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by dschoiword posted Jan 1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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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티니안과 각료.jpg

 

사진: 로마제국 황제 유스티니우스와 참모들 (모자이크, 라벤나

비탈레교회당, 547년 무렵). 황제가 성반을 들고 있다. 

 

 

 

역사’(歷史)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역사’(歷史) 하면 무엇이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가? 해묵은 먼지를 뒤집어쓴 고서, 족보, 연표인가? 연대, 인명, 지명을 암송하고 사건들을 차례로 나열하는 일인가? 역사연구는 그 같은 무미건조한 작업이 아니다. 과거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 정신, 신앙, 신념을 정리하고 해석하고 재구성하여 오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음미하는 일이다. 높은 산봉우리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함성을 지르는 것 같은 신나는 학습이다. 장려한 한 편의 드라마나 풍경화를 보는 것 같은 흥미진진한 탐색활동이다.

 

로마가 멸망할 시기(410)에 목회자, 신학자로 봉사하던 어거스틴에서 동·서방교회의 분열(1054)까지, 지중해 세계는 교권(敎權)과 제권(帝權)의 격렬한 투쟁지였다. 교회와 국가가 결속된 기독교왕국을 이루고 있었다. 교황과 황제가 하나의 종교사회를 이끈 쌍두마차시대(The Age of Christendom)였다.

 

서양중세기는 암흑시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독교의 역사를 통틀어 볼 때 그 시대만큼 어두운 때는 없었다. 그러나 어둠 속에도 밤하늘을 영롱하게 밝히는 별들이 있는 것처럼. 중세암흑기에도 그 시대를 밝힌 수많은 광명들이 있었다. 중세인들의 신앙, 용기, 열정. 헌신, 순수한 삶, 학문 등은 오늘의 교회로 연결된 텃밭이며, 위대한 교훈을 제공하는 역사의 보고(寶庫)이다. 그 시대 사람들의 어리석음, 교권의 횡포, 모함, 음해, 모략, 거짓, 민족과 문화의 우월감, 제국주의 침략정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자행한 과오들은 오늘날의 교회를 위한 거울이다. 교황주의, 성직매매, 미신, 제한된 이성으로 하나님의 진리를 싸잡아 논하려고 한 스콜라주의 신학의 실수 등은 우리를 겸손하게 하며 하나님의 말씀과 자비 앞에 무릎을 꿇게 한다.

 

서양중세사회를 지배한 사상은 무엇이며 어떤 특성을 갖고 있었는가? 그 시대의 기독인들은 어떤 감수성, 정서, 망딸리떼(Mentalite)를 지니고 살았는가? 그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시대와 그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요구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중세교회가 우리에게 물려준 신앙, 문화, 사상 유산은 무엇인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쌍두마차시대>(2012)는 하나님이 중세교회 안에서 어떻게 역사했으며, 그 시대의 교회가 하나님께서 맡긴 일들을 어느 정도로 성실히 수행했는지 탐색한다. 기독교의 로마화, 미신화, 타락에도 불구하고 교회 안에 생명력 있게 살아 있던 신앙과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기독인들의 삶과 신앙의 흔적을 확인한다. 캄캄한 밤하늘을 밝히는 별들처럼 그 암흑시대를 아름답게 빛낸 신앙운동, 황제의 무례, 교황의 폭력 아래에서도 꿋꿋하게 생명력을 유지한 신앙고백공동체의 활동들을 살펴본다.

   

이 책은 높은 학습효과를 위해 다섯 가지 독자적인 원칙을 따랐다. 첫째, 예술사로 엮었다. 교회사와 기독교사상사 책에 지도나 그림 하나 없는 따분함을 극복했다. 예술품은 어떤 형태로든지 역사를 담고 있으며 당대의 삶과 정신을 반영한다. 그 안에는 동시대의 열망과 아픔, 작가의 피땀과 인고가 응결되어 있다. 필자는 예술가의 눈으로 역사를 탐색하고 그것이 담고 있는 신앙인들의 숨결을 분별해 내고 작가의 정신을 만난다. 기억상실증 환자가 기억을 되찾은 듯 감격스런 마음으로 그 시대 신앙인들의 발자취와 사상을 탐색한다. 높은 산봉우리에서 그 아래에 펼쳐진 아름다운 계곡과 푸른 평원을 바라보면서 그 시대 교회의 풍요로움과 가난, 빛과 어둠, 진리와 이단을 간파한다.

    

둘째, 각 장마다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논지를 담았다. 특정 주제를 깊이 다루고 싶은 열망과 개론서를 써야하는 필요 사이에서, 개괄적으로 다루면서도 숙지해야 할 것들은 빠짐없이 상론했다.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중세 사건, 사상, 신앙의 흐름을 유형별로 풀어냈다. 신학적으로 조율된 중세 메시지의 진수(眞髓)를 맛보게 했다. 중세교회의 독창적 움직임과 사상의 변화를 총체적으로 조망하고 유기적으로 관련지어 평가했다. 사회·문화·정치·환경·정신·지식·가치·강박관념·헌신·영혼의 갈망·제도 따위를 포괄적으로 다루면서도, 신앙고백적인 사건들의 흐름과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셋째, 신앙고백교회사관으로 조망했다. 그 시대의 교회가 하나님에 대해 무엇을 믿고 고백했으며, 하나님께서 요구하는 바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교회 안에서 일어난 사건들과 표현된 신념들은 모두 신앙고백적인 함의(含意)를 지니고 있다. 이것을 신학적으로 검토하면서 교회신앙공동체가 말과 글과 행동으로 또는 머리와 가슴과 손과 발로 고백한 신앙 활동에 주목했다. 성경을 역사 평가와 재구성의 기준으로 삼아, 하나님이 그 시대의 기독교, 교회, 기독인들에게 요구한 본분(本分)이 무엇이며, 그들이 그것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탐색했다. 로마가톨릭교회의 시각을 극복하고 개혁주의 관점으로 서술했다.

