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엔 상왕(上王) 없어야

by dschoiword posted Mar 0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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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크리스천투데이 보도-대담 기사 (2013.2.28.)


“말로만 예수님이 주인… 개신교엔 상왕(上王) 없어야”


최덕성 박사, "내게 돌을 던져라" 통해 교회 개입하는 원로 비판


“개신교회의 원로목사 또는 은퇴 목사와 후임 목사 간의 관계는 모세와 그 장인 이드로 사이의 관계가 아닙니다. 장로회는 원로목사와 담임목사가 한 배를 타도록 허락하지 않습니다.”


최덕성 박사(브니엘신학교 총장)가 온라인 신학저널 ‘리포르만다(www.reformanda.co.kr)’에 게재한 "내게 돌을 던져라"에서 최근 한국교회에 잇따르고 있는 원로-후임 목사간의 갈등에 대해 장로회 제도와 교회론적 입장에서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이 글에서 “개인의 자유 제약에 민감한 미국에서도 장로교회(PCUSA)는 퇴임 또는 은퇴 즉시 다른 도시로, 곧 일정한 거리 바깥으로 이사를 가서 살겠다는 서약 문서에 서명을 하고 담임목사로 부임한다”며 “이는 수백 년의 경험을 거쳐 만든 제도로, 전임 목사가 지위력을 이용해 퇴임한 교회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로 발생하는 분쟁과 갈등, 폐습을 막으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또 “오늘날 교회 안의 ‘상왕(上王)’은 조선왕조 ‘태종’처럼 아들을 위해 정적을 제거하고 궂은 일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궂은 일은 후임자에게 떠맡긴 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담임목사가 목회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정상적인 목사라면 은퇴와 더불어 교회를 떠나 후임 목사 선정에 개입하지 않고, 후임자의 목회활동을 간섭하지 않음으로써 폐나 누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은퇴한 목사는 오랫동안 교인들과 깊이 맺은 인간적인 관계로 후임 목사보다 더 주목을 받기 때문에, 후임 목사에 대한 전임 목사의 간섭·불만·푸념·걱정은 곧장 대다수 교회 구성원들에게 전달돼 교회 갈등과 분란의 화근이 된다”며 “은퇴한 목사는 퇴임 시점부터 그 양떼의 목자-목사가 아니고 엄격히 ‘은퇴’란 목사라는 직책 자체를 그만두는 것이며, 장로회 제도는 ‘상왕 목사’ 또는 ‘시어머니 목사’ 지위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퇴한 목사의 교회 간섭·통제·자유 제한을 정당화할 수 있는 교회론과 치리회 규정은 없기 때문에, 퇴임 후 계속 교회에 지위력을 행사하고 영향력을 미치고 후임자의 활동을 간섭하는 것은 규칙 위반”이라며 “장로회는 원로원 제도를 따르지 않고, ‘원로·공로·은퇴·명예 목사’라는 명칭은 퇴임 목회자에게 존경을 표하면서 연금 형태의 생활비를 제공한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글은 교회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故 옥한흠 목사의 ‘공개된 비밀편지’에 대해 ‘옥(玉)의 한 흠(欠)’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는 등 사실상 사랑의교회를 겨냥하고 있어 찬반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다음은 최 박사와의 일문일답

(해당 글 바로가기:http://reformanda.co.kr/xe/index.php?document_srl=39033&mid=theoJournal).


-‘내게 돌을 던져라’는 글은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어느 교회 담임목사의 요청으로 쓴 것인가요.


“아닙니다. 저는 그를 만나거나 대화한 적이 없고, 그 교회를 방문해 본 적도 없습니다.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은 일도 없었습니다. 단지 한국교회 안의 뿌리 깊은 병폐를 바로잡고, 개신교회 안에는 ‘상왕·시어머니 목사’ 제도가 없음을 알리려 쓴 글입니다. 저는 교회의 주인이 예수 그리스도이며, 공로주의를 척결해야 교회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 교회 분쟁에 신학자가 나서느냐고 비난할 사람도 있을 테지만, 신학자의 급선무는 자기 시대에 교회가 필요로 하는 답을 제시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많은 이들이 그 교회 담임목사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데, 교회를 떠나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으신지요.


“언론 보도문들과 함께 격문(擊文)을 담은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사임해야 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치리회의 결정을 따라 자숙 기간을 거치지 않았던가요? 아무쪼록 이제 ‘하나님 앞에서(Coram Deo)’의 삶과 중심이 올바른 목회에 충실하고, 겸손으로 허리를 동이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교회의 목자도, 주인도, 주관자도 오직 예수 그리스도 뿐이심을 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위 교회 담임목사의 선임자가 보낸 편지에 대해, ‘배후에 차마 말하기 어려운 무슨 동기와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요.


