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와 노동당원 (2014.06.04).
지방선거 투표장에서 악수를 거절당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건성박수와 악수거절
지난 해 말, 북한은 최고 지도자를 향하여 박수를 건성으로 친다는 죄목으로 제2인자 장성택을 처형했다. 시체를 태워 그 뼈와 재조차 없애버렸다. 지도자를 향하여 건성 박수를 치는 자에게는 북조선 땅에 묻힐 자격조차 박탈할 목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역 선거 투표장에서 어느 참관인에게 악수를 청했다가 거절을 당했다. <한겨례신문> (2014.6.4.) 보도문은 다음과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6월 4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청운동 서울농학교에 마련된 청운·효자 제1투표소에서 투표를 했다. 회색 재킷에 같은 색 바지 차림으로 투표소에 나온 박 대통령은 기표를 마친 뒤 옅은 미소를 띠며 “여기다 넣으면 됩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두 번째 투표까지 마친 뒤 박 대통령은 투표참관인들과 한 명씩 차례로 악수하며 노고를 치하했다. 그러나 맨 마지막에 앉아있던 한 남성은 자리에 일어나지 않은 채 박 대통령의 악수도 거부했다. 이에 박 대통령이 무언가를 묻자 그 남성은 “참관인입니다”라고 답했다. 이 남성은 000 노동당 종로·중구 당원협의회 사무국장으로 확인됐다.
악수거절에 생각해 볼 틈바구니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선거참관인 신분으로, 투표 장소에서, 어느 정당의 상징적 인물에게 호의를 보임이 마땅치 않다는 동기로 거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까닭 때문은 아니었다. <뉴시스>가 전화로 악수를 거부한 까닭을 묻자 “지난 5월 9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을 때 박 대통령의 진심어린 행동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했다.
한반대륙의 남과 북의 풍경은 이처럼 대조적이다. 한 편에서는 박수를 ‘건성친다’는 죄목으로 제2인자가 즉결 처형당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선거참관인이 현직 대통령의 악수 제의를 거절했을 뿐 아니라 '째려보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좋은 나라이다. 예의와 상식을 넘어선 행동의 자유가 주어진 나라이다. 악수를 청하는 대통령을 째려볼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 대한민국에 붉게 펄럭이는 인공기를 연상시키는 '노동당'이 존재하고 있다.
국민이 대통령을 원수처럼 째려볼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 생각할 수록 마음이 착찹하고 복잡해진다. 만약 위 선거 투표장에 북녘의 최고 지도자가 나타났다면 이 사람은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악수 제의를 거절하고 째려보았을까? 건성박수를 치고 있었을까? 일어서지도 않고 얼굴을 노려보고만 있었을까?
"너는 그들로 하여금 통치자들과 권세 잡은 자들에게 복종하며 순종하며 모든 선한 일 행하기를 준비하게 하며”(딛 3:1).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롬 13:1). 대통령 째려보기, 악수거절은 이 가르침과 무관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