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종교 통제 강화, 4천여 교회 십자가 철거(종합)
<연합뉴스> 2018.09.06.
FT "베이징 최대 가정교회, 당국 방해로 임차기간 연장 못해"
홍콩 명보 "교회에 국기·시진핑 초상화 내걸 것 요구해"
(서울·홍콩=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 공산당이 사회통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전역의 종교 시설이 탄압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베이징(北京) 최대 개신교 '가정교회'인 시온교회가 중국 당국의 방해로 임차기간을 연장하지 못했고, 이슬람 사원과 불교 사찰에 대한 압력도 강해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에서 종교활동은 국가 통제를 받는 사찰, 교회, 이슬람 사원에서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공산당의 통제 밖에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관계를 맺는 비공인 종교단체들과 신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개신교의 경우 중국 정부는 관영 '삼자(三自) 애국교회'만을 공인하지만, 중국 전역에 '가정교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수많은 교회가 있다.
가톨릭의 경우도 중국 정부는 천주교 애국회 소속 교회만을 공인하지만, 로마 교황청을 따르는 수많은 지하교회 신도들이 존재한다.
중국 당국의 공인을 받지 못한 개신교 가정교회와 가톨릭 지하교회는 시 주석 집권 이후 거센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의 영혼들: 마오쩌둥 이후 신앙으로의 회귀』(The Souls of China : The Return of Religion after Mao)의 저자인 이안 존슨은 "이것(공인받지 않은 종교단체에 대한 탄압)은 시진핑의 중국에서는 전형적인 현상"이라면서 "종교는 전임자 시대보다 훨씬 더 회의적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존슨은 "기독교는 한족과 화이트칼라 노동자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중국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시온 교회는 지난 8월 19일 임차기간이 만료됐으나 건물로부터 퇴거를 거부하고 있다.
이 교회의 에즈라 진 목사는 건물주와 교회 신도들이 당국의 압력을 받아 교회의 임차기간 연장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회를 통제하려는 당국 입장은 더 강해졌다"면서 교회를 폐쇄하지 않고 버티겠다고 밝혔다.
최근 몇 달 사이 공안이 시온교회에 들이닥쳐 신도들의 해산을 강요했다고 신도들은 전했다.
또 신도들은 교회에 계속 다니면 임대 아파트에서 쫓겨나거나 직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압력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당국의 압력은 시온교회 뿐 아니라 중국 전역의 비공인 개신교 가정교회나 가톨릭 지하교회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처럼 중국 당국이 비공인 종교단체를 탄압하는 이유는 이들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중국 공산당의 권위가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개신교 가정교회나 가톨릭 지하교회에 다니는 기독교 신도들은 최소 3천만 명에서 최대 5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전문가는 "중국 가정교회는 변하고 있다"면서 "경영인, 화이트칼라 노동자, 지식인 계층이 점점 더 많이 가정교회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교회의 신도들은 빈곤퇴치, 재난구호, 어린 학생들을 위한 기부 등과 같은 자선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독교도는 관영 교회와 경쟁하고 있다"면서 "그들의 활동은 중국 공산당의 사회에 대한 권위를 상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공인받지 않은 종교단체에 대한 탄압은 기독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닝샤(寧夏) 후이족(回族) 자치구의 퉁신(同心)현 정부는 최근 웨이저우 마을에 세워진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건축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철거하려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철거 계획을 보류하기도 했다.
또 중국 불교의 성지이자 소림무술로 유명한 허난(河南)성 덩펑(登封)시의 소림사(少林寺)는 495년 건립 이래 처음으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게양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1천500여 년이 넘은 소림사에서 국기가 게양된 데 대해 비판 여론이 일자 소림사 측은 "국기 게양은 국가의 요구이며 애국애교(愛國愛敎)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홍콩 명보는 중국 허난(河南) 성 정부가 종교 탄압을 강화하면서 성내 교회 4천여 곳의 십자가가 최근 무더기로 철거됐다고 전했다.
명보에 따르면 최근 허난 성 난양(南陽), 융청(永城) 등 성 곳곳의 교회에서는 수십여 명의 사법집행요원들이 들이닥쳐 십자가를 철거하고, 예배당 집기를 모두 압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교회 목사나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신자들이 항의하면 경찰은 이들을 공무집행방해죄로 연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십자가 철거는 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가정교회뿐 아니라 공인을 받은 삼자교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허난 성의 한 목사는 "당국은 교회 안에 국기와 시진핑 초상화를 내걸고, 사회주의 가치관을 내용으로 하는 선전화를 붙일 것을 요구한다"며 "이를 어기는 교회는 아예 폐쇄된다"고 전했다.
일부 가정교회는 십자가 외에 재산을 몰수당하고, 교회 건물이 아예 철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난 성의 개신교 신자 수는 인구의 5%인 500만명에 이르러 중국 내에서 교세가 큰 곳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강경 정책은 중국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종교의 중국화'를 목표로 종교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종교사무조례'를 시행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는 '기독교 중국화 5개년 계획'을 결의했으며, 이에 따라 각 지방 정부는 지역 내 신자와 교회 수를 줄이고 가정교회를 정리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7월 말에는 전국종교단체연석회의가 종교활동 장소에 국기를 내걸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