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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마이어와 유대인

 

아우쉬비츠는 폴랜드에 있는 나치 수용소이다. 이곳에서만 유대인이 백만 명가량 학살되었다. 아우쉬비츠는 홀로코스트 곧 유대인 집단학살의 대명사가 되었다. 독일의 패전 뒤에 아우스비츠 이후의 신학”(Theologie nach Ausschwitz, Holocaust Theology)라는 말이 등장했다. 그리고 변신론(Theodizee, theodicy, 辨神論) 논의가 활발히 일어났다. 악의 존재가 신의 속성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학설이다.

 

나치는 유대인 약 600백만 명을 학살했다. 그뿐 아니라 나치에 저항하는 수많은 기독교인, 선량한 독일인, 집시, 장애인도 죽였다.

 

유대인 대량 학살은 일차적으로 인간의 잔인함과 추악함을 폭로하지만, 또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아우쉬비츠에서 하나님은 어디에 계셨는가?” “왜 하나님은 악을 허락하셨는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저명한 인물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유명한 말을 했다. “아우쉬비츠 이후에는 시를 쓸 수 없다.” 몰트만, 도로테 죌레가 유대인 학살과 아우쉬비츠 문제를 깊이 다루었다.

 

정통파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인구의 약 10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들은 홀로코스트를 유대인에게 내린 하나님의 벌로 본다.

 

아우쉬비츠 사건 이후 독일신학은 이러한 심각한 질문들에 직면해야 했다. 과연 독일인이 하나님에 대해 말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가? 국가교회는 히틀러에 동조하지 않았는가? 그러한 단체는 마땅히 사라져야 하지 않는가? 아우쉬비츠 사건 이후 독일신학은 이러한 심각한 질문들에 직면해야 했고 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일신학은 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일 국가교회의 핵심 세력은 오래 전부터 성경비판을 통해 이미 그리스도의 교회에 대한 안티세력이 되어 있었다. 이 세력은 아우쉬비츠 이후에도 해체되지 않고, ‘-하나님 신학을 계속 견지해 왔다. 이러한 풍조의 신학을 점차 더 계발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국가교회가 유대교에도 구원이 있음을 천명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유대인을 선교하는 것도 금지했다.

 

복음주의는 이 사조를 따르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그러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이 사조에 따라 이스라엘 회복을 믿는 근본주의자들이 많아졌다.

 

독일에서 유대인 비판은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조금만 비판해도 유대인혐오자라는 죄목을 씌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인들의 고민이 많아졌다. 성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주석할 것인가? 가장 큰 난제는 특히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유대인의 불신을 꾸짖으신 것과 이들이 예수님을 배척하여 십자가에 못 박은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복음서와 바울서신은 유대인들의 죄를 무섭게 드러낸다. 그런데 독일 신학자들은, 나치 치하의 선조들이 원죄 때문에, 성경이 말하는 유대인에 대한 불신과 그들의 악행을 있는 그대로 서술하기가 어렵다. 미국과 영국에서 등장한 새관점 학파는 이러한 시대 분위기에서 등장했다. 신약신학자 김세윤 박사의 이른바 "유보적 칭의론"은 유대인과 관련된 이러한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독일인 성경연구가 게르하르트 마이어는 유대인에 대한 예수님의 날카로운 비판을 조금도 무디게 주석하지 않는다. 국가교회를 떠나지 않으면서도 이들의 불신앙과 반신학을 무섭게 비판한다. 그는 성경이 담고 있는 하나님의 특별한 계시를 그대로 드러낸다.

 

나는 게르하르트 마이어의 성경주석서와 같은 책을 독일에서 거의 보지 못했다. 내가 한글로 번역한 마이어의 저작물은 <마태복음 주석><성경해석학>이다.

 

마이어는 독일의 경건주의 신학을 계승한 루터교 목사이다. 튀빙겐에 소재한 신학교육기관인 벵겔하우스의 원장(1980-95)으로, 울름의 감독(1995-2001)과 뷔르템베르크 주() 교회의 비숍(2001-2006)으로 활동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자유주의 신학이 지배하는 독일교회 안에서 복음주의 신학과 신앙을 용기 있게 대변하고 전파해 왔다.

 

마이어의 <역사적-비평적 방법의 종말>(1974)은 독일과 세계의 신학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성경 해석학(1990)은 그가 거부한 역사비평적 해석 방법론에 대한 적극적 대안 제시이다. 그가 제안하는 성경적-역사적해석 방법은 그의 반생애에 걸친 해석학적 연구와 토론의 산물이다. 자신의 성경 주석 집필 과정에서 적용하고 검증해온 결과물이다.

 

마이어는 하나님 외에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마이어는 그만큼 하나님 말씀을 두려워한다. 그는 때때로 우리가 유대인을 특별한 백성으로 보고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송다니엘 목사/ 프랑크푸르트개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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