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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적 해석학: 해석학의 역사와 특성

진론드 저, 최덕성 역, <신학적 해석학: 해석학의 역사와 특성>(1997)을 읽고/ 정광봉 박사


신학과 해석학의 만남


1. 자유인의 기개


    

베르너 진론드의 <신학적 해석학: 해석학의 역사와 특성> (서울: 본문과현장사이, 1997, Theological Hermeneutics: Development and Significance)은 성경, 신앙고백, 신조, 교리, 신학, 역사를 포함하는 기독교 전통의 해석에 관련된 문제들을 간략하게 논의하면서 신학에서 해석학적 사고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가를 알려준다. 해석학이 사변적인 신학자들이나 씨름하는 선택적 작업이 아니라 교회와 세상 그리고 진리 추구를 위해 매우 중요한 봉사를 하거나 그 일을 자신의 과업으로 이해하는 모든 신학자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밝힌다.

 

이 책의 제목의 신학적 해석학은 해석학이 신학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신학에 관련된 해석학을 의미한다. “철학적 해석학문학적 해석학이 철학적, 문학적 해석학이 철학과 문학에 관련된 해석학의 본질과 기능을 다루는 것과 같다.

 

스승 최덕성 교수님은 고신대학교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사역 초기에 진론드의 이 책을 번역하여 출간하였다. “역자의 글에서 자신의 교회적 전통과 신학적 입장이 저자 것과 동일하지 않으며, 해석학 강령도 동일하지 않다고 밝힌다. 성경의 본질과 권위에 대한 이해도 이 책이 다루는 해석학자들의 견해와 똑같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왜 역자는 이 책을 번역하여 개혁신학을 지향하는 신학교 학생들에게 읽으라고 권하였는가? 한국기독교계에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최 교수님은 해석학 이론들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적절한 책 한 권을 쓰려고 마음먹었고 우선 이 책을 번역하기로 했다고 한다. 해석학의 변화와 흐름들 그리고 현대의 지성적 신학자들이 무엇을 가지고 씨름하고 고뇌하고 있는가를 한 눈에 파악하게 하며, 진리탐구의 길을 뚫고 신학적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일조(一助)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번역이라는 힘든 작업을 했다고 한다. “다소 입장이 다르다고 하여 저 수많은 탁월한 학자들의 이론들을 맛보는 것조차 거절하는 것은 학자의 태도가 아니라고 한다. 일단 배우고 담아 본 후에 그것을 취하든 버리든 하는 것이 자유인의 기개요 징표이다고 한다.

 

역자가 이 책을 한글로 번역하여 출간한 좀 더 구체적인 의도는 책 초두의 서문: 내가 본문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에 실려 있다. 핵심 부분은 아래와 같다. 해석학 지식의 필요성에 대한 수려한 설명의 글이다.

 

2. 해석학, 인문학의 왕자

 

현대 인문과학은 해석학적 질문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해석학적인 질문을 제기하지 않고는 어떤 학문 활동도 불가능할 정도이다. 이 같은 경향에 걸맞게 현대 신학도 두 지평 즉 과거의 본문과 현대의 해석자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를 좁히는 해석학적 논의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우리가 섬기는 교회의 역사 혹은 기독교의 전() 역사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해석의 역사이다. 복음을 전수받아 그것을 오늘의 삶의 현장에서 살아있는 신앙으로 고백하고 적용하는 일은 기독교 본문즉 성경과 그것에 관련된 것들에 대한 해석과 재해석을 요구한다.

 

그런데 이 작업은 항상 새로운 긴장을 수반해 왔다. 기독교 공동체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있어서 다양한 견해 차이를 보여 왔으며, 오늘날에도 성령세례와 은사, 여성안수, 교리의 본질과 권위, 교회교육의 내용과 형식, 교회의 구조와 제도, 교회전통, 동성연애자 문제 등에 대해 상이한 입장을 보인다. 본문과 그것에 관련된 것들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차이는 교회의 기존 입장을 비평적으로 검토하려는 사람들과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라도 그것을 옹호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신학도의 임무는 가능한 문제가 되는 쟁점들을 명확히 밝히고, 신앙적 공동유산을 비평적으로 그리고 건설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적합한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성경, 교회전통, 신앙고백, 교리, 신학, 역사 등 신앙의 내적 외적 요소들에 대한 해석과 재해석을 필요로 한다.

