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다원주의의 기초는 힌두교 사상이다

by reformanda posted Sep 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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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다원주의의 기초는 힌두교 사상이다

 

 

종교다원주의가 기독교계에 등장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였다. 우리가 아래에서 논의할 종교다원주의 사상가 라이문도 파니카, 존 힉, 폴 니터 그리고 WCC 신학자 엠 토마스, 스탠리 사마르타, 웨슬리 아리아라자는 탈기독교적인 자유주의 신학의 전통과 힌두교 아드바이타 사상을 에큐메니칼 운동에 접목시켜 종교다원주의 신앙고백 정착에 이바지한 학자들이다.

 

 

현대 종교다원주의를 고무시킨 사상적 요소들은 세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 임마누엘 칸트의 인식론과 직결된 자유주의 신학이다. 성경의 신적인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며, 기독교의 초점을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사역, 구원, 인간과 하나님과의 연합, 영생 등이 아니라 사회구원, 인간화, 평등 등으로 보는 특징을 보인다. 임마누엘 칸트의 인식론에 따라 진리는 절대적이지 않고, 기독교의 가치는 윤리공동체 건설에 있다고 보는 전통을 지녔다.

 

 

둘째, 힌두교 아드바이타(Advaita) 세계관이다. -세상-인간을 비이원성(非二元性) 관점으로 보는 비전은 모든 종교는 궁극의 신적 실재의 다양한 현현이라는 이론적 틀을 제공했다. 다양한 종교, 그 종교의 제의, 교리와 실천이 완전한 하나의 신적 실재에서 비롯된다고 보며, 종교간의 긴장을 극복하게 한다고 생각하게 했다. 여러 가지 독립적인 실재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비이원론() 이원론 사상이다. 각 종교들이 한 하나님의 서로 다른 현현(顯顯)이라고 보는 사고방식을 제공했다. 각 종교간의 상호인정과 동일동격의 대화가 풍요로움을 준다고 보는 시각이다.

 

 

셋째, 현대 인간 본위의 균등전제주의(Egalitarian Despotism) 사고방식이다. 모든 민족, 개인, 종교가 동등하고 동일한 가치를 가졌다고 보는 사고 관점이다. 전제주의는 자유를 허용하지 않고, 반대 의견을 억압하며, 통제하는 사상이다. 한 명의 통치자 또는 소수의 집단이나 하나의 사고방식이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며, 종종 폭압적이거나 억압적인 방식으로 지배하는 사상이다. 기독교 국가 영국의 식민주의에 피해를 경험한 인도계 신학자들은 하늘 아래의 모든 것이 평등하고 동등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었다. 평등하지 않은 남반구 종교와 북반구 종교,’ ‘헬리콥터 기독교와 소달구지 기독론,’ ‘배타적 기독교와 보편적 기독교,’ ‘예수구원유일주의 신앙과 종교다원주의 기독론등을 구분하고 긴장을 없애는 종교 이론을 정립했다.

 

 

현대 종교다원주의 사상은 서양철학사에 등장하는 프로티누스의 유출설(emanation theory)과 일치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궁극의 신적 실재(ultimate divine reality)에서 유출되었다고 하는 개념은 플라톤(Plato, c. 428348, BC) 철학을 발전시킨 플로티노스(Plotinus, 204270)와 신플라톤주의자들의 이론이다. 우주의 모든 것이 유일하고 절대적이고 변화하지 않는 궁극의 실재, 일자(One, 一者)에서 유출되었다고 본다. 하나님의 마음(Nous), 로고스, 신적인 지혜가 일자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다. 우주와 개별 생명체의 영혼(Soul)과 생명이 나오고, 또한 거기서 점차 물질(Matter) 등 하위의 존재들이 생겨났다고, 모든 존재들은 궁극적으로 일자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신플라톤주의는 인간의 영혼이 물질계의 한계를 초월하여 만물과 존재의 근원인 일자와 합일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유출설이 현대 종교다원주의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주었는가를 단정적으로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모든 종교가 한 분 하나님의 다양한 현현들이라는 종교다원주의와 모든 것이 일자에게서 나왔다고 하는 유출설은 일치한다.

 

 

유럽의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일어난 30년 전쟁은 기독교 정통신학을 부정적으로 보는 흐름을 가속화 했다. 이 부정적 시각은 17세기 이성의 시대와 18세기의 계몽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임마누엘 칸트의 인식론과 함께 자유주의 신학을 강화하고 성서비평학과 역사적 예수 연구라는 도전적인 사조를 만들어냈다.

 

 

현대 종교다원주의는 칸트의 인식론이 열어 준 성문을 박차고 들어와 힌두교 철학, 특히 베단타 아드바이트 사상을 소재로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냈다. 인도인 라이문도 파니카와 영국인 존 힉은 힌두교 사상으로 탈기독교적인 종교다원주의 이론을 정립했다.

 

 

종교다원주의를 WCC의 신앙고백으로 정착시킨 인물들은 힌두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삼고서 모든 종교가 동일동가의 공동체이며, 하나님께 이르는 길이며, 구원의 길이라고 외쳤다. 기독교만이 하나님과 신의 계시, 절대 진리, 구원의 길을 독점하고 있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했다. WCC 중앙위원회 위원장 토마스, WCC의 유급 전임 신학자 스탠리 사마르타와 웨슬리 아리아라자는 베단타 철학을 따라 종교다원주의 신학을 정립했고 이를 WCC에 정착시켰다. WCC의 종교다원주의의 뿌리는 칸트의 인식론에 지배적인 영향을 받은 자유주의 신학 전통, 힌두교의 아드바이타 세계관, 그리고 20세기에 등장한 인간본위의 평등, 균등 사상이다.

 

이 글은 조만간 출간될 <종교다원주의: 세계교회협의회의 신앙고백>의 일부이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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