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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록 1.13] 헛된 공부를 더 좋아하다

 

 

어릴 때부터 그리스어(헬라어) 공부했지만 내가 왜 그렇게 싫어했는지 그 까닭을 지금도 모릅니다. 초보 공부인 읽기, 쓰기, 셈하기는 그리스어를 배우는 것에 못지않게 나에게는 무거운 짐이요, 고역이었습니다. 나는 라틴어 공부를 대단히 좋아했습니다. 초등 교사들보다 이름 있는 문법학자들에게 배우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이런 것이 나의 죄와 허영에서 온 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어디서 왔겠습니까? 나는 육체뿐이라 가고 다시 오지 못하는 바람”(7839)뿐이었습니다. 내가 처음에 배운 초등교육 과목은 나로 하여금 글을 읽고 내 뜻을 스스로 적을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게 해주었습니다. 지금도 그 능력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그 뒤에 배운 다른 과목들보다 더 유익하고 확실한 것이었습니다.

 

 

그 밖의 다른 과목을 배울 때는 알지 못한 어떤 아에네아스(Aeneas)의 표류기를 강제로 암기했고 그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살한 디도(Dido)를 위해 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나는 나 자신의 방탕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의 생명이신 하나님, 나는 당신을 떠나서 죽어가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서는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습니다.

 

 

아에네아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죽는 디도를 생각하여 눈물을 흘려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죽어가는 나 자신에 대해서는 눈물하나 흘리지 않았습니다. 아 나 자신의 가련함을 슬퍼하지 않는 것보다 더 가엾은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 하나님, 당신은 내 마음의 빛이시고, 내 영혼의 입에 음식이시며, 내 마음과 내 생각의 심연을 연결시켜 주시는 힘이십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당신을 멀리 떠나 음탕한 생활을 했습니다. 내 주위에 있는 자들은 나와 같이 죄를 지으면서 잘했다. 잘했다.”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당신을 떠나 세상을 사랑함이 바로 간음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잘했다. 잘했다.” 하는 소리는 이러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나는 이러한 내 상황에 대해서는 슬퍼하지 않았지만, 어리석게도 칼날에 엎드러져 자살한 디도의 죽음은 슬퍼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나 자신은 당신을 떠나 당신이 만든 피조물의 맨 밑바닥엘 찾아 내려갔으니 흙이 다시 흙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만일 나더러 이런 것들을 읽지 말라고 금했더라면 나를 슬프게 하는 책을 읽지 못하게 한다고 슬퍼했을 것입니다. 나는 이런 어리석은 것들이 초기에 배운 읽기와 쓰기보다 훨씬 더 훌륭하고 유익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하나님, 그러나 그렇지 않다. 제일 처음에 배운 것이 훨씬 더 낫다고 이제 내 영혼에 소리쳐 주시고 당신의 진리를 나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나는 이제 쓰기와 읽기를 잊어버리기보다 아에네아스의 표류나 그런 따위의 모든 것들을 잊어버리기를 원합니다. 지금도 문법을 가르치는 그 학교의 출입문에 휘장이 걸려 있습니다.

 

 

이제 내 영혼이 갈망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께 고백하여 마음의 평안을 얻고 내 죄악의 길을 비판함으로 당신의 거룩한 길을 사랑하고자 합니다. 하오니 그들이 이러한 말을 하는 나를 향해 고함을 치지 말게 하소서. 나는 그들을 이제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또한 저 문법을 팔고 사는 자들이 나를 향해 소리 지르지 못하게 하소서. 내가 만일 그들에게 시인이 말한 대로 아에네아스가 한때 카르타고에 왔었다는 말이 참말이냐고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답할까요?

 

 

그중 무식한 자들은 알지 못한다고 대답할 것이며, 식자들은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부정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아에네아스라는 이름이 무슨 글자로 되어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것을 배운 자들은 인간들이 서로 일정하게 합의하고 약속한 기호에 따라 바르게 대답할 것입니다.

 

 

내가 만일 다시 읽고 쓰는 것과 허구의 이야기, 이 둘 중에서 어떤 것을 잊어버릴 때 우리들에게 가장 심한 불편을 가져오겠느냐?’고 묻는다면 기억력을 전혀 상실하지 않은 자라면 누구나 잘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소년 시절에 오류를 범했으니 나에게 유익한 것보다 헛된 공부를 더 좋아한 것입니다. 오히려 전자를 미워하고 후자를 사랑했습니다.

 

 

나는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 둘 더하기 둘은 넷이라는 노래에 참으로 싫증이 났습니다. 그러나 나는 무장한 군인들이 가득 타고 있는 그 목마와 불타는 트로이(Troy), 크레우사(Creusa)의 유령과 같은 허황한 광경에는 가장 흥미가 있었습니다.

 

 

Augustine, Confessiones (397-400), Book 1, chapter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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