 

성경적 신앙을 수호하려는 신학도들에게 자주 발견되는 우상성은 자신의 신념을 유일한 성경적견해로 여기며 그것을 절대화하는 경향이다. 타성적으로 지금까지 다루어 오던 내용을 같은 방법으로, 같은 형식 속에 집어넣어 판단하면서, 오히려 자기는 모든 입장을 초월한 것같이 생각한다. 자신을 자연과 우주의 중심에 두고, 자신을 모든 사고와 판단의 기준으로 삼으며, 자신의 주관적 입장을 말하면서도 자주 객관적으로 말해서하고 말한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진리에 대한 상대주의적 패러다임을 가진 진보주의 신학 전통 하에 있는 신학도들 가운데도 자신의 입장과 다른 신념, 특히 정통적 견해에 대해 매우 배타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선 무당 사람 잡는 식일 때가 많은 것은 피차 일반이다. 이러한 현상은 상호이해의 결여와 본문이해에 수반되는 해석학적 조건 및 과정을 무시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진리에 대한 인간의 이해는 항상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의 역사적 문화적 정황과 관련을 갖고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특별계시라는 신적인 영역 외에는 인간이 무오한 진리를 터득할 수 있는 상상적, 형이상학적, 초역사적 또는 초인간적인 영역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인간이 합리적으로 절대적이거나, 명제적으로 무오한 진리를 알기란 불가능하다. 이러한 까닭에 우리에게는 진리 이해에 대한 해석학적 조건과 제한성을 깨달아 항상 배우고 겸허하게 진리의 확실성을 탐색하고자 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지식인이 지적 폭군이 되지 않으려면 자신에게 있을 수 있는 왜곡, 편견, 실수에 대해서도 비평적이어야 하며, 해석학적 활동에 있어서 본문을 자신의 선이해에 밀어 넣어 맞추는 식으로 해석하지 않고, 동시에 타인의 견해를 기꺼이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본문에 의해 자신의 선이해가 검토되고, 해석학적 검토의 결과에 따라 자신의 해석학적 통찰을 기꺼이 교정하려는 선비적 태도가 필요하다. 성 어거스틴이 제시한 것처럼 내가 본문을 읽는 것이 아니라 본문이 나를 읽고 나의 요구와 성령의 역사를 내 속에서 의식하도록 하는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내가 성경 본문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 본문이 나를 해석하도록 하는 자기 비평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자신을 말씀과 성령에 종속시켜야 한다.

 

해석자는 본문에 대한 해석과 해석자의 세계에 대한 해석과 해석자 자아에 대한 해석에 동시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본문을 읽을 때 작용하는 인간 이해의 한계, 즉 해석학적 조건들에 대한 통찰은 독해활동을 증진시킨다. 해석학은 사변적 신학자들이나 씨름해야 하는 선택적 작업이 아니라 진리의 확실성을 추구하는 모든 신학도의 필수적인 과업이다. 어떤 신앙전통 혹은 교회전통도 해석학적 임무를 면제시켜주지 않는다.

 