“원로목사가 퇴임할 당시 그 교회는 이미 초대형교회였습니다. 회집 인원이 1만여명 이상이었어요. 그런 처지에서 후임자가 자신보다 큰 대형교회를 추구한다고 비판하는 일은 모순입니다. 차마 말하기 어려운 동기와 이유에 대해선 글의 행간에서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교회 치리회(당회·노회·총회) 결정에 순종해야 하지만, 교회가 원칙대로 합리적으로 결행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휩쓸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원칙과 합리성을 벗어난 결정은 중세 교회처럼 타락했다는 증거입니다. 개혁교회는 중세 교회의 타락에서 배운 교회론이 있습니다. 기독교인이 교회의 결정에 순종하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원리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단, 이는 치리회-교회의 결정이 성경의 가르침과 명확히 어긋날 경우입니다. 중요한 것은 ‘명확한 경우’에만 그렇다는 것입니다. 나치 정권에 아부한 독일 교회나 일제의 우상숭배를 강요한 한국교회와 같은 경우 말입니다. 기독교인이라면 교회 치리회의 결정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일단 순복할 의무가 있습니다.”


-전임 목사는 교회를 성장시킨 공로자들인데, 그들에게 모든 것을 버려두고 떠나라는 건 지나친 처사 아닐까요.


“교회의 주인이 누구입니까? 그들도 예수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지 않습니까? 말로만 그렇다고 하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처신함이 교회 갈등의 주 원인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인본주의와 세속적 발상을 배격합니다. 공로주의는 기독교 신앙과 무관합니다.”


-시무하던 교회를 떠나면 현실적으로 은퇴한 목사와 그의 가족들이 갈 곳도 없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교회를 찾기도 마땅치 않은데요.


“정상적인 교회라면, 퇴임 목사들의 복지를 소홀히 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교회는 부모 공경의 차원에서 퇴임한 모든 목회자들의 예우와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연금제도도 활성화해야 합니다. 은퇴한 목사들이 퇴임 후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목사와 그 가족이 정든 교회를 떠나 교인들과 정을 끊는 것은 참으로 큰 고통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거룩한 결단’이 교회에는 평화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피스메이커(Peace Maker)’ 아닙니까.”


-‘목사직 계승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순종이고 인본주의적 발상을 배격하는 일’이라고 하셨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성숙한 교회는 목사직 계승 과정을 하나님의 주권과 성령의 인도를 사모하면서 치리회 규례를 따라 품위 있고 질서정연하게 진행합니다. 하나님의 이끄시는 동선(動線)을 강하게 포착합니다. 교회의 주인이 진정 예수 그리스도라고 고백한다면, 공로주의와 인본주의를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교회 치리회가 정상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해도, 시민들의 도덕의식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교회를 지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교회 사안들에 대한 명료한 주장, 탁월한 영성, 무교병 같은 윤리척도, 청렴결백, 신령한 은사, 합리적 해결책 등이 개혁교회론과 치리회 규정 및 판단을 넘어설 경우에는 타당성과 실효성을 가질 수 없습니다. 교회론과 치리회 규칙은 성경 말씀과 합리성과 역사적 경험의 열매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질서의 하나님이십니다(고전 14:33).”


-전·후임간 갈등 외에도 목회자들의 윤리적 결함으로 기독교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습니다. 대안이 있나요.


“윤리는 고귀하지만 사람을 구원하지도, 살리지도, 변화시키지도 못합니다. 기독교 윤리운동 단체들의 노력과 수고는 귀하지만, 저는 차라리 복음전도 운동에 ‘올인’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복음도, 사랑도 없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반기독교 운동을 자극해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을 강화시킬 뿐입니다. 복음으로 변화한 자가 성령 안에서 윤리적으로 성화하게 하는 것이 윤리적 목표에 도달하는 지름길입니다.”


-끝으로, 박사님의 ‘사도행전 30장 운동’이란 무엇인가요.


“단순한 기독교(Christianity Simplified) 운동입니다. 하나님 말씀과 성령의 역사에 의존하는 신세계 복음전도와 교회확산 운동을 말합니다. 단순한 것에 힘이 있습니다. 단순한 신학·교리·신앙·복음전도, 소박한 교회개척 운동으로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을 수행하려는 운동입니다. 복음을 듣지 못한 민족과 고사(枯死)한 세계교회협의회(WCC) 추종교회들의 텃밭인 유럽·북미·대양주까지 사도들이 전한 복음을 고백하는 교회를 세우는 운동입니다. 하나님의 손에 붙잡혀 쓰임 받을 것이라 믿습니다.”


최덕성 박사는 부산 브니엘신학교 총장을 맡고 있으며, 신대원 과정 교의학을 직접 가르치고 있다. 고려신학대학원-고신대학교 교수(1989-2009)였다. 브니엘신학교는 25년 역사의 목회자 및 전문인선교사 양성 학교이자 아시아신학연맹(ATA) 학위(M.Div, MA, BA) 인준기관으로, 200여명의 학생들이 수학하고 있다.


최 박사는 기독교사상사 전공으로 역사신학과 교의학(조직신학)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그간 <한국교회 친일파 전통(2000)>, <에큐메니칼 운동과 다원주의(2004)>, <신학충돌 Ⅰ·Ⅱ(2012-2013)> 등 교회론과 역사신학을 통합한 저술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사도행전 30장 운동’을 이끌며 ‘신학의 대중화’를 위한 선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