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신문’(www.kidok.com 2013.11.12. 예장 합동) 기고의 글
거대한 영적 쓰나미, 성경진리 흔들었다
"복음을 세속 개념화한 ‘새 선교·전도 성명서’ 반기독교적 중대한 결함 지녀
성경을 신앙 표준으로 삼지 않는 행보는 결국 교회를 죽음에 이르게 할 뿐"
최덕성 교수 (브니엘신학교 총장·전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세계교회협의회(이하 WCC) 제10차 부산총회는 거대한 영적 쓰나미를 몰고 왔다. 예수 그리스도를 전 피조물의 생명 지킴이, 환경 운동 전도사, 인민 해방 운동가로 등장시켰다. 다원주의, 포용주의, 신앙무차별주의와 더불어 교회로 하여금 진리에 대한 민감성을 상실하게 했다. 유럽, 북미, 대양주의 주류 교회들처럼, 교회가 WCC 신학을 따르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감염환자처럼 서서히 생명력을 잃을 수밖에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부산총회가 선포한 새로운 선교-전도 선언서 “함께 생명을 향하여: 지형 변화 속의 선교와 전도”(2012)는 이른바‘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구도에 따라 선교를 ‘생명의 하나님의 인도를 따라 만물의 생명 충만을 향한 헌신 활동’으로 정의한다. 인간화, 인권, 혁명 투쟁 활동에 초점을 모으며, 피조 만물의 생명, 생명 충만으로 지평을 확대시킨다. 그러나 기독교 선교와 전도의 핵심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인류와 만물이 학수고대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증거를 방해한다.
1. 새 선교-전도 성명서
새 선언서는 교회의 사회적 문화적 책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피조물의 생명과 생명 충만 활동을 하도록 자극하는데 일조한다. 그러나 기독교 선교-전도 선언서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심대한 결함을 지니고 있다. 그 핵심 주장은 반기독교적이며, 이단적이다.
첫째, 선교와 전도 마당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마르크스주의 복음을 대체시킨다. 십자가의 복음과 영생의 진리를 소개하지 않는다. 믿음으로 의롭다고 칭함을 받는 도리, 중생, 구원, 은혜,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죽음과 대속 사역, 화목 제물의 중요성을 말하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유일성도 언급하지 않는다. 예수가 누구이며, 왜 그가 그리스도이며, 왜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시인하고 믿어야 하며, 믿음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는다.
둘째, 인간의 타락과 죄성을 도외시한다.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 앞에 있는 죄를 사회적 불의와 구조 차원의 모순, 자본주의적 탐욕, 생태학적, 경제적, 사회적 결함으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한다. ‘하나님의 나라’를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추구하는 정의와 평화가 유지되는 이상 사회로 환원시킨다. 교회의 정체성을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의 연대성에서 찾는다. 복음을 세속 개념으로 이해하면서 하나님의 나라와 세상의 나라를 동일시한다. 인간화와 혁명투쟁을 하나님 나라 확장 수단으로 여긴다.
셋째, 하나님의 세계 돌봄 역사(役事)와 구원 역사를 구분하지 않는다. 성령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에 자연적 생명을 부여하고 돌보고 계시지만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와 영적인 이스라엘인 신앙고백 공동체 곧 교회 안에서 일하는 방식은 같지 않음을 간과한다. 모든 인간과 전 피조물에 부여된 자연적 생명이 제한받지 않고, 최대한으로 충만히 그 자체를 누리도록 하는 일을 선교와 전도의 목적으로 설정한다. 하늘에서 내려온 떡―빵을 먹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새 생명을 말하지 않는다.
넷째, 신약성경의 핵심 메시지 생명(zoe)을 자연적 또는 생물학적 생명―목숨(bios)로 환원시킨다. 이러한 생명과 생명 충만은 아프리카의 부족 종교도 공감하고 한국의 박수무당도 환영할 수 있다. 인도의 범신론적 종교 사제도 받아들일 만한 개념이며 뉴에이지 운동의 구루(guru)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신적 신앙인들과 마르크스주의 이데올로기 신봉자들도 호감을 가질 수 있다. 새 선언서가 말하는 성령은 타종교인들이 말하는 보편적인 힘, 에네르기, 정령(精靈)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섯째, 종교다원주의를 담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유일성을 말하지 않는 반면 이웃 종교들과 공동의 증언에 근거한 쌍방통행의 대화를 강조한다. 만인보편구원주의에 근거하여 전도는 “하나님의 구원하는 은총에 대한 한계를 두지 않고(without setting limits to the saving grace of God)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고난, 그리고 부활의 중심성을 명백하고 확실하게 하는 선교활동이다”라고 한다. ‘중심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잡다한 여러 가지 해석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아울러 개종전도금지주의(Proselytism)를 비기독교세계에 확대 적용한다.