역사는 이와 같은 설명 후 이 책이 신학관련 해석학의 발전을 역사적으로 살펴본 입문서로서 성경해석과 신학관련 해석학적 논의들을 일관성 있게 정리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신학에서 해석학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 호머의 저작물들로부터 시작하여 유대교 및 기독교 교부들의 해석, 그리고 중세, 종교개혁시대, 정통주의시대, 계몽주의시대, 탈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을 부르짖는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해석이론들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한다. 성경해석 및 신학관련 해석학을 둘러싸고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를 간명하게 보여준다. 가다머, 폴 리꾀르, 딜타이 등의 철학적 해석이론가들과 칼 바르트, 루돌프 불트만, 제임스 로빈슨, 그리고 예일대학교의 한스 프라이, 데이비드 트레이시, 조지 린드벡,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스테판 싸익스, 튜빙겐대학교의 피터 스툴마허 등 잘 알려진 현존하는 신학자들의 해석학적 논의의 핵심, 장단점 등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역자는 저자가 종교다원주의 시대에 기독교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어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의 입장은 기독교 전통과 신앙은 그 어떤 것보다 성경 본문과 그것의 권위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석학적 활동은 본문에 대한 신중하고도 올바른 독해과정을 따라 정확하고 분명하게 그리고 상세하게 그것을 해석할 수 있는 준비작업이며, 동시에 이것이 교회의 살아있는 신앙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가를 밝히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서, 이 책이 본문의 정확한 의미파악을 위한 다양한 연구 방법들을 문학, 철학, 신학 해석학의 상호비평적인 관계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본문이 지닌 역동적인 의미를 밝혀내는 작업을 방해하는 두 가지 세력, 즉 교권적 권위와 교조주의적인 권위를 밝히면서, 독해의 해석학적 과정을 충분히 고려하는 읽기와 본문에 대한 비평적이고 정열적인 몰입이 본문을 살아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성경해석과 아울러 신학 작업은 일반적인 해석학의 원리에 따라야 하며, 해석자의 책임과 작업이 경솔하게 다루어지거나 과소평가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성적 진리와 교회적 전통이 제시하는 진리 사이의 갈등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면서 이성적 진리의 횡포가 이성 자체의 제한성과 속임수 때문에 얼마나 헛된 것인가를 밝히면서도, ‘이성적 발견을 최대한 고려한 비평적 연구가 본문의 뜻을 가장 잘 드러나게 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 베르너 진론드(Werner G. Jeanrond, 1955-) 박사는 독일 태생이다. 독일에서 대학교육을 받았고,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폴 뤼꾀르와 데이비드 트레시 교수의 지도 아래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풀브라이트 장학재단 혜택을 받았다. 그가 이 책을 출간할 무렵에는 아일랜드 더불린에 있는 더불린대학교의 트리니티대학 신학교수로 재직했다. 여러 해 뒤에 스웨덴의 룬드대학교의 조직신학 교수로 재직했고, 옥스퍼드대학교의 신학부 교수 및 베넷트홀(대학) 학장으로 6년 동안 봉사했다. 2018년 가을부터 루터파 교역자를 양성하는 노르웨이의 오슬로대학교의 조직신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폴랜드어, 터키어로 번역되었다. 이 책은 세계의 유수한 대학들과 신학교들이 교재로, 필독서로 사용하고 있다.

 

3. 텍스트 해석과 해석학

 

서평자는 고려신학대학원의 교회사 시간에 최 교수님으로부터 이 책을 소개를 받았다. 처음 신학을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나에게 그 내용이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철학 강의에 나올 법한 딱딱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왜 읽으라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읽기를 중단했다. 나는 시간이 흘러 신학교에서 해석학을 가르치는 지위를 얻었다. 구약신학을 가르치면서, 한국어로 된 적절한 수준의 해석학 관련 교재를 찾다가 먼지 묻은 채 여전히 책꽂이에 꽂혀 있는 이 책을 발견했다. 정독을 하고 나서 비로서 이 책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을 번역하여 신학도들에게 읽으라고 권한 역자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오늘날 신학도들이 배우는 해석학 이론들과 담론들이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왔는가를 역사적으로 추적한다. 신학도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알려 준다. 자신이 믿어 온 것이 절대적이며 자신이 속한 단체의 가르침의 시선으로 읽는 것만이 진리의 전부인양 여기고, 다른 시각과 해석은 접하기도 전에 마음속에서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고 반감을 가지는 오류를 막아준다.

 

