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라이브러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10516835_426045534201509_4618046215398795861_n.jpg

 

 

신학교의 쓸모

 

1.

 

오늘날 신학교 교육은 무용한 것인가사울의 타락 이후 사무엘은 자신의 고향 라마로 돌아가 그곳에 나욧을 세운다. 앞으로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 선지자들을 가르치고 길러내려 했던 것 같다. 지금으로치면 신학교와 유사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라마 나욧에서 사무엘에 버금가거나 혹은 그만큼은 못되더라도 나름 걸출한 선지자가 나왔다는 이야기는 없다. 그렇다면 선지자 교육에 실패한 것일까?

 

마찬가지로 우리 시대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멋지게 쓰임받는 특출난 목회자들을 보면, 신학교의 교육과 시스템을 통해 길러진 사람이 아님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신학교 교육은 무용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하나님에게는 사무엘과 같이 비범한 인물도 필요하지만, 특출남 없이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보통의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는 보통의사람들도 필요하다. 아니, 오히려 후자의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아무리 특출나도 손댈 수 없는 영역은 있기 마련이며, 또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사역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

 

오랫동안 교회와 신학교, 기독교 출판사 진영에 있어보니 한 가지 요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소위 명문대를 나온 이들, 혹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전문직 직업을 가진 엘리트 평신도들이 홀로 신학책을 읽으며 신학을 독학하면 아주 높은 확률로 산으로 간다는 것이다. 아니, 산 정도도 아니고 안드로메다로 간다. 처음에는 도대체 왜 그럴까 의아해했는데, 이제는 그냥 그려려니 할 정도다.

 

신학의 독학이 위험한 이유는, 아주 높은 확률로 교만이 깃들기 때문이다. 신학책 몇 권을 읽고나면 이후부터는 나는 아는데 너희는 모른다는 자가당착에 빠져 거의 천하무적이 된다. 목사도 신학교수도 다 바보로 보이고, 다 나보다 한수 아래로 보이기 시작한다. “목사 주제에, 신학교수 주제에 감히 나에게 복음을 가르치려 하느냐?” 얼마전 페북에서 본 한 전문직 평신도의 댓글이었다. 그 역시 고작 몇 권의 신학책을 읽고 감동하여 안드로메다로 간 사람이었다.

 

이후 과정은 뻔하다. 다닐 만한 교회가 없게 된다. 어느 교회에 나간들, 어떤 목사의 설교를 듣든, (어떤 신학교수의 강의를 듣든) 다 하찮게 들리기 때문이다. 독학+교만의 조합 속에 누구의 권위도 인정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평생 엉터리 신학 속에 내가 최고다라는 착각 속에 빠져 살게 된다. 심지어 목사들, 교수들도 모르는 것을 내가 책으로 쓰고 강의도 해야겠다고 나서는 이들을 적지 않게 보았다.

 

3

 

사실 신학교에 처음 입학한 신학생들 상당수가 저런 상태에 빠진다. 그러고보면 신학이라는 학문이 참 묘하다.

 

나만 다 아는 것 같고, 남들이 모르는 것을 나만 깨달은 것 같고. 또 신학자들 이야기는 다 별거 아닌 것 같고, 다 그게 그거인 것 같고, 이미 내가 다 아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고. 이게 바로 소위 신2병이다.

 

사실 그게 그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차이를 인식하지 못할만큼 깊이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거니까. 학부생들은 안다를 입에 달고 살고, 박사과정생들은 모른다를 입에 달고 살겠나? 원래 아무것도 모르면 다 아는 것 같은 법이다.

 

다행히 신학교에서 한 해 두 해 시간을 보내다보면, 2병이 조금씩 치료된다. 신학이 얼마나 방대하며 또 얼마나 많은 공부를 요구하는지 깨닫게 되고, 자연히 그 앞에서 작아지고 겸손하게 된다. 또 자신이 배운 것이 목회 현장, 교회 사역에서 잘 통하지 않음을 경험하다보면, 과잉된 자의식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그러나 신학교 밖에서는 이러한 치료과정을 겪기 힘들다. 페이스북에서 유튜브에서, 신학책 몇 ()권 읽은 평신도들이 평생을 신학공부하고 고민하고 인생을 바친 목회자들의 전문성을 비하하고 신학교 교육을 비웃는 모습을 볼 때, 이미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임을 본다.

