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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의 타락과 은총의 능력에 대하여

 

 

주 나의 하나님, 주님은 나를 주의 형상과 모양에 따라 창조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126).

 

 

주님, 은총을 허락하셔서 악한 본성을 이기고 죄악과 파멸로 나아가지 않게 하소서. 나의 몸 안에서 본성이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으로 나를 사로잡아723) 와서 여러 가지 것을 육욕에 순종하게 만드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 뜨겁게 불어넣으신 주님의 은총을 통하지 않고서는 정욕을 물리칠 수 없습니다.

 

 

주님의 은총 곧 악한 본성을 극복할 수 있는 놀라운 은총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 사람인 아담이 범죄하고 타락함으로 그 죄에 관한 벌이 온 인류에게 전해졌습니다. 주님이 선하고 올바르게 창조하신 본성은 이제 죄와 부패를 가리키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 본성은 악하고 천한 것에 저절로 이끌리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작은 힘은 잿더미에 숨겨진 불티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본연의 이성이기에 심각한 어둠에 둘러싸여 있지만 선과 악을 구분하고,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것을 성취하거나 진리의 온전한 빛을 제대로 누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 정서가 건전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나의 하나님, 내가 속사람을 따라 하나님의 법을 좋아 하게 하시고, 하나님의 계명이 선하고 의롭고 거룩함을 알게 하셔서 모든 죄악까지 분별하게 하소서. 육신은 죄의 법을 따릅니다. 이성보다는 정욕에 순종합니다. 그로 말미암아 원함은 내게 있으나 선을 행함은 없습니다. “내 속 곧 내 육신에 선한 것이 거하지 아니하는 줄을 아노니 원함은 내게 있으나 선을 행하는 것은 없노라718.

 

 

나도 가끔 선한 일을 해보려고 하지만 나의 연약함을 도와줄 은총이 부족하여 간단한 저항에도 실패하고 맙니다. 또한 부패의 무게에 눌려 보다 더 완전한 것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완전에 이르는 길을 알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매우 분명하게 알게 되었음에도 말입니다.

 

 

주여, 선한 일을 시작하고 진행하고 완수하는데 주님의 은총이 얼마나 필요한지 모릅니다. 은총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오직 주님의 은총에 의지할 때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하늘의 은총이여! 그 은총이 없으면 우리의 소중한 행동도 무가치합니다. 타고난 어떤 재능도 자랑할 수 없습니다. 주여, 주님의 은총이 없다면 어떤 예술이나 부요함도, 어떤 아름다움이나 능력도, 어떤 말솜씨도 의미가 없습니다. 타고난 재능은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에게 똑같이 허락되지만 은총과 사랑은 특별히 선택된 사람에게 주어집니다. 은총의 복을 받은 사람들만이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은총은 매우 소중합니다. 은총 없이는 예언의 은사도, 기적을 행하는 것도, 어떤 고상한 생각도 불가능합니다. 사랑과 은총이 없으면 심지어 믿음이나 소망 또는 그 어떤 덕목도 주님의 인정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은총은 영적으로 가난한 사람으로 하여금 부지런히 덕을 실천하게 하고, 진심으로 겸손하게 여러 가지 선한 일을 하도록 만듭니다.

 

 

주여, 내게로 내려오소서. 아침에 찾아오셔서 주님의 위로를 가득 채우소서. 나의 영혼이 지쳐 기진하지 않게 하소서. 마음이 메마르지 않게 하소서.

 

 

주님, 주께 간구하오니 주님이 보시는 가운데 은총을 찾게 하소서. 비록 본성이 갈망하는 다른 것들을 얻지 못했을지라도 내게는 주님의 은총이 족하나이다. 나는 여러 가지 환난을 겪으며 시험을 당하고 고통을 당해도 해 받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주님의 은총이 저와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은총만이 나의 능력입니다. 은총만이 조언과 도움을 줍니다. 은총은 모든 원수보다 강하고, 모든 지혜로운 사람들보다 더 지혜롭습니다. 주님의 은총은 진리의 주인이고, 훈련을 맡은 교사이고, 마음의 빛이고, 고난에 대한 위로입니다. 슬픔을 멸하고, 두려움을 몰아내고, 믿음을 돌보고, 눈물의 근원이 됩니다.

 

 

하나님의 은총이 없으면 나는 그저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쓸모없는 나무토막에 불과하여 버림받을 따름입니다.

 

 

그런즉 주님, 주의 은총이 언제나 나와 함께하게 하소서. 그래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계속 선한 사역을 감당하게 하소서.

 

 

Thomas a Kempis, De Imitatione Christi, Part 4.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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