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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도르트리히트 모습(네덜란드)

 

칼빈주의와 아르미니우스주의, 단순 비교

 

하나님의 인간 구원에서 하나님의 예정과 은혜가 선행한다는 의견과 인간 자신의 믿음과 결단으로 구원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오랫 동안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신학적인 논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두 진영이 모두 다 성경말씀을 그 근거로 내세운다. 과연 어느 쪽이 옳은지, 둘 다 옳은지, 표현만 다른지, 두 의견을 조화 절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구원에서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사랑 곧 은혜가 우선이라는 예정론은 어그스틴이 주창했고 종교개혁기에 프랑스 출신 신학자 존 칼빈(1509-64)이 체계화했다. 17세기 칼빈주의 그릅은, 네덜란드 출신 신학자 아르미니우스(1560-1609)가 반론을 제기하자, 아르미니우스 사후에 모인 반대자들에 맞서 칼빈주의 5대강령을 핵심교리로 확정했다. 그러자 반대자들은 토르트종교회의(1618-1619)에 다섯 가지 항론(remonstrance)을 제시했다. 칼빈주의 5대 강령들의 영어 첫 머리 글자를 모아 튜립(TULIP)이라고 한다. 튤립은 네덜란드의 국화이다.

 

 

칼빈주의와 항론파의 주장 요점은 다음과 같다.

 

 

1. 전적타락(혹은 전적 무능력, Total Depravity 5:12-21, 2:1-3)

 

 

인간은 아담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구원의 조건을 갖추기에 전적으로 무능력하다. 구원에 관하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구원은 오로지 성령의 역사와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 가능하다. 그러므로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이다.

 

 

항론: 부분적 타락(Partial Depravity, 1:18-20, 2:12-13), 비록 인간의 본성은 타락의 영향을 받지만 영적 상태가 전적으로 무력하지는 않다. 인간은 하나님의 성령과 협력하여 중생을 경험하고 구원을 받을 수 있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은혜를 거부하여 멸망에 이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2. 무조건적 선택(Unconditional Election, 6:44, 4:4-8, 1:4)

 

 

하나님의 구원과 그 구원을 위한 선택은 인간의 덕이나 예지할 수 있는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주권적인 의지에 근거한다. 따라서 구원의 궁극적인 원인은 오직 하나님이 죄인을 선택하는 것이다. 죄인이 그리스도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항론: 조건적 선택(Conditional Election, 1:12, 3:16, 벧전 1:2). 하나님은 스스로 자유의지를 가지고 그리스도를 선택할 자들을 미리 아시고 그들을 택했다. 결국 하나님이 죄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죄인이 그리스도를 택한다. 따라서 죄인이 구원의 궁극적인 원인이다.

 

 

3. 제한 속죄(Limited Atonement, 제한적 특별한 속죄,  1:21, 26:28, 17:9, 1:4)

 

 

그리스도의 죽음은 하나님이 구원하기로 예정한 특정한 죄인들을 대신하여 당한 형벌이다. 그리스도는 오직 하나님이 미리 구원하기로 택한 백성을 위해 죽으셨다. 

 

 

항론: 보편적 속죄 (Unlimited Atonement, 53:6, 18:14, 딤전 2:4). 그리스도의 구속은 인간이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선택 조건에서만 효과적이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받은 고통은 모든 인류를 위한 것이었다. 만인보편구원론이 옳다.

 

 

4. 불가항력적 은혜(Irresistible Grace, 6:37-40, 8:18-39, 고전 15:10)

 

 

성령께서 구원을 적용시키는 활동은 인간의 의지에 제한받지 않는다. 구원은 하나님과 인간과 협동의 결과가 아니다. 하나님은 전능자이시다. 하나님이 구원하려고 하면 인간이 그것을 거부할 수 없다. 구원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의 선물이다.

 

항론: 가항적 은총(Effectively Resistable Grace, 마 23:37, 눅 7:3). 인간의 자유의지는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을 적용하는 성령을 제한한다. 죄인이 반응하기 전에는 성령께서 생명을 주실 수 없다. 인간은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을 거부할 수 있다.

 

5. 성도의 견인(堅忍, 굳게 참고 견딤, Perseverance of the Saints, 8:1,2, 벧전 5:10)

 

 

하나님이 구원하기로 작정, 선택한 자 곧 성령의 역사와 그 분이 주는 믿음 곧 십자가에 달려 죽은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믿음을 부여받은 자는 결과적으로 영원히 구원을 받는다. 성령께서 심판대에 서는 날 까지 신자의 믿음을 유지시켜 준다.

 

 

항론: 구원 탈락 가능성(Possibility of a Lapse from Grace, 고전 9:27, 2:1-3 ). 믿고 진실로 구원을 얻는 자들도 믿음과 그 외의 것을 지키는데 실패하면 그들의 구원을 상실할 수 있다.

