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화난 어느 목사님
저는 하나님께 화가 났습니다....
세상을 지으시고 사람을 만드신 것은 잘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왜 목사를 만드셨습니까?
세상의 모든 만물은 다 아름답고 쓸모 있게 지으셨는데
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목사를 지으셨습니까?
어떤 이들은 살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목사 탓을 합니다.
목사의 능력이 부족해서 자신이 고통당한다고 말입니다.
자기 뜻대로 안되면 목사가 기도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목사를 지으실 때 물 위를 걷거나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는 능력 정도는 주셨어야 합니다.
적어도 부동산이나 주식 시세를 예측하는 능력이라도 주셨어야 합니다.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없는 목사는 한심한 존재인거 같습니다.
사람들은 목사의 참 얼굴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목사는 슬픔이나 분노나 절망을 느껴서도 안 되고 표현해서도 안 됩니다.
조그만 감정의 흔들림에도 사람들은 ‘목사도 사람이었군’하면서 실망합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가면 뒤에 숨기도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목사에게 인간미가 없다고, 가식적이라고 비난합니다.
목사는 정말이지 숨을 곳도 없습니다.
목사가 편안하게 허물없이 대하면 권위가 없다고 하고
권위를 세우려하면 건방지다고 합니다.
친구가 되어 달라해서 친구가 되어주면
아버지가 되어 달라하고,
아버지가 되어 주려하면 끌어내리려 합니다.
목사는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교회의 모든 권한은 성도에게 있다고 하면서,
모든 책임은 목사 혼자서 지라고 합니다.
성도의 성공과 출세를 위해 목사더러 축복기도 하라면서
목사는 고난과 가난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목사는 먼지보다 못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목사는 힘없고 쓸모없는 존재인데
도사람들은 목사의 독재와 횡포를 막아야 한다고 소리 지릅니다.
내일의 밥상을 걱정하며 살아가는 목사에게
사람들은 배부르고 탐욕스런 삯꾼이라고 손가락질 합니다.
목사는 이래도 저래도 죄인입니다.
아 참, 가끔 사람들이 목사를 찾아오기도 합니다.
외롭고 힘들 때, 도움이 필요할 때 찾아와서는 함께 울어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성공하거나 잘 나갈 때는 찾아오지 않습니다.
하나님, 만일 목사가 외롭고 힘들 때는 누가 위로해주지요?
사람들에게 이렇게 넋두리를 했다가는 아마도 저는 해고되겠지요.
목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하나님 앞에 화를 내는 것 밖에 없습니다.
땅에도 속하지 못하고 하늘에도 속하지 못하는
세상의 변두리에서 위태롭게 춤을 추는 광대처럼,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를 홀로이 부르는 은퇴한 늙은 여가수처럼
그런 이방인이 바로 목사인 듯합니다.
그러니 목사를 만드신 하나님은 분명히 실수하신 것입니다.
하나님 덕택에 이 땅의 목사들은 무거운 십자가를 어깨 위에 지고 살아갑니다.
벗을래야 벗지도 못하는 목사라는 굴레는
너무 무거워서 잠시도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보면 눈물이 납니다.
메마르고 딱딱한 마음속에서
속울음이 터져 나옵니다.
예수님의 고통의 무게를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이번 고난주간은 정갈한 기도는 아니지만
그냥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대신하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하나님
-어느 목사님의 카카오스토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