 

4.

 

신학교가 아무리 엉망이어도 그 정도 취급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물론 의사들 중에도 돌팔이가 있을 수 있듯이, 목사, 교수들 중에도 일부 엉터리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도 그정도는 하겠다며 독학으로 공부한 의학으로 병을 진단하고 사람을 치료하겠다고 너나 할것없이 나서면 어떻게 되겠는가

 

적어도 신학교는 신학을 접하고 혼자만의 엉뚱한 상상을 펼치며 안드로메다로 가지 않게 막아주고 신2병을 치료해준다. 이단에 빠지지 않고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막아준다. 특출난 인물을 길러내진 못하더라도 보통의 자리에서 1인분은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물론 완벽하진 않다)

 

내가 생각하는 신학교의 쓸모다. 그 이상은 사실 잘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정한 목회자는 신학교 시스템으로 길러낼 수 있는게 아닌 것 같다. 내가 존경하는 목회자들 중 신학교 교육으로 길러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신학교가 없다면 더 산으로 간다. 아무리 욕을 먹어도 여전히 신학교(교육)가 필요하고 또 중요한 이유다.

 

페이스북 글(2024 09 09)

 

이학명, 도서출판 학명 대표, 고든콘웰신학교 졸업

 

▶ 아래의 SNS 아이콘을 누르시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습니다.

\


  1. 동물신학, 동물장례식

        동물신학, 동물장럐식     예장 고신 교단 74회 총회가 받아들인 동물신학에 대한 고려신학대학원 보고서   ‘동물 장례에 대한 질의’에 대한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 보고서     신학위원회/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     1. 총회 질의     경남김해노회장 이...
    Date2024.09.29 Reply0 Views120 file
    Read More
  2. 제4차 로잔대회 ‘서울선언문’

        제4차 로잔대회 ‘서울선언문’   (2024.09.22.)     서문     대한민국 인천에서 열린 제4차 로잔대회는 세계 선교에 헌신한 놀라운 운동의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이다. 1974년 제1차 로잔대회에는 150여 개국에서 2,700명의 교회 지도자이 함께 모여 온 ...
    Date2024.09.23 Reply1 Views120 file
    Read More
  3. 기후환경을 바라보는 신학적 입장

          기후환경을 바라보는 신학적 입장   기후 환경위원회 보고서/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기후환경위원회  (총회가 받아들인 위원회 보고서, 2024. 9. )     I. 기후환경을 바라보는 신학적 입장     1. 문제     오늘날 기후 변화 문제는 모두가 날마다 ...
    Date2024.09.12 Reply0 Views87 file
    Read More
  4. WCC 핵심 논점에 대한 신학적 고찰

        WCC 핵심 논점에 대한 신학적 고찰   머리말   그 동안 국내에서 논란되어왔던 역사적 WCC(World Council of Churches) 제10차 총회가 2013년 10월 30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BEXCO)에서 개최되었다. 이에 대한 한국 보수주의 교회의 비판의 소리는 높다. ...
    Date2024.09.08 Reply0 Views119 file
    Read More
  5. 신학교의 쓸모

        신학교의 쓸모   1.   오늘날 신학교 교육은 무용한 것인가? 사울의 타락 이후 사무엘은 자신의 고향 ‘라마’로 돌아가 그곳에 ‘나욧’을 세운다. 앞으로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 선지자들을 가르치고 길러내려 했던 것 같다. 지금으로치면 신학교와 유사하다...
    Date2024.09.07 Reply0 Views119 file
    Read More
  6. 폴리갑과 콘스탄틴, 기독인의 삶의 장엄함을 보여주다

      신성로마제국 프레드리히 황관     폴리갑과 콘스탄틴, 기독인의 삶의 장엄함을 보여주다   신학대학원이 가르치는 정경론에는 정경확립의 기준 가운데 ‘성경의 자증적(自證的) 권위’라는 주제 안에 ‘문체의 장엄함’이란 내용이 있다. 하나님의 장엄하심, ...
    Date2024.07.10 Reply0 Views227 file
    Read More
  7. 유비쿼터스와 하브루타 신학수업