신학 해석학의 역사를 다루는 책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 부류는 계몽주의 이전의 해석학의 발전에 초점을 둔 책들이다. 예컨대, 유대교의 해석, 초기 기독교의 해석, 그리고 중세 시대의 해석과 개혁자들의 해석 역사를 중심으로 자세히 다룬다. 이때까지 한국 신학교-신학대학원은 해석학의 역사를 계몽주의 이전 역사를 중심으로 가르치는 경향이 강했다. 그 이유는 기독교의 성경 본문 해석 역사에 직접적으로 연관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교회의 보수적인 분위기도 이 흐름에 한 몫을 한다. 계몽주의 이후 시대의 독일 학자들을 중심으로 발달되어 온 철학적 해석학의 작업과 그 결과물에 대하여 의도적으로 외면해 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오늘날 한국의 신학교의 해석학 수업 시간에 해석학적 순환(Hermeneutic circle), 해석학적 선이해(preunderstanding), 해석의 상황화(contextualization) , 비교적 근대의 철학적 해석학의 역사 발전 속에 나온 용어들이 거리낌 없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의 해석학적 연구 결과물을 성경 본문 이해에 적용하여 실제적인 도움을 얻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개념들이 나오게 된 배경과 역사 또 학자들의 수고를 무시한다면 바람직한 학문적 자세가 아닐 뿐만 아니라 이러한 현대적 해석학 개념들을 깊이 이해하고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해석학에 대한 무지는 신학 연구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수 있다.

 

둘째 부류는 계몽주의 시대 이후의 해석들을 주로 다루면서 그 이전의 해석들을 제외시키는 책들이다. 현대 신학적 해석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외부의 영향 곧 신앙적이고 알레고리칼 한 해석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철학적 해석학의 발전 역사에 주 초점을 두고 있으므로 난해하며 실제로 신학 해석학에 연결시켜 신학도에게 필요한 통찰력을 얻기에는 거리가 먼 책들이다.

 

역자가 이 책을 한글로 번역하여 소개한 시점까지, 한국의 신학도들은 계몽주의 이전의 해석학의 역사와 이후의 비평적인 해석학의 역사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면서도 간단한 입문서 수준 이상의 해석학의 역사를 소개하는 한글 책을 접할 수 없었다. 해석학은 신학 연구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학문인데도 역자가 비로소 그 필요를 채웠고,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 그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고 있다.

 

진론드는 자신의 관심이 비평적 신학을 위한 해석학적 토대를 논하고자”(p.14)하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하여 해석학의 발전에 대한 역사적 고찰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밝힌다.

 

첫 장은 해석학의 목적과 범주를 간단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이어서 비평 이전 시대의 해석학적 성찰로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두 번째 장은 고전 헬라 문학 이론과 철학이 해석학에 미친 영향으로부터 시작하여 유대교, 초기 기독교, 어거스틴, 중세기, 종교개혁자들, 이어지는 개신교와 로마가톨릭 정통주의의 해석 그리고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신학적 해석학의 발전 역사를 소개한다. 간략하면서도 비교적 공평하게 다룬다.

 

진론드는 계몽주의 이전 시대의 신학적 해석학의 역사에 대한 고찰을 통하여 모든 해석학적 시도는 크게 두 양극의 범주 안에서 움직여 왔다고 말한다. , 안디옥 학파로 대표되는 문자적 문법적 방법을 선호하든지, 아니면 알렉산드리아 학파로 대표되는 풍유적 방법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는 자신의 독특한 평가를 더함으로써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기초를 마련한다. “알렉산드리아 학파는 강력한 교리적인 관심사에 영향을 받은 결과 특정 독해 전통을 옹호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반면에 전자의 해석학적 전통을 따른 사람들은 새로운 신학적 발견에 비교적 개방적이었다”(p.72)라고 한다.

 

저자는 다음 장에서부터 자신의 실제적인 관심인 계몽주의 이후의 해석학적 역사를 다룬다. 가다머와 리꾀르의 선구자들인 슐라이에르마허, 딜타이, 하이데거로 시작하는 현대 철학적 해석학을 명료하게 정리한다. 이어서 바르트와 불트만 사이의 해석학 논쟁과 이어지는 푹스와 에블링의 학문 작업을 통하여 기독교 신학에 영향을 준 철학적 해석학을 소개한다.

 

저자는 근대 해석학의 아버지 슐라이에르마허의 작업이 신학적 해석학을 교회의 이데올로기에서 해방시키려고 철학적 해석학의 발전을 요구했다고 본다. 저자는 딜타이의 해석학 사상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딜타이가 인문 과학의 자기 이해를 위한 모든 노력에 해석학이 필수적인 요소로 발전시키려고 한 사실을 높이 평가한다(p.90), 하지만 그가 가졌던 해석학이 중립적이며 과학적인 이론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그의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평가한다.

