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日, 우릴 막을 수 없어… 경제강국으로 가는 자극제될 것"
문 대통령은 "이번 일(경제 보복)을 겪으며 우리는 평화 경제의 절실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일본 경제가 우리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경제 규모와 내수(內需) 시장"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 경제야말로 세계 어느 나라도 가질 수 없는 우리만의 미래라는 확신을 갖고 남북이 함께 노력할 때 비핵화와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와 그 토대 위에서 공동 번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경협을 통해 내수와 미래 시장을 확대해 일본을 넘어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활로가 바로 남북 경협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평화가 경제라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계속되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도발에 대해선 별도 언급이나 비판을 하지 않았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 한 유엔 제재로 인해 남북 간 기초적 경협도 어렵다. 더구나 남북 경협과 경제 공동체는 장기적 국가 비전은 될 수 있지만, 일본과 겪는 수출 규제 갈등과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
서울대 이인호 경제학부 교수는 "평화 경제가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더라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일본의 수출 규제라는 불을 끄는 대책은 되기 어렵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 대응책으로 남북 간 경협과 평화 경제를 수차례 강조했다. 남북 간 경제 협력이 활발해지면 우리의 내수(內需) 시장이 북한 및 중국의 동북 3성까지 확대돼 현재의 수출 중심 경제 구조를 내수와 수출의 균형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에 굴곡이 있다 해서 평화 경제를 쉽게 비관하거나 포기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긴 세월 대립과 불신이 있었던 만큼 끈질긴 의지를 갖고 서로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하노이 미·북 회담 결렬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흔들리는 현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한 번 부각하면서, 이를 대일 무역 갈등의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또 최근 대북 안보 불안과 '외교 무능론'을 반박하려는 뜻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야권과 재계에선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피해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데 수십 년 걸릴 대북 경협과 평화 경제를 해법으로 제시한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북한이 연일 미사일 도발을 하는데 갑자기 북한과 평화 경제를 말하는 것도 현실과 동떨어진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일본과 발생한 문제는 일본과 풀어야지 갑자기 왜 북한이 나오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 정부는 그간 아픈 과거를 딛고 호혜 협력적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 온 양 국민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며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나라 일본이라는 비판도 일본 정부 스스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나라'는 지난 2일 문 대통령이 일본 비판에 사용했던 '가해자의 적반하장'에 이어 일본을 겨냥한 직접적 비판이다. 문 대통령은 또 "일본의 자유무역 질서 훼손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도 매우 크다"며 "일본은 경제력만으로 세계의 지도적 위치에 설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일본이 경제 강국일 수는 있지만, 국제 규범과 도덕 등 비(非)경제 분야에서는 그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취
지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 평화·협력의 질서를 일관되게 추구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 질서를 주도적으로 개척하고 국제 무대에서 공존공영과 호혜 협력 정신을 올곧게 실천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인류 보편 가치와 국제 규범을 지켜나가겠다"면서 "경제 강국으로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겠다"고도 했다
조선닷컴 (2019.8.6.)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6/201908060011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