 

칼빈주의와 아르미니우스주의는 이상의 다섯 가지 교리에 대하여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한다. 하나가 옳으면 다른 하나는 틀린 것이다.

 

칼빈주의와 아르미니우스주의에 대한 비교와 정당성 판별의 기준은 무엇인가? 창조자 하나님의 속성이다. 영원한 하나님은 어떤 분인가?

 

 

성경은 하나님이 전능자라고 알려준다. 성경은 하나님의 예정에 관해서 가르치고 있다. 하나님의 예정이 없다거나 틀렸다고 말함은 그 자체로 반성경적인 주장이다.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은 예정설을 거부하지 않으나 예지예정(豫知豫定)을 주장한다하나님은 스스로 자유의지를 가지고 그리스도를 선택할 자들을 미리 아시고 그들을 택하셨다"고 한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더 강조하고, 예정보다는 하나님의 예지와 인간의 응답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선택에서는 대상자를 분석, 심사, 판단할 수 있는 어떤 기준이 필요하다. 그 기준에 따라 선택을 결정하는 선택자 편의 임의적이고도 자발적인 의지가 작용해야 한다.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의 예지예정에서 그 기준은 예수를 믿을 자를 미리 아는 것 하나뿐이다. 다시 말하자면 구원 받을 자격과 조건을 형성하는 것은 오직 선택받은 자 곧 인간이 노력한 결과이다. 구원 받고 못 받고는 인간의 재량과 책임에 달렸다고 본다.

 

 

아르미니우스주의에 따르면, 선택자 하나님은 자신의 의지로 구원의 대상자를 심사 판단 선택하지 않는다. 양과 염소로 이미 나뉘어져 있는 상태에서 하나님은 단순히 우리를 각기 다른 우리에 몰아넣을 뿐이다. 하나님이 예정하고 선택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인간이 구원 받을만한 상태에 이르도록 하나님은 아무런 역할도 감당하지 않았다.
 

아르미니우스주의에 따르면, 구원은 인간이 그것에 필요한 선행을 행하거나 업적을 쌓거나 제사나 지극한 정성을 드린 결과이다. 구원은 자기 의지로 예수를 믿는 자 곧 신자의 공로의 결과이다. 구원은 인간이 믿기로 결단한 결과로 주어진다. 따라서 그것을 믿음에 따른 은혜구원이라고 강변함은 옳지 않다고 본다. 신자가 구원에 이르는 믿음을 갖게 되기까지 하나님이 영향을 끼친 것이 전혀 없다. 당연히 그 믿음 자체도 인간의 공로에 해당한다.

 

사람이 하나님을 믿으려고 비교, 분석, 선택, 판단, 결단하는 모든 과정은 엄연히 인간 행위에 해당한다. 하나님은 인간 자신이 믿으려는 종교적 행위를 하는 것을 보고 구원한다.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의 예지예정은 하나님이 예정했다는 표현만 차용할 뿐 근본적으로 행위구원론에 기초한다. 이것은 행위구원의 원리에 따라 나중에 구원이 취소될 수 있다는 교리로 이어진다. 인간의 자유의지로 구원을 얻으므로 나중에 스스로 믿음을 버리는 일도 가능하다. 만약 구원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하면 자가당착에 빠진다.

 

아르미니우스주의 원리대로라면 사람이 믿음을 가졌다가 여러 번 그 믿음을 버리는 일이 가능하다. 여러 번 구원 얻었다가 취소되는 일이 반복된다. 여러 번 취소되고 여러 번의 구원을 받는다. 이 경우, 죽기 직전에 믿음을 가진 자의 믿음의 순수성을 보장할 수 없다. 아무리 구원과 취소가 반복되더라도 그 본질은 행위 구원에 해당한다. 결국 인간이 자유의지로 믿어서 구원 얻는 것은 천국이 보장된 구원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아르미니안주의자들은 인간이 예수와 그의 십자가 구원 은혜를 믿기로 결단하면 성령이 협조하여 구원 받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성령이 역사하여 구원 얻은 신자가 나중에 스스로 그 구원에서 벗어나려고 결단할 때에는 성령은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성령이 신자에게 내주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내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은 내 뜻을 행하려 함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려 함이니라.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은 내게 주신 자 중에 내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이것이니라 내 아버지의 뜻은 아들을 보고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는 이것이니 마지막 날에 내가 이를 다시 살리리라 하시니라.”(6:38-40)

 

위 성경구절의 하나님이 예수님에게 주신 자아들을 보고 믿는 자는 둘 다 같은 구원받은 신자를 뜻한다. 주님은 그들을 결코 잃어버리지 아니하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릴 것이라고 약속하셨다.