 

슐라이에르마허와 딜타이의 작업이 신학적 해석에 철학적 해석이 영향을 주는데 공헌한 학자들이라는 점에 초점이 있다면, 다음 세 학자의 초점은 언어학적 공헌에 있다. 하이데거가 해석학에 공헌한 출발은 현상학으로 알려진 철학운동이다. 이것이 오늘날 해석학의 발전에 막대한 충격과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이데거는 선이해와 같은 해석자의 상황을 떠나서는 해석은 존재할 수 없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해에 선구조가 필연적이라는 사실은 이해가 항상 순환적이라는 것을 말하며 이러한 순환이 유감스러운 벗어나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바르게 그 길로 들어가는 것이라”(p.97). 하이데거는 후기에 언어의 본질에 대한 고찰에 집중함으로써 해석학의 발전에 이바지했다.

 

저자는 이어서 가다머의 해석학이 지닌 철학적 특징을 분석한다. “해석학의 주된 관심은 인간의 자기 이해를 증진시키는데 있어야 한다라고 한다. 가다머는 이해의 목표는 텍스트의 지평독자의 지평의 융합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많은 비평적인 질문들을 야기한다. 두 지평의 융합이란 실제적으로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 융합해야 할 독자와 텍스트 사이의 갈등이 어떻게 존재하는가? 한편 해석학과 관련된 리꾀르의 강력한 주장은 저자에 의해 기록된 텍스트는 그 순간에 자율성을 가지는 독립적 구문이다라는 말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해설명이 변증법적인 관계 속에서 해석을 위한 필수적인 단계라고 본다.

 

그 다음 두 장에서 진론드는 언어학의 기본 원리들을 다루고 재정리한다. 본문과 읽기 사이의 상호간의 발전을 비교적 상세하게 진술한다. 이 작업으로 텍스트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텍스트의 언어학적인 고려들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밝힌다.

 

잔론드는 현대의 본문 언어학과 읽기 이론을 통하여 읽기의 변형 능력이 얼마나 본문 이해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지 논한다. 저자는 독자가 얼마나 극단적 입장에 치우칠 수 있는가를 보여 준다. 히르쉬로 대표되는 주장 곧 본문에는 결정적이고 결코 변하지 않는 의미가 있다는 주장과 반대로 바르테스로 대표 되는 독자들의 무한한 상상력에서 나오는 본문 이해의 다양성과 상대주의적 주장의 대비한다. 하지만 극단적인 이 두 주장은 현실의 읽기에서는 둘 다 상황에 따라 받아들여지든지 아니면 둘 다 만족을 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이어서 텍스트가 결정된 의미를 제공하기 위하여 독자의 역할을 강하게 주장하는 심미효과 이론과 독자의 역할보다 그 독자들의 반응을 야기하는 사회적 조건들에 초점을 맞춘 독자 반응 비평주의의 비교한다. 이를 통하여 이 두 이론이 텍스트와 독해의 기본적 변증법을 더욱 잘 이해하는데 공헌을 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해석 이론에 구조주의, 후기 구조주의, 형식주의의 비교를 통하여 텍스트의 중요성과 올바른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진론드는 텍스트를 절대주의 개념으로 읽는 경향을 크게 경고한다.

 

이와 같이 현존하는 다양한 읽기 전략의 리뷰를 통하여 진론드는 텍스트를 해석하는 일은 단순히 텍스트 해석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여기에 해석자의 세계, 그리고 해석자 자아에 대한 해석 이 세 가지가 동시에 포함되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해석자의 다양한 세계와 해석자 자아에 대한 해석이 동일한 텍스트를 다양하게 읽게 만들게 한다. 이해, 설명, 평가 이 세 가지가 읽기의 필수적인 면들이다.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중에 진론드는 특히 평가의 필요성에 대하여 주목한다. 모든 해석에 들어 있는 한계를 강조한다.

 

저자는 다양한 읽기 이론을 다룬 후, 읽기 윤리의 필요성을 대두시킨다. ‘읽기 윤리란 독자가 텍스트를 정당하게 다루려고 노력해야 함을 의미한다. 가령, 독자가 자신의 생각을 정당화 하려고 텍스트를 이용하거나, 텍스트의 일부만을 단편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읽기 윤리를 벗어난 태도라고 주장한다.