        유비쿼터스와 하브루타 신학수업   우리가 2000년대를 시작할 무렵, 유비쿼터스 스쿨, 유비쿼터스 가정, 유비쿼터스 방식 교육 등 미래시대의 모습을 소개하는 글을 읽을 때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유토피아처럼 여겼던 유비쿼터스 시...
    Date2024.01.10 Reply0 Views524 file
    Read More
  8. 방언에 대한 생각 바꾸기

          방언에 대한 생각 바꾸기     최덕성 교수님의 성령론은 여러 면에서 충격이었다. 방언에 대한 신학강의를 처음으로 접하면서 오랫동안 방언 곧 방언 기도를 해 온 나의 신앙 생활을 검토했다. 나는 방언이 하나님의 사랑 받는 자녀들이 받는 영적인 은...
    Date2023.08.15 Reply0 Views897 file
    Read More
  9. 나는 아폴리나리우스주의자가 아니다

        나는 아폴리나리우스주의자가 아니다   -초대교회사 기독론 강의를 듣고서-     나는 어릴 때부터 기독교인이었다. 사도신경을 외우며,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과 성경의 무오성을 믿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구속 사건과 부활과 재림을 믿었다.     그런데...
    Date2023.07.23 Reply0 Views481 file
    Read More
  10. 성령의 수줍음

        성령의 수줍음   오늘날 한국교회 안팎에 확산되어 있는 성령에 대한 이해는 은사주의적이며 실용주의적이다. 성령 하나님을 은사, 예언, 환상, 방언, 신유 등과 동일시하는 경향을 지닌다. 최덕성 교수님의 <성령론>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깨닫고 확인한...
    Date2023.07.20 Reply0 Views438 file
    Read More
  11. 방언과 현대 뇌 과학

        방언과 현대 뇌 과학     현대 교회 안팎에 성행하는 ‘방언’은 과연 신의 언어인가? 영으로 하나님께 비밀을 말하는 특별한 영적 언어인가? 인간이 알아들을 수 없고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성령께서 우리의 기도할 바를 하나님께 상달하는 신비하...
    Date2023.07.20 Reply0 Views927 file
    Read More
  12. 예수의 혈액형

        예수의 혈액형   최덕성 교수의 <초대교회사>를 수강하고서   복음주의적인 교회들은 ‘보혈찬송’을 즐겨 부른다. 교회의 부흥회는 의례 보혈찬송을 열창한다. 보혈찬송은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흘린 피를 보배로운 피로, 정결케 하는 능력을 가진 특별한 ...
    Date2023.07.20 Reply0 Views1000 file
    Read More
  13. 프로테스탄트, 명칭의 기원

        프로테스탄트, 명칭의 기원     황대우 교수 (고신대학교 신학과)     개신교를 뜻하는 프로테스탄트(Protestantism)라라는 명칭은 종교개혁의 확장을 금지하는 칙령에 항거하는 자들이라는 의미였다.     이 단어는 1529년에 생겼다. 1529년에 황제 칼 5...
    Date2023.07.15 Reply0 Views315 file
    Read More
  14. 예장 고신, '그리스도의 능동 순종' 천명

    예장 고신 제72회 총회(2022), 포도원교회   예장 고신, '그리스도의 능동 순종' 천명   예장 고신 제71회에 상정된 “예수 그리스도의 능동 순종에 대한 총회의 신학적 입장에 대한 요청의 건”에 대하여 총회 신학위원회와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 그리고 고신...
    Date2022.09.21 Reply1 Views757 file
    Read More
  15. 하얀 거짓말

        하얀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 성경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나?     “여호수아가 기생 라합과 그의 아버지의 가족과 그에게 속한 모든 것을 살렸으므로 그가 오늘까지 이스라엘 중에 거주하였으니 이는 여호수아가 여리고를 정탐하려고 보낸 사자들을 숨겼...
    Date2022.09.09 Reply0 Views928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