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의 원명동 전경(사진 캡쳐, 네플릭스)
이단과 사이비의 차이
기독교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단(異端)’이란 ‘끝이 다름’을 의미한다. 정통 혹은 원조 신앙이나 사상체계를 다른 방향으로 재구성하여 핵심교리를 왜곡시키는 개인이나 집단을 지칭한다. 기독교 신앙 유형은 약간 씩 다르다. 약간의 다름을 이단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단은 기독교의 중요한 진리를 비틀고 불신한다.
‘사이비(似而非)’란 ‘비슷하지만 아님’을 뜻한다. 근원이나 뿌리가 다른 유사 신앙 집단을 일컫는다. 사이비는 윤리적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집단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단이나 사이비는 진리에 관련하여 끝이 다르거나 본질이 다름을 구분하는 용어들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가 다룬 이단 교주들은 성경과 정통 기독교 교의를 기초삼아 새로운 사상체계를 만든 사이비 종교인들이다. 이론적으로 어설프게 구성한 사상 체계를 가지고 교주와 추종자들의 부도덕한 욕망을 채우는 일에 신도들을 이용하거나 속이는 자들이다. 위 다큐멘터리에 나온 집단들은 모두 사이비들이다. 자기 종교의 리더를 교주라고 하고, 메시아라고 하고, 신이라고 하는 집단은 모조리 사이비이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사이비 종교가 얼마나 위험하고 파괴적인가를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사이비 종교 집단의 해악은 기독교 진리 왜곡에서 그치지 않는다. 교주와 그 추종자들의 뒤틀린 욕망을 채우는 악독한 기만, 극단적 이기심, 범죄행각 자행으로 나타난다.
언론사들의 폭로성 보도기사나 다큐메터리는 사이비 집단들의 비진리성이 아니라 주로 사회에 끼치는 윤리적 피해에 초점을 둔다. 기독교 신앙의 진리성 저촉에는 관심이 없다. 언론사들의 폭로성 보도 프로그램들은 사이비 종교집단들의 피해를 밝히고 악행들을 지목하는 데는 강점을 보이지만, 정작 진리왜곡이나 사이비성에는 무관심하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이단이나 사이비 곧 윤리적 결함을 보이지 않는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 분석, 비판은 하지 않는다.
JMS나 만민중앙교회 같은 사이비 단체들의 경우 교주가 자신을 따르는 신도들에게 범죄행위를 저지르기 때문에 모든 일반인들이 이 단체들에 비교적 확고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
이단이기도 하고 사이비이기도한 집단은 있을 수 없다. 교주를 신격화 하거나 절대시하는 그룹은 대부분 사이비이다. 정통 기독교 신앙을 가진 자들에게 사이비나 이단이 모두 위험하다.
사회적으로 별다른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이단 집단들은 무시할 수 없는 교세를 확보하고서 오랜 시간 생존한다. 정통 기독교 신앙을 가진 이들조차 이들 이단에 대한 경계심을 쉽게 누그러뜨린다. 이단 종파들에 대한 일반 신자들의 태도는 세월이 흘러갈수록 유화적으로 변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상대주의의 영향을 받은 탓이기도 하다.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없고, 윤리적 결함은 없으나, 복음을 비트는 집단들은 실제로 더 위험하다.
언론사나 사회인들은 교회의 교리적 신학적 논란이 일종의 폭력을 수반하는 것으로 기억한다. 종교재판들은 다른 교단 혹은 타 종파에 속한 기득권 세력의 억압과 폭력 기제의 결과라고 본다. 진리성 보다 ‘괘씸죄’로 이단으로 정죄하는 경우가 오늘날에도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종교회의나 종교재판이 정신적, 신앙고백적, 관계적 폭력을 수반하는 종교범죄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교회의 신학 논쟁이나 교의 논쟁 상당 부분은 성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 증진과 교회 내부 윤리 확립의 동기로 작용한다. 성경은 “이단에 속한 사람을 한두 번 훈계한 후에 멀리 하라(딛 3:10)”고 가르친다. “멀리함” 곧 거리를 둠은 폭력이 아니다. 기독교 진리와 신앙의 정통성과 순수성을 지키려는 노력이다. 이것은 단순한 배타적 행위가 아니라 정통 집단의 자기 정체성을 고수하는 인간관계의 자유에 해당한다.