 

진론드의 읽기 윤리에 대한 제안은 지금까지 그 자신이 강조해 온 어떤 독자도 언어적, 사회적, 정치적, 실존적 혹은 문화적인 상황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완벽한 독해란 불가능하다는 주장과 충돌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모든 독자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정당화하는 데 텍스트를 이용할 수밖에 없으며, 모든 텍스트를 같은 수준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기에게 적합한 본문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것이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진론드는 상대적 적합성을 추구하는 것이 현명하다라는 말로 모호하게 마무리 짓는다. 저자의 읽기의 윤리학에 대한 방법론적인 제안은 피상적인 면이 강하다. 윤리학에 대한 더욱 철저한 정의를 거쳐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진론드는 의사 전달의 권위를 성경 텍스트에 부여한 바르트와 불트만의 논쟁과 영향을 소개한다. 두 신학자 모두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텍스트를 보호하고 성경 텍스트가 하나님의 계시의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중요성을 주창한 데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접근 방법은 극적으로 갈린다. 바르트는 성경 본문을 해석하는데 철학적 방법을 포함한 모든 인간적 방법을 거부했다. 오히려 우리를 해석하시는 주체는 하나님이라고 했다(p.89). 저자는, 바르트의 방법이 성경 텍스트 속에 들어 있는 신학적 메시지를 우리가 어떻게 파악해 낼 수 있는지, 또는 성경 독해에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에 대한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반대로 불트만은 텍스트에 대한 수많은 해석 관점이 존재하며, 더 나아가 이러한 주관적인 선이해를 가지지 않는 해석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그에게 성경 텍스트의 이해는 결코 일정한 것이 될 수 없다고 한다. 불트만은 성경이라는 텍스트를 대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객관주의라는 자만을 깨뜨리고 싶어 했다. 저자는 불트만에 대한 리꾀르의 비판을 빌려와 불트만의 해석학은 해석학적 성찰에 충분히 나아가지 못하고 성경 텍스트가 의미하는 바를 깊이 고려하기도 전에 성급하게 신앙적 결단으로 끝나 버렸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바르트와 불트만 이후에 일어난 푹스와 에벌링으로 대표되는 신해석학에 대한 논의를 한다. 신해석학이 최종적으로 바르트를 닮았으며 해석학 자체의 발전에는 큰 공헌을 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린다.

 

진론드는 마지막 장에서 기독교의 정체성을 위하여 해석학의 중요성을 논한다. 기독교 공동체 내에서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라도 자신의 전통을 지켜 나가려는 교조주의자들과 같은 입장에서 해석학적 위기가 온다고 지적하고, 전통과 현재적 실천을 성찰하고 보다 나은 실천을 제안하는 비평적 해석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신학적 해석학이 텍스트의 내적 해석에서 그치기 보다 더 나아가서 궁극적으로는 세상 해석을 위해 광범위한 인간 대화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신학적인 양식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한다(p.236). 해석학은 교회와 진리 추구하는데 봉사할 때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지 세상을 위해 중요한 봉사를 하는 또는 하고자 하는 모든 신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고 결론 내린다.

 

진론드의 책은 신학 초년생들에게 다소 난해한 철학적 주제를 디룬다. 그러나 주의 깊게 읽으며 그의 인도를 따라 가면 읽는 것 그 자체로 다른 신학 책들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해박한 지식과 폭넓은 안목을 얻을 수 있다. 인문학적 기초와 해석학의 역사를 배울 수 있다. 일관 된 주제로 해석학의 역사를 재해석해서 풀어내는 저자의 책은 신학적 해석학과 신학 그 자체에 대한 통찰력 있는 눈을 제공한다.

 

해방 신학과 해석학, 페미니즘 해석학, 포스트모더니즘 해석학 등 최근의 해석학적 시각을 충분히 다루지 않음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신학은 비평적인 학문이다. 해석학도 마찬가지이다. 진론드도 이 점에 동의한다. 그래서 그는 첫 쪽에서부터 마지막 쪽까지 일관되게 해석학이 비평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비중을 둔다. 그러나 비평적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없다. 비평 활동의 본성에 대한 설명이 있었더라면 더욱 좋았으리라 생각된다.

