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철은 신사참배거부운동의 선봉장인가?
"왜 고신교회인가?: 고신교회의 계승과 도전" 6
4.2 신사참배거부운동, 신사참배거부운동교회
4.2.1 고신교회의 근원은 일제말기의 신사참배거부운동이다. 신사참배거부운동은 1938년부터 1945년까지 기독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전개한 신앙수호를 위한 항일운동이다. 우상숭배를 거부하고 기독교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며, 일제의 억압과 회유에 굴복해 변질된 제도권 교회의 변질을 경고하면서 맞서 투쟁했다. ‘천황제’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한 일본적 체제를 부정하고, ‘황민화 정책’ 내지 민족말살 정책에 저항한 것은 민족사적 성격을 지녔다. 일제는 신사참배거부운동자들을 민족주의자로 규정하고 치안유지법, 보안법, 불경죄 등을 적용해 탄압했다.
4.2.2 정성구 박사(전 총신대학교 총장)는 주기철이 신사참배거부운동의 “선봉장,” “총사령관”이라고 한다. 정성구가 소개하는 “총신대 양지캠퍼스에 세우려던 순교자 주기철 목사의 비문”(1990.9.11.)도 주기철을 이 운동의 선봉장으로 표기한다. 주기철은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순교했다. 주기철은 신사참배거부운동에 소극적이었다. 선봉장 한상동이 이끄는 운동에 대하여 ‘시기상조의 감’이 있다고 말하면서 적극적인 동참을 보류했다.
4.2.3 선봉장 한상동 목사는 이 운동을 공개적인 ‘정치운동’으로 전개했다. 이 ‘정치운동’은 공개적으로 불의한 정교일치 국가 일제에 공개적으로 항의하여 왕중왕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충성과 신앙을 확인하고 고백했다. 신사참배거부운동은 지하교회 또는 협회 형태의 독립 ‘교회’인 신사참배거부운동교회로 전환하여 예배, 교제, 전도, 신앙고백 활동을 했다. 이 교회는 신사참배를 행하는 한국교회와 대결 구도를 유지하고, 그리스도의 교회의 단일성, 거룩성, 보편성, 사도성을 충실하게 유지한 그리스도의 신부였다. 기존의 한국교회는 신앙고백적 단일성, 실천적 거룩성, 세계교회와 진리와 고백을 공유하는 보편성, 교리적 사도성을 상실한 배교 집단으로 변해 있던 시점이었다.
4.2.4 고신교회의 출범과 직결된 신사참배거부운동과 신사참배거부운동교회의 신앙고백은 평양지방법원의 “이기선 외 21명 판결문”에 일목요연하게 기록되어 있다. 신사참배거부항쟁자들의 신앙고백과 행적을 담고 있는 이 판결문은 한국판 ‘사도행전’이다. 기독교의 정체와 교회의 표지와 속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4.2.5 만주지방의 신사참배거부운동은 순교자 김윤섭 전도사와 그의 동료 전도사들이 금식하면서 작성한 “장로교인 언약”(1940)이라는 위대한 신앙고백문을 만들었다. 독일고백교회가 나치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독일교회’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교회를 출범시킨 사람들이 작성한 “바르멘 신학선언”(1934)과 동격의 가치 또는 비슷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장로교인 언약”은 한국 신자들의 기독교 복음을 수용한 지 겨우 반세기에 이른 시점의 신학을 공부하지 않은 교역자들이 금식하면서 만든 것이다. “바르멘 신학선언”은 약 1500년의 역사를 가진 교회의 신학자들이 만든 것이다. 전자와 후자가 서로 견줄만한 동격을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전자가 더 위대하다고 평가함이 타당하다.
4.2.6 이상규 박사(고신대 명예교수)는 신사참배거부운동을 교회의 단일성을 저해한 교회분리주의운동으로, 이 운동의 선봉장 한상동을 분리주의자로 규정한다. 분리주의 교회관을 지녔던 3세기의 도나투스주의와 동일시한다.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주기철 목사기념 단체가 주관한 행사에서 발표한 학술 논문과 고신대학교 발행한 신학지 등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 주장을 반복한다.
4.2.7 이상규의 주장은 민경배 박사(연세대 명예교수)의 궤변과 궤를 같이 한다. 민경배는 힘의 논리를 한국교회사를 당파적 시각으로 기술하고 평가한다. 교회의 권력을 장악한 친일파의 눈으로 접근한다. 주기철이 신사참배거부운동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시기상조의 감”이 있다고 한 말을 근거로 한상동과 주기철의 교회론이 달랐다고 주장한다. 주기철은 정통적 교회론을 가졌지만 한상동은 분리주의 교회관을 가졌다고 한다.
4.2.8 민경배가 주기철을 정통교회론자로 설정하고 한상동을 분리주의자로 비난하는 데 대하여, 필자는 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 없고, 개혁신학 교회론에 부합하지 않으며, 역사왜곡이라고 지적했다. “한상동과 주기철의 교회관”이라는 제목의 학술논문을 한국복음주의역사신학회 학술회(2004년경, 고려신학대학원, 부산)에서 발표했다. 그 학술 모임에는 약 40명의 한국교회사 교수들과 소수의 신학도들이 참석했다. 이상규는 그 자리에서 “나도 고신교회에 속한 목사이며, 고신교회사를 연구하는 학자이다. 한상동에 대한 논문을 쓴 바 있다. 한상동은 교회분리주의자이다, 민경배 교수의 주장이 옳다”고 공언했다.
4.2.9 이상규와 민경배의 오류는 교회의 역사를 신학적, 교리적, 교회론적 관점으로 평가하지 않고, 힘의 논리, 교회교(Churchanity), 비고신적 당파 시각으로 파악한 역(逆)하기오그래피에서 기인한다. 교권을 절대시하는 교회교 시각이나 친일파의 당파적 시각으로 파악하면 옳은 것을 옳지 않다고 하고, 그릇된 것을 옳다고 평가하게 된다. 신사참배거부운동에 대한 이상규의 평가는 민경배의 주장과 더불어 한국교회사의 정론으로 인식되어 있는 듯하다. 고신교회는 규범공동체이다. 고신교회의 역사는 진리성, 성경, 개혁교회론의 관점으로 기술하고 평가함이 마땅하지 않은가?
4.2.10 신사참배거부운동교회는 오늘날의 중국과 북한의 지하교회 형태로 존재했다.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였다. 이상규는 신사참배거부운동교회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는다. 고신교회의 태동으로 연결된 소중한 교회의 역사에 대한 고신교회 구성원의 무관심 또는 자학적인 평가 또는 역(逆)하기오그래피는 우리를 당혹하게 한다.
이 글은 제2회 고신포럼 학술회(20200217, 프레지덴트호텔 서울) 에서 발표한 "왜 고신교회인가?: 고신교회의 계승과 도전"(미출간)의 일부이다.
최덕성 박사(브니엘신학교 총장,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1989-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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