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린시절, 아마 여섯살쯤 되었을 때이다. 내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버스를 타고 서울을 가시다가 홍성역에서 잠깐 화장실다녀오신다고 나가신 뒤 차에 타지 못하셨다. 운전기사 아저씨께서 채 확인을 제대로 못하신 채 차를 몰았던 것이다. 나는 곤하여 잠에 떨어져 있다가 눈을 떴을 때 곁에도 차 안에도 아버지는 안계셨다.
아버지가 타지 않으셨는데도 그대로 떠나버린 차 안에서 무서움과 두려움에 벌벌떨며 울었다. 잠자는 모습을 보고 화장실에 가신 아버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참으로 기가막히고 괴로운 시간이었다. 천안 정거장에 도착 했을때 놀랍게도 아버지는 이미 거기에 와계셨다.
택시를 급히 잡아타고 천안까지 먼저 도착하셨던 것이다. 아버지! 내 아버지가 그랬다. 나를 꼭 껴 안으시고 한참을 눈시울을 적셨다. 놀란 나를 꼭 안으시고... 잃었던 아들을 찾은 기쁨으로 그렇게 자신의 복받치는 감정을 표현하셨던 것이다. 나는 너무 기뻤다. 아버지가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잠깐 놓치셨던 것이다.
지옥에서 천국으로 자리를 옮긴 것 같은 기쁨에 사로 잡혔었다. 너무 좋았던 그 순간의 감정을 지금도 기억하면 행복하다. 잃었던 아버지를 찾은 그 기쁨, 잃었던 아들을 찾은 아버지의 그 기쁨, 내 아버지는 그런분이셨다. 내가 아버지를 다 알지 못해도 그 순간 그 마음을 아는 나는 그렇게 기쁠수가 없었다.
하나님은? 사람들은 하나님을 다 알지 못한다. 누구도 다 알지 못한다. 평생 목숨다해 공부해도 하나님을 조금 알뿐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아는 하나님은 당신의 아들을 내어주신 분이다. 성도의 죄, 교회된 자들의 죄를 사하기 위해 독생자 예수의 생명을 조건없이 내어주신 분이다.
죄악 가운데 허덕이며 살던 인생에게 그 놀라운 소식, 복음의 소식은 천하를 얻은 것보다 기쁘다. 속것이 흘러내리도록 춤을 추고, 하나님을 모두 아는 것 처럼 기뻐해도 넉넉히 은혜롭다. 하나님을 경험하는 그 조그만 체험도 넉넉하게 쾌락이다.
가정호 (페이스북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