 

4. 신학을 위한 해석학의 중요성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전체 논의를 요약 정리한다. 역자 최덕성 교수님이 이 책을 읽는 한국인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어 하는 요지를 담고 있다. 기독교 신학에서 해석학적 사고가 중요하다. 해석학은 사변적인 신학자들의 사상과 씨름하는 선택적 작업이 아니라 교회와 세상과 그리고 진리 추구를 위한 매우 중요한 봉사를 하는 일이며, 모든 신학자들에게 절실하다.

 

초대와 중세와 종교개혁 시대의 신학자들은 모두 해석학적 모델에 관한 논의를 해 왔다. 텍스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개입했다(2).

 

해석학적 논의에 대한 참여를 거부하는 일련의 신학은 근대에 이르러서야 발견할 수 있다. 과학과 문화의 도전에 대한 반격으로 출현한 다양한 형태의 기독교 정통주의는 자신들이 일련의 방법론적 도구들을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단지 복음 진리에 단순히 접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록된 텍스트든지, 존재론적 진술 혹은 전통이든지 간에 이 세상 그 어디에도 해석 과정이 불필요한 단순하고 순수한 접근은 존재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어떤 해석학적 모델도 완벽하다고 주장할 수 없다. 해석이론 자체에 대한 비평적 해석은 지적인 통합을 부르짖는 인문과학 분야에 특히 중요하다. 하나님의 임재와 특별 계시에 대한 종교적 신앙도 기독교 사상가들로부터 해석학적 임무를 면제시켜 주지는 않는다. 가장 신성하다고 하는 사람들의 통찰들조차 본문을 왜곡할 수 있다. 본문이해 그 자체가 부패할 수 있다.

 

신학이 그 자체의 특별한 방법론을 필요로 하는가 아니면 일반 해석학의 방법에 따라야 하는가? 이 질문에는 슐라이에르마허가 적절한 답을 제공한다. 신학을 인간이 추구하는 여러 지식 분야와 같지 않은 별개의 것으로 취급하려는 신학자들도 있지만, 신학 즉 우주 속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계시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하여 일반학문 분야에 적용되는 해석이론이 아닌 특별한 해석이론을 필요로 한다는 주장은 정당화될 수 없다. 오히려 신학이 다른 학문과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가 하나님의 임재를 인간의 언어로 인간 세계와 역사 속에서 선포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일반 학문과 동일한 해석학의 적용이 요구된다.

 

해석학을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다. 해석학이 기독교적 사고와 실천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것은 우리의 인간 조건과 하나님을 신앙하는 살아있는 전통에 접근하는 우리의 양식(mode)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을 줄 뿐이다. 따라서 그것은 하나님의 계시와 임재의 도전, 이 도전이 인식되고 그것에 반응하는 상황에 대한 인간의 날카로운 자각이 필요하다.

 

해석학적 사고는 신학자로 하여금 이 우주 속에서의 의미를 탐색하는 모든 인간의 노력에 대한 광범위한 대화에 참여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인간 사고의 언어적인 본질과 이 언어들의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조건들을 인식하는 모든 해석자들은 자신들의 좁은 지평에 도전하고 그것을 초월해야 할 필요성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해석학적 훈련은 하나님, 인간 자신,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존재의 신비에 대한 보다 적합한 이해를 위한 순례의 좋은 출발점이다.

 

5, 기독교사상사 전공자

 

