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과 은총의 차이에 대하여
나의 아들딸아, 인간의 본성과 거룩한 은총의 움직임을 부지런히 살펴라. 그것들은 매우 미묘하게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영적으로나 내적으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아니면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사실 모든 사람이 선한 것을 희망하고 말이나 행동으로 어느 정도 선한 체 할 수 있다. 그 선한 체하는 모습 때문에 대개 속아넘어가기 마련이다.
본성은 교활하여 많은 사람을 유혹하고, 걸려 넘어지게 하고, 속인다. 언제나 자신의 유익을 목적으로 삼는다. 그러나 은총은 소박하고, 속이려고 하지 않는다. 모든 일을 순수하게 하나님을 위하여 하고, 하나님 안에서 최후의 안식을 누린다.
본성은 죽는 것을 꺼리고, 낮아지는 것을 싫어한다. 지배받기를 바라지 않고, 복종하기를 거부하고, 쉽게 따르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은총은 고난을 자처하고, 육욕과 맞선다. 복종하려 애쓰고, 패배하고 싶어하고, 혼자만의 자유를 누리려고 하지 않는다. 은총은 또한 훈련받는 것을 사랑하고, 그 무엇도 지배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나님 안에서 살아가고 일어서고 존재하면서 하나님을 위하여 겸손하게 자신을 모든 사람보다 낮추려고 애쓴다.
본성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어느 누가 이익을 취하는지 살핀다. 은총은 스스로를 위하여 도움이 되거나 유용한 것보다는 다수에게 도움이 되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 “나와 같이 모든 일에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여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고 많은 사람의 유익을 구하여 그들로 구원을 받게 하라”(고전 10:33).
본성은 명예와 존경을 기꺼이 받아들이지만, 은총은 모든 명예와 영광을 하나님께 성실하게 돌린다. 본성은 수치와 멸시를 두려워하지만 은총은 하나님의 이름을 위해 수치 당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본성은 여가와 흥미롭고 아름다운 것들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값싸고 세련되지 않은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은총은 평범하고 겸손한 것을 즐거워하고, 거친 것을 비난하지 않고, 낡고 기운 옷이라도 거부하지 않는다.
본성은 일시적인 것을 존중하고, 세상적인 이익을 즐거워한다. 손실을 슬퍼하고, 상처를 주는 말에는 예외 없이 화를 낸다. 그렇지만 은총은 영원한 것을 바라보고, 세상적인 것을 멀리한다. 손해를 볼지라도 괴로워하지 않고, 기분 나쁜 말에도 화를 내지 않는다. 어떤 것도 사라지지 않는 하늘에 보물과 즐거움을 쌓기 때문이다.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 하지 못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둑질도 못하느니라’(마 6:20).
본성은 탐욕스럽다. 주기보다는 더 받으려 한다. 은밀하게 자신의 몫으로 삼는 것을 즐긴다. 그렇지만 은총은 친절하고 개방적이다. 사적인 이익을 멀리하고, 작은 것에 만족하고,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복이라고 생각한다.
본성은 사람이 피조물과 자신의 육신과 헛된 것과 떠돌아다니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그러나 은총은 하나님과 덕행으로 이끈다. 피조물을 멀리하고, 세상을 벗어난다. 육신의 정욕을 싫어하고, 밖으로 나도는 것을 억제하고, 대중에 나서는 것을 삼간다.
본성은 육신의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외적인 위로를 기대한다. 그렇지만 은총은 하나님에게서만 위로를 구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 너머에 있는 더할 수 없이 선한 것을 즐기고 싶어 한다.
본성은 스스로의 이익과 도움을 위하여 모든 것을 조종한다. 본성은 보수가 없으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친절을 베풀 때도 그것에 상당한 것이나 더 나은 것, 또는 적어도 칭찬이나 호의를 얻고자 하고, 일과 재능과 말이 높은 평가를 받기를 바란다. 그러나 은총은 세상의 것을 기대하지 않고, 하나님 이외에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는다. 영원한 것을 획득하는 데 유용한 것 이외에는 세상에서 필요한 것을 더 많이 가지려 하지 않는다.
본성은 친구나 친척이 많음을 즐거워한다. 높은 지위와 좋은 출신 배경을 높이 사고, 권력을 잡은 사람에게 미소 짓는다. 부자에게 아첨하고,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칭찬한다. 그러나 은총은 원수까지 사랑하고, 친구가 많은 것을 자랑하지 않는다. 더 큰 덕행과 관계 없는 높은 지위나 좋은 출신 배경에 개의치 않는다. 은총은 부유한 것 보다 가난을 좋아하고, 권세보다 순수한 것에 공감한다. 사기꾼을 싫어하고 진실한 사람을 좋아한다. 은총은 더 큰 은사를 사모하라고 권면하고, 덕행을 통하여 그리스도를 닮아가고 싶어 한다.
본성은 부족하고, 어려움에 처하면 바로 불평한다. 그러나 은총은 언제나 부족함을 견딘다. 본성은 모든 것을 자신에게 돌리고 자신을 내세우려고 애쓰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은총은 모든 것을 그 근원인 하나님께 돌린다. 은총은 자신의 어떤 선함도 주장하지 않고, 교만하게 내세우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의견보다 자신의 생각을 앞세우거나 고집하지 않는다. 지각과 이해가 필요한 문제는 예외 없이 영원한 지혜와 하나님의 판단에 맡긴다.
본성은 비밀과 새로운 소식을 알고 싶어 한다. 밖으로 나도는 것을 좋아하고, 자기 나름의 감각으로 여러 가지를 증명하려고 한다. 인정받고 싶어 하고, 칭찬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은총은 새로운 소식이나 흥미를 끄는 문제에 관심이 없다. 그 모든 것이 인간의 오래된 부패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세상을 살펴보아도 새로운 것이나 영원한 것은 없다.
은총은 감각을 억제하고, 무익한 자신의 즐거움과 외적인 꾸밈을 멀리하고, 존경과 칭찬을 받아 마땅한 것을 겸손하게 감추고, 어떤 문제든 어떤 지식이든 간에 유익한 열매와 하나님께 대한 찬송과 영광을 구하려고 노력한다. 은총은 스스로를 공개적으로 내세우지 않으면서 하나님의 은사를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순수한 사랑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은총은 초자연적인 빛이며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이다. 선택받은 사람의 표시이며, 영원한 구원의 약속이다. 은총은 사람으로 하여금 그 관심을 세상의 것에서 하늘의 것으로 돌리게 하고, 육신적인 사람을 영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따라서 본성을 억누를수록 더 큰 은총이 쏟아진다. 은총이 날마다 새롭게 찾아올 때 속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변화된다.
Thomas a Kempis, De Imitatione Christi, Part 4.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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