   

넷째, 서양에서 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동북아시아 한반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소개하여 시간과 공간의 차이로 말미암아 생긴 이해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했다.

  

다섯째, 각 장 마지막에 신학도와 목회자를 위한 메시지를 실어 교회를 위한 학문이 되도록 했다. 역사적, 신학적으로 검증되고 조율된 이야기들이 효과적인 설교와 교회교육의 소재가 되고, 내용과 관련된 예술작품과 그림들과 더불어 독자의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지각의 장을 넓히게 했다.

   

인명과 지명은 원래의 발음대로 표기하거나 영어 발음을 우선적으로 따랐다. 어거스틴, 유스티니안, 베네딕트, 버나드, 우루반 등 한국말로 정착되어 고유명사화 된 이름들은 그대로 사용했다. 로마가톨릭교회의 주교’(Bishop)는 한글성경과 감리교회의 용례를 따라 감독으로, 바실리카(Basilica)대교회당으로 표시했다. 명사들은 될 수 있는 대로 붙여 써서 독자들이 박진감 있게 읽을 수 있게 했다.

  

역사가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앉은 난쟁이와 같다. 각 세대는 거대한 인간 피라미드에서 그 이전 세대 사람들의 어깨 위에 선다. 학자는 피라미드를 오르내리는 곡예사이다. 다른 사람들이 모은 자료와 탐구해 놓은 결과에 신세를 진다. 축적된 기존 정보와 선배들의 연구업적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정도로 의존했는가를 밝히는 것조차 어렵다. 선배 학자들의 노력과 수고에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예일대학교의 중세사가 자코슬라브 펠리칸 교수(Jacoslav Pelikan)와 교리사가 조지 린드벡 교수(George Lindbeck)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두 사람은 저자에게 중세기독교사상에 대한 통찰을 심어 주었다. 린드벡은 기독교사상사와 안셀무스를 전공한 역사신학자이다. ‘어거스틴에서 종교개혁전야까지,’ ‘어거스틴 신학,’ ‘종교개혁신앙고백등의 강의로 일관된 논리와 지적 기풍이 무엇인가를 보여 주었다. 기독교 역사를 가르친 예일대학교의 찰스 포만 교수(Charles Forman)와 종교개혁후기 기독교사상사를 가르친 에모리대학교의 데오도르 런연 교수(Theodore Runyon)께도 감사를 표한다. 그들은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보여준 스승들이다.

 

이 책 출간의 기쁨을 20년여 년 동안 고려신학대학원고신대학교에서 저자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아내 이민주와 세 아이들, 평화, 지혜, 한국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들의 사랑과 인내와 희생 덕분에 이 책이 세상에 태어났다. 이런 저런 모양으로 마음의 벗이 되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은 동료 교수들과 목회자들과 제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지은이 최덕성

  

 

쌍두표지.jpg

 

 

위 글은 실타래처럼 복잡한 서양중세사중세교회사기독교사상사를 풀어 알기 쉽게 엮은 <쌍두마차시대>의 머리말이다. 위 책은 본문 내용과 관련된 컬러 그림, 사진, 지도를 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박물관 진열장에 전시된 값진 골동품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저자가 고려신학대학원에서 21년 동안 가르친 기독교사상사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종교개혁전야> 자매편이다. <쌍두마차시대> 차례는 다음과 같다.

 

차례

머리말/ 3

차례/ 7

 

1. 쌍두마차의 세계/ 9

2. 어거스틴의 회심체험/ 23

3. 어거스틴의 신학사상/ 51

4. 어거스틴의 은총론/ 83

5. 로마의 멸망과 기독교의 확산/ 111

6. 로마황제와 동방교회/ 137

7. 로마감독과 서방교회/ 157

8. 에베소-칼케돈공의회/ 177

9. 베네딕트수도원운동/ 205

10. 라틴기독교의 확장/ 233

11. 카롤링왕조와 신성로마제국/ 263

12. 봉건제도와 기독교사회/ 297

13. 암흑시대/ 325

14. 교권과 제권의 혈투/ 349

15. 비잔틴기독교/ 383

16. ·서방교회의 분열/ 419

17. 동방교회의 선교와 수도원운동/ 453

 

맺음말/ 487

 

참고문헌/ 497

그림목록/ 507

그림출처/ 511

인명찾아보기/ 513

 

최덕성

쌍두마차시대

서울: 본문과현장사이, 2012

518

컬러 양장 제본

 

생명의말씀사 보급 중

 

www.reformand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