최 교수님은 고신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리폼드신학교에서 신학과 교육학을 공부했다. 예일대학교에서 신학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에모리대학교 인문과학대학원에서 철학박사 과정을 마치고 귀국하여 고려신학대학원에서 교수 사역을 시작했다. 이 책은 그가 교수 사역을 초기 내놓은 것이다. 교수님은 그 이후에 약 20권의 중량감 있는 책들을 저술했다. 교회에 필요한 시의성 있는 논문들을 많이 발표했다. 해석학 책을 먼저 번역하여 출간한 것은 신학도들의 인문학적 기초를 놓아주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님은 기독교사상사를 전공했노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서평자는 이 책을 읽고서 기독교사상사사라는 학문 분야가 교의학-조직신학, 교회사, 역사신학, 교리사, 신조사, 신앙고백, 철학, 인문학 등 광범위한 영역을 포함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석, 비평, 종합 과정을 거치는 해석학적 통찰을 가진 신학자의 학문 작업이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석학이라는 튼튼한 인문학적 기초가 자신울 지속적인 학문 활동으로 안내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 친일파 전통>, <정통신학과 경건>, <신학충돌>, <에큐메니칼운동과 다원주의>, <교황 신드롬>, <위대한 이단자들> 등 여러 권의 책들과 교회가 필요로 하는 신학적 현안들을 논의한 많은 학술 논문들을 저술한 것은 인문학의 왕자인 해석학적 프리즘을 통과하여 나온 견고한 학문적 결실들이다.

 

신학생들은 대체로 자신이 속한 교단의 전통과 성경적 신앙을 존중한다. 맹목적으로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진리를 보수한다는 미명하에 자기 자신의 지식과 공동체의 시각이 전부인 줄 알고 또 그것을 성경과 동일시하며 심지어 절대화 하는 경향이 강하게 흐르고 있다. 다름 아닌 편협하고 배타적인 자세이다.

 

최 교수님이 이 책을 번역하여 소개한 것은 이러한 배타적 경향이 학문의 큰 걸림돌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문제점의 근원을 알지 못한 채 점점 더 자기 동굴에 깊이 갇히게 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신념과 조금이라도 다른 사상에 대하여 진지한 성찰 없이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고 던져 버리는 배타적인 정통주의를 교정해 줄 목적이었던 것 같다. 자기의 신학적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세계 지성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신학도, 학문적 소양을 충분히 갖춘 겸손한 신학도를 양성할 목적이었던 것이다. 교수님 자신이 이와 같은 학문적인 훈련을 받았고, 제자들을 동일한 훈련을 시켜 하나님의 나라 봉사를 업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최 교수님은 선견자처럼 다가오는 복잡한 세상의 변화를 내다보고 있었다. 이 책이 출간된 지 20여년, 현재의 한국교회는 다양한 신학적 주제들로 대립하며 갈등을 겪고 있다. 종교다원주의, 신앙무차별주의, 자유주의 에큐메니즘(WCC), 여성안수, 동성애, 차별금지, 문화다원주의, 중독, 윤리 장애 등이 새로운 주제로 대두되고 있다. 교수님은 제자들이 이러한 주제들을 직면하고 보편타당하고 성경적인 답을 얻을 수 있는 해석학적 원리를 제공한다. 학문적 자신감 또는 자긍심을 가진 탁월한 진리의 파수군을 양성하려고 이 책을 번역하고 가르치셨다.

 

최 교수님은 인간이 항상 자신이 처한 역사적 사회적 상황과 선이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신학도들이 이 사실을 깨닫고, 타인의 견해도 겸허히 듣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라고 가르치셨다. 이것이 진리를 탐구하는 신학도가 가져야 할 기본이라고 하셨다. 진론드의 글을 빌려 해석자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해석이 이루어지는 인식 세계의 현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셨다. 기독교 정체성 정립에 성경과 성경의 권위를 의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강조를 빠뜨리지 않으셨다.

 

해석학의 역사와 사상은 상당한 난해한 철학적인 용어와 복잡한 사상들을 담고 있다. 진론드가 명료하게 정리하지만, 해석학은 전문성이 없는 번역자는 자칫 저자의 본 의도를 오역할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 최 교수님은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단계의 학업 과정에서 폭넓은 인문학, 철학, 신학 등을 공부한 기독교사상사를 전공 신학자이다. 철학자들과 역사학자들과 신학자들의 해석학 이론을 간파하고 있다. 이러한 까닭으로 독자들이 이 책의 저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알아보도록 용이하게 번역했다. 최 교수님은 현대 인문학의 총아인 해석학의 중요성을 소개하는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한국 신학계의 수준을 높였다. 개혁신학 중심의 기독교 영성(spirituality), 학문성(scholarship), 통합성(integrity)을 지닌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을 양성하는데 이바지했다.


정광봉 박사/ 브니엘신학교 교수, 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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