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교수헌장 이야기
김중락, 페이스북 글
지난 2013년은 대학의 자율성이 심각히 침해받던 시기였다. 그 해 연말 경북대교수회는 다음과 같이 3차에 걸친 발전포럼을 개최하고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문제를 깊이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제1차 김중락, 「중세 대학의 학문과 자유」, 제2차 이정우, 「한국 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제3차 김윤상, 「교수회에 바란다 - 총학장 직선제와 성과급적 연봉제」
이 자리에서 나는 경북대학교 교수들의 현재를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밝히는 「경북대학교 교수헌장」을 제정하자는 제안을 하였고 이는 공감을 얻었다. 교수회는 김윤상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고 이정우 교수, 황재찬 교수, 김창록 교수, 김용수 교수와 그리고 부족한 내가 참여하는 교수헌장제정위원회를 임명하였다. 위원회는 2014년 초부터 약 6개월에 걸쳐 헌장 초안을 만들었다. 교수의 권리보다는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만들어졌다. 단어 하나하나, 문구 하나하나 우리는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였다. 최종적인 헌장문안은 교수회와 대학본부에 의해 수용되었고, 2016년 5월에 헌장비의 제막으로 이어졌다.
헌장비 앞을 지날 때마다 나는 한없는 부끄럼을 느낀다. 나약하고 부족하고 타협적인 내 모습이 헌장비의 문구마다 적나라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죽을때까지 지킬수 없다는 절망감에 때로는 후회가 되기도 한다.그래도 다짐해본다. "그래. 갑질은 하지 말고 살자". 여기 그 헌장을 소개한다.
경북대학교 교수헌장
전문
진리의 발견은 대학의 생명이자 존재이유다. 교수는 진리의 탐구를 통해 인류사회의 진보에 기여한다는 숭고한 소임을 맡고 있다. 또한 교수는 진리의 추구자로서 사회의 양심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권력, 종교, 금권 등 어떤 외부의 압력과 유혹에도 불구하고 진리를 추구하고 사회적 양심을 지키려는 노력은 멈출 수 없다.
대학의 역사는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를 지키려는 투쟁의 역사였다. 우리는 과거 국가권력이 양심의 목소리를 내는 지식인과 학생들을 재갈 물리기 위해 대학을 탄압했던 쓰라린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대학은 어떤 형태로든 국가권력이 부당하게 대학 담장을 넘어오는 것을 거부한다.
세상은 바뀌어 지금 대학은 시장만능주의, 경쟁지상주의라는 새로운 형태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이 위협은 교묘하고 은폐된 형태로 진리의 추구와 양심의 발로를 제한하고 있다. 세계화와 경쟁 담론이 지배하는 21세기에도 대학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교수는 어떠한 상황에도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를 수호하고 사회적 양심을 지키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 동안 우리 교수들은 맡은바 소임을 다하지 못했던 점을 통절히 반성한다. 이제 급변하는 새 시대에 대학의 고유한 사명인 교육, 연구, 봉사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교수가 지켜야 할 자세와 책무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2016년 5월 26일
요점
교육
- 교수는 학생을 평등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자유로운 진리 탐구를 보장하며, 학생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지적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 교수는 학생을 가르치고 평가할 때 공정성을 유지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차별하거나 부당하게 대우하지 않는다.
- 교수는 교육이 만인에게 기회균등의 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교육의 공공성을 수호한다.
- 교수는 교육에서 특정 정파, 종교, 금권으로부터 중립을 유지한다.
연구
- 교수는 각자의 연구 분야에서 오로지 진리를 탐구하며, 진리가 주는 만족감 이외 다른 이득을 탐내지 않는다.
- 교수는 연구결과물이 개인이나 기업의 사익보다는 사회 전체의 공익에 기여하도록 노력한다.
- 교수는 연구를 수행할 때 지적 정직을 최우선으로 삼고 지적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
- 교수는 동료학자의 학문적 수행과 가르침을 존중하며, 동료학자의 학문적 성과를 평가할 때 엄격한 공정성을 유지한다.
봉사
- 교수는 대학, 지역공동체, 국가, 세계가 요구하는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
- 교수는 대학의 자율과 민주적 운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 교수는 지식의 공공성을 수호하고,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자신의 지적 재능을 바친다.
- 교수는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려는 개방적 자세를 견지하고,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양심의 목소리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