 

성경은 구원은 인간이 자유의지에 따른 믿음의 결단의 결과이며, 그 뒤에 성령의 역사가 뒤따른다는 아르미니우스주의 주장과 반대로 말한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알리노니 하나님의 영으로 말하는 자는 누구든지 예수를 저주할 자라 하지 아니하고 또 성령으로 아니하고는 누구든지 예수를 주시라 할 수 없느니라.”(고전12:3)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 니고데모가 이르되 사람이 늙으면 어떻게 날 수 있사옵나이까 두 번째 모태에 들어갔다가 날 수 있사옵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3:3-5)

 

칼빈주의의 튤립과 아르미니우스주의의 항론 어느 것이 더 성경적인지 판단하는 실제적인 기준은 간단하다. 구원에서 성령이 죄인의 영혼에 역사하는 것이 먼저인지, 인간의 믿음의 결단이 그보다 먼저인지를 가려보는 것이다. 전자가 옳다면 칼빈주의의 이중예정이 타당하다. 후자가 옳다면 아르미니안주의의 예지예정이 옳다.

 

칼빈주의 진영과 아르미니우스주의 진영은 서로 상대의 의견이 무조건 틀렸다고 단정한다. 도르트 총회는 후자를 이단이라고 정죄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서로의 견해를 이해하지 못하고 거부하지만 이단자라고 매도하지는 않는다.

 

'아르뱅주의'는 아르미니우스주의와 칼빈주의를 동시에 수용하는 시각이다. 두 가지 견해가 다 옳다고 하는 입장이다. 둘 다 성경이 말하는 구원에 관한 진리라고 한다. 칼빈주의는 구원의 여정을 하나님의 입장에서, 아르미니안주의는 인간의 입장에서 진술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언뜻 일리가 있어 보이나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칼빈주의는 하나님의 절대능력과 절대주권을 근거로 세워진 교리이다. 하나님의 인간 구원을 하나님의 관점에서 본다. 실제로 튤립의 첫 네 조항은 구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이유와 과정들을 설명한다. 마지막의 견인 교리도 하나님이 구원 받은 신자의 성장까지 주관하셔서 당신께서 주신 구원의 효력을 천국에 이르기까지 유지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전적으로 타락한 한 죄인의 구원과 성화와 영화의 과정에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임한다는 것이다.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칼빈주의 5대 교리는 하나로 연결된 교리체계이다.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한 죄인의 영혼에 이뤄지는 하나님의 구원은 튤립 구도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진짜로 믿는 자 곧 하나님의 구원 계획 안에서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자는 항론파가 말하는 선택, 결단, 실천의 모습으로 반응한다.

 

아르미니우스주의는 무엇보다 하나님이 심판할 자들을 미리 예정할 만큼 냉혹한 분이 아니라는 의문을 대전제로 가지고 있다. 

 

한 죄인이 회심하게 되는 과정은 성령이 인간의 영(spirit)에 먼저 작동한 것인지라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르듯이(3:8) 인간의 지정의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그러나 바람이 불고 지나가고 나면 그 흔적은 남기에 바람이 불고 지나갔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성령에 의한 회심의 역사가 일어난 뒤에 신자는 자기 지식, 감정, 의지를 따라 자신이 구원 받았음을 알 수 있고 자기 입술로 예수를 주라고 시인한다.

 

성령의 중생의 역사 뒤에, 성령이 죄인에게 믿음을 선물로 제공하면, 이것을 받은 신자는 자기 의지로 예수를 믿기로 선택하고 결단한다. 예수님의 십자가 구속사역의 의미를 깨달은 뒤에 예수를 구원자로 믿고 따르는 신앙생활을 하겠다고 결단한다.

 

칼빈주의가 말하는 인간의 전적타락의 진정한 의미는 인간이 하나님의 구원에 이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인간은 하나님이 원하는 구원을 충족시킬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원을 깨달아 믿는 것도 불가능하다. 오로지 성령이 믿음을 주실 때 그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전적타락은 인간의 도덕적 종교적 양심이 완전히 부패하여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은 성령의 능력으로 거듭나야만 하늘나라를 볼 수 있다. 성도가 의롭다고 칭함을 받는 것은 자신의 행위나 결단의 결과가 아니라 오로지 값 없이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혜 덕분이다. 전적으로 타락한 인간은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는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예언하고 가르치신 대로 그리고 오순절 사건에서 드러난 대로, 진리의 영이 강림하여 죄와 의와 심판에 대히여 깨우쳐주면 인간은 비로소 예수를 주, 그리스도, 구원자로 시인하고 믿을 수 있다.

 

 

리포르만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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