(mirage) 같은 것 말입니다. 사막의 모래에 열이 가해져 만들어진 신기루를 물인 줄 알고 마셨다가 죽는 것처럼, 교황의 매력을 보고 따라갔다가 자칫 재앙을 만날 수도 있고, 하나님께서 원치 않으시는 로마가톨릭의 부흥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교황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것이 신기루일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본지 칼럼 ‘교황 프란치스코께 묻는다’가 높은 클릭수를 기록하는 등 화제였습니다.
“최근에도 교황이 ‘모든 현대판 노예제도에 저항하겠다’고 한 뉴스를 봤습니다. 좋은 의견이지만, 교황의 말이 자칫 ‘자본주의 타도’를 말하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방신학을 배웠는데, 해방신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자본주의를 ‘현대판 노예제도’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도 개선할 점이 있고 절대 선(善)도 아니지만, 그 주장 자체가 근본적으로 해방신학에 기초하고 있음을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프란치스코 교황이 파격적 행보와 도덕적 개혁으로 정체성을 알리고 있지만, 로마가톨릭 역사에서 그 정도의 개혁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정말로 바라는 것은 ‘교리의 개혁’입니다. 사도들이 전한 순수한 복음으로 교리를 바꾸는 개혁이 필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자신의 파격성을 ‘교리 개혁’에 쏟아, 역사에 길이 남을 교황으로 명성을 얻지 않겠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로마가톨릭교회가 개혁해야 할 교리는 무엇인가요.
“먼저 ‘예수 없이도 구원을 받는다’는 만인보편구원주의입니다. 성경은, 사도들이 전한 복음은, 역사적 기독교는, 결코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 사상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서에 들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한 번 맺은 언약을 저버리지 않으신다면서 유대인에게도 구원이 있다고 하고, 아브라함과 맺은 언약 때문에 무슬림도 구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심지어 미지의 신을 믿거나 양심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까지도요. 그렇다면, 굳이 예수님을 믿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둘째로는 ‘성모 마리아’를 신격화하고 우상화하는 교리입니다. (마리아에게는) 원죄도 자범죄도 없다고 하고, 예수님 대신 마리아에게 기도하는 로마가톨릭의 행위에, 마리아도 굉장히 분노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을 손상시키는 행위이며, 성경적 근거도 없습니다.
셋째로는 ‘교황좌(敎皇座·The See)’를 절대시하는 것입니다. 이는 모든 교회 조직과 법적 권력을 지배하는 교황의 권한을 말하는데, 로마가톨릭은 베드로가 최초로 그 권한을 받고 현 교황이 그것을 계승했다고 여깁니다. 교회가 종교 권력과 세속 권력까지 장악하려는 탐욕의 상징으로, 중세 때는 실제로 황제를 지배하기도 했습니다.
넷째로는 ‘교황 무오(류)설’입니다. 교황이 공식 발표한 신앙·교리·도덕 관련 내용이 무오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성경적·역사적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역사를 보면 교황은 굉장히 많은 오류를 범했고, 지난 2000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회의 과오들을 묶어 100쪽 정도의 참회고백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신학자 한스 큉이 이 교황무오설을 공박하다 교수직을 파면당했는데, 그 주요 내용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교황 신드롬>. |
-가톨릭과 기독교가 ‘형제교회’ 관계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교황 방한 당시 장신대와 한신대 신학대학원장이 인터뷰에서 이러한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신학이나 교리가 다르다 해서 이단으로 여기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예수 없이도 구원을 받는다’는 교리를 가진 집단을 형제라 할 수 있습니까?
이처럼 기독교계의 ‘교황(가톨릭) 짝사랑’이 도를 넘었지만, 정작 가톨릭은 기독교를 형제로 여기지 않습니다. 직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2007년 ‘개신교회는 교회가 아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이유는 유효한 성례가 없다는 것으로, 가톨릭에서는 교황이 인정하는 사제들만 유효한 성례를 집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WCC에 참여한 신학자들이 가톨릭과의 ‘일치와 연합’에 적극적이지만, 가톨릭은 결코 WCC에 들어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기독교를 교황좌 아래 귀정(歸正)시키려 할 것입니다. 부산총회를 통해 WCC가 복음적으로 바뀌리라던 일부 교수들과 목회자들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지 않았습니까?
WCC 부산총회 후 백서에는 ‘부산 정신’을 계승하자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거미줄이 쳐진 유럽 교회들처럼 쇠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복음 없는 기독교, 종교다원주의를 계승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특히 WCC 운동은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특히 제 책에서는 WCC 전에 나온 ‘WCC 바로 알자’라는 책자가 한국교회를 기만했음을 명료하게 정리해, 후학들이 거짓 증거에 대해 똑바로 알도록 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그럼, 로마가톨릭교회는 이단인가요?
“교황에 대한 한국 사회의 열광적인 반응은, 우리 사회가 종교를 향해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게 해 줬습니다. 교황 방한 당시, 손봉호 박사(고신대 석좌교수)가 그를 격찬하며 ‘한국 종교계가 교황을 본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윤리적으로 모범을 보이고, 검소하며 겸허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손봉호 박사님께 묻고 싶습니다. 기독교가 예수를 본받는 종교입니까? 기독교는 예수를 믿는 종교이지, 본받기만 하는 종교는 결코 아닙니다. 윤리와 도덕은 믿음의 열매이지, 그 자체가 기독교의 핵심이 아닙니다.
또 묻고 싶은 것은, 손 박사님께 기독교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윤리가 기독교일까요? 윤리 없는 기독교는 기독교가 아니지만, 그 윤리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예수를 믿음으로 하나님과 화해하고 죄를 용서받고 중생하고 의롭다 칭함을 받아 하나님 자녀가 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저는 손봉호 박사님 밑에서 배우기도 했고 40여년간 그분을 지켜봤지만, 그분의 입에서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고백이 나오는 것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일이 먼저이고, 그게 사도의 직무 아닐까요?
교황에게서 복음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가톨릭이 이단이냐고 물으셨지요? 저는 도리어 묻고 싶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없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면, 여러분들은 그들을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최덕성 박사는 “이 책으로 다른 이들을 ‘비판’하는 일은 마무리하고, 이제 기독교의 핵심인 이신칭의(以信稱義)를 단순하게 전하는 ‘단순한 기독교 운동’, 즉 ‘사도행전 30장(ACTS 30)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