2. 인류와 만유 배반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는 인간의 탐욕 때문에 부서지고 있다. 자연은 황폐화되고, 인간의 빈부격차와 소외는 점점 심해진다. 부정의와 억눌림과 탐욕에서 인간과 피조물을 자유하게 하며 활동은 중요하다. 생명을 주신 하나님은 그 생명들을 사랑한다. 벌레 한 마리,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서 생명-삶의 소중함을 배우면서 “함께 생명을 향하여” 전진하자고 하는 구호는 불평등, 분열, 갈등을 타파하고, 피조세계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시키는 일은 고무시킨다.
WCC 부산총회는 인류에게 유익한 많은 주제들을 다루었다. 그러나 인류에게 시급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복음이다. 피조물들도 인간의 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하나님의 진정한 생명, 생명 충만, 정의, 평화를 가질 수 없다. 인간의 불순종과 타락으로 “땅이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냈다”(창 3:18). 인간에게 진실, 인애, 하나님 지식이 없고, 오직 저주, 속임, 살인, 도둑질, 간음하며, 포악하며, 살인이 계속되자 “이 땅이 슬퍼하며 거기 사는 자와 들짐승과 공중에 나는 새가 다 쇠잔”(호 4:1~3)해졌다. 만물의 생명과 생명 충만에 이를 수 있는 첫걸음은 인간의 죄 문제 해결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제자들에게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으라”(마 28:19)고 말씀했다. 이 명령은 인권, 인간화, 해방투쟁, 신토불이 유형의 생명, 생명 충만 활동을 하라고 하는 부름이 아니다. 정치가, 경제학자, 과학자, 사회학자, 기타 전문가들, 국제연합(UN)과 비정부기구(NGO)가 수행하고 해결해야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하나님의 선교’를 하라는 명령이 아니다.
새 선언서는 기독교의 기본적인 본질과 선교와 전도의 사명을 왜곡시킴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전파의 기회를 방해하고 결과적으로 인류와 만물의 진정한 회복을 방해한다. 교회의 세속화와 인본주의화와 퇴락을 가속시킨다. 죄 문제 해결의 길과 영원한 생명의 복음을 소개하지 않으며, 성령론을 왜곡시키고, 하나님의 나라를 세속적 개념으로 이해하고, 교회의 우선적 과제를 전도시킨다.
부산총회는 인류와 만유를 배신했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 그리스도와 순교의 피를 흘린 사도들과 신앙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수많은 순교자들을 배신했다. 성경을 앞세웠지만 실상 쓰레기 취급했다. 역사적 기독교를 배신했다.
3. 항의
WCC 부산총회 바깥마당의 항의자들(protesters)은 한국교회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WCC의 복음화에 이바지했다. 종교다원주의, 종교혼합주의, 용공주의 타도는 강렬했다. 가장 눈에 띄는 항의 글귀는 ‘WCC가 교회를 죽인다’(WCC KILLS CHURCH)였다. 여러 명의 총대들이 이 글귀 피켓 곁에서 사진을 찍곤 했다. 부산총회가 선포한 새 선언서가 언급하는 ‘지형변화’ 곧 이 단체를 충실히 따르던 유럽, 북미, 대양주 교회들의 퇴락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동방교회 모 신학자는 행사장 바깥의 항의와 “WCC가 교회를 죽인다”는 글귀를 언급하면서 일치문서에 동성애자 거부에 대한 문안을 넣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많은 총대들이 술렁이면서 그의 의견에 반대했다. 루마니아정교회 대주교는 주제 행사장에서 일치를 깨는 원수는 바깥에 있지 않고 우리 안에 있다면서 동성애자를 수용하면 탈퇴하겠다는 어조로 말했다.
WCC 사무총장 울라프 트베이트는 기자들을 향하여 우리는 WCC에 대하여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성경은 동성애를 명백하게 죄로 규정한다. 트베이트의 입장 표명은 이 단체가 성경에 따라 믿고 고백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폐회예배 설교자 남아공 성공회 사제 미카엘 랩스리는 동성애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나의 꿈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모든 위대한 종교들의 지도자들이 나와 똑 같은 사과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성경이 끝나나는 데서 하나님의 계시가 끝난다고 믿는가, 아니면 하나님의 성령이 우리를 모든 진리에로 계속 인도해 준다고 믿는가” 하고 탄식했다. 성경을 따르지 말고 의견수렴을 거쳐 동성애자를 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교회 바깥에 있는 이단보다 교회 안에 있는 이단이 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성경을 신앙과 행위의 표준으로 삼지 않는 신학자, 교회지도자들의 행보는 교회를 부지중에 죽음에 이르게 한다. WCC 부산총회는 기독인의 사회-문화적 책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며, 성경이 말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