교회가 이단을 판별하고 바른 복음을 고수하려고 노력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이 노력에는 두 가지 위험이 있다. 첫째, 실제 이단이 아닌데도 정치적 동기로 괘씸죄로 몰아 배제하는 경우이다. 둘째, 실제 이단인데도 정치적 동기로 관용을 베풀어 경계하지 않는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는 기독교 역사에 등장한 수많은 '위대한 이단자들'이다. 아타나시우스, 피터 왈도, 위클리프, 얀 후스, 루터, 칼빈빈, 아나뱁티스트, 토마스 크랜머, 그레이스앰 메이첸, 주기철 등이다. 괘씸죄로 정죄되어 이단 처벌을 받은 자들이다.
후자의 예는 2012년에 전도자 빌리 그래함 목사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이자 독실한 몰몬교도인 미트 롬니를 지지하면서 몰몬교를 이단이 아니라고 공표한 일이다. 몰몬교는 1830년대 처음 창시되었고, 일부다처제를 지향하는 사이비 종교이다. 현재는 일부다처제를 완전히 포기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몰몬교 신도들은 미국 사회와 지역 공동체 주민들을 위해 여러 방면에서 봉사하고 있다.
몰몬교는 삼위삼체론을 주장한다. 몰몬경과 몰몬교 지도자들의 가르침을 성경과 동등한 권위를 갖는 것으로 취급한다. 신론과 성경이 다른 점만 보아도 사이비에 해당한다. 윤리적 모범과 화목한 공동체 세우기라는 외양을 이용하여 성경의 가르침 곧 기독교 진리의 핵심을 왜곡하는 행태는 실로 위험하다.
기독교 신앙은 복음에 대한 신앙고백과 윤리적 실천을 동시에 요구한다. 구원은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음으로 주어지지만 윤리적 열매가 없는 신앙은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
오늘날의 그리스도의 교회는 구원에 이르는 올바른 복음 지식을 무너뜨리는 이단 종파들에 적절하게 대비하고 있는가? 이단과 사이비 종교로 분류된 단체들에 대한 판단은 옳은가? 정치적인 의도 또는 '괘씸죄'를 구실로 이단자, 이단집단으로 몰아 매장시키는 중세기 종교재판이 보인 폭력을 행사하고 있지는 않는가?
종교다원주의는 모든 종교가 동일동가이며 다 궁극의 신적 실재를 만나는 구원의 길이라는 종교사상이다. 힌두교적 뿌리를 둔 이 사상은 사회적 도덕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으나 기독교를 괴멸시킬 수 있는 블랙스완이다. 이단 중의 이단이다.
교회가 JMS와 이재록 같은 사이비 종교인은 지탄하면서, 종교다원주의 신학자를 연사로 세워 교회를 가르치도록 함은 아이러니이다. 피라미는 잡고 대어는 놓아두는 격이다. 종교다원주의라는 이단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이비나 이단 집단보도 훨씬 위험하다. 복음 부재의 기독교를 조장한다. 종교다원주의를 따라가면 결국 교회가 쇠락한다. 유럽 교회의 쇠락의 주 원인은 복음부재이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하는 집단이다. 이 단체는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에는 제한이 없다”고 한다. 종교다원주의는 모든 종교를 동일동가로 여긴다. 예수를 꼭 믿어야 할 까닭을 제거한다.
정통신앙을 따르는 한국교회들이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하는 WCC의 회원으로 가입하여 매년 거액의 재정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대형 교단은 이 단체가 종교다원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하는 기독교 단체는 윤리적 실천과 세상사 해결과 화목한 공동체 세우기라는 외양에 진력한다. 그러나 기독교 핵심 진리를 비틀어 왜곡시킨다. 종교다원주의를 받아들임은 기독교 궤멸을 도모함이다. 예수 그리스도로 믿어야 할 까닭을 제거하는 일이다. 이단은 멀리 함이 마땅하다(딛 3:10).
한국교회가 윤리성을 상실한 이단 또는 사이비 집단에 부정적이면서 이 보다 더 강한 독성을 지닌 종교다원주의에 관용적인 태도를 보임은 아이러니이다. '괘씸죄' 이단에는 무관심한채 드러나지 않게 교회의 죽음에 이르는 병을 가져오는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각성이 절실하다. 종교다원주의는 사이비 단체들보다 더 위험하다. 기독교 진리와 복음을 비틀고 교회의 생명력을 앗아간다. 유럽과 북미의 기독교를 쇄락하게 하고 죽음으로 이끈 주 세력이다. 한국교회 안의 WCC 구성원 교회들이 종교다원주의의 횡행을 묵인함은 어리석은 일이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교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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