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고유 영역을 지켜주는 품격 / 전광식 교수, 고신대)
일전에 나온 사랑의교회 담임목사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번 판결을 내린 이들은 결정안의 타당성을 강변할지 몰라도, 같은 사안에 대한 앞선 두 번의 판결이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어서, 결국 법적으로도 이렇게도 저렇게도 판결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런 사안을 두고 왜 당사자와 수많은 성도들의 공동체를 그렇게 막다른 골목으로 모는지 의문이다. 따지자면 입학생들은 학교가 지도하는 대로 하는 것이어서 책임을 물으려면 해당학교에 대해 물어야 하고, 행여나 학교의 지도대로 따라한 학생이 피해를 받게 되면 ‘정의의 사자들’인 법관들은 도리어 그를 보호해주는 게 상식일 것이다.
게다가 이게 언제적 일이던가? 어지간한 범죄도 대개 10년이면 시효가 끝나는데, 이 건은 그런 시효가 지나도 한참 지난 것이었고, 사안의 성격도 무슨 범법적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절차적 문제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판결하는 것은 실로 편향성이 도를 넘은 것이고, 그 가혹함은 잔인하기까지 하다. 법조인이 읊조리는 대로 공평무사와 정의가 어디에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나아가 이 건은 헌법 20조가 선언하고 있는 종교의 독립성을 결정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들은 교단 스스로 자기들이 법을 제정해 놓고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개입한 것이라고 변명할지 모른다. 하나 그렇다면 소송을 건 자들에게 법을 만든 교단으로 가라고 해야 마땅하고, 또 실제로 그 과정이 과연 용인 가능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편법이었는지의 해석여부도 법을 만들고 집행해온 이들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던가? 결국 이번 판결은 협의적으로는 교회의 고유권한에 대한 세상법정의 월권적 관여요, 광의적으로는 하나님나라운동에 대한 세속의 노골적인 침범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두고 당사자를 그 자리에 세운 교회와 노회는 물론, 산하교회를 지켜주어야 할 총회는 이의를 제기하고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이런 거부는 교회의 고유권이 침범 당했다는 것과 그것을 넘어서 하나님께서 세우신 목사의 직분과 위치를 세상이 제 마음대로 무효화할 수 없다는 절대적인 성경적 원리에 놓인다.
결국 ‘교단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결이므로, 교단의 주체인 노회와 총회가 ‘그를 교회위임목사로 세운 것은 교단이 한 것이므로, 그의 위임목사요건이 충족됨을 우리는 재확인한다’라고 선포하므로 반드시 종교적 결정의 자율권을 고수해야 한다. 그러면 해당교회와 성도들은 세상적 결정에 흔들릴 필요가 없고, 그런 교회적 결정을 따르면 되는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침례교나 회중교회뿐만 아니라 장로교도 그 교회소속의 성도들이 누구를 세우기로 결정하면 그것이 그대로 유효한 것이다. 거기에 외부의 누가 무슨 권한으로 이 사람은 안 되고 저 사람은 되고 하는 식으로 관여하고 판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만일 이번 판결이 묵인되면 앞으로 한국의 목사들과 교회들의 운명을 저들에게 맡기게 되는 것이므로 이번 문제에 봉착한 합동교단이 단호히 대처하므로, 언필칭 ‘장자교단’으로서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다른 교단들도 남의 산에 불난 것으로 구경만 하고 침묵하게 된다면 그 불은 머지않아 그들 산으로도 번져갈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솔직한 심정으로 이런 문제가 봉은사 주지의 경우나 명동성당의 주임신부에 관련되었다면 과연 이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사법부의 일부 인사에 국한되겠지만, 바라기는 그들도 이 점을 인식하고 정교분리의 헌법을 준수하고, 종교의 고유영역을 앞장서서 지켜주는 품격을 지니기를 촉구해 본다.
<신동아> 2019년 1월 2일, 전광식 전 고신대 총장의 기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