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편에 설 것인가, 북한 편에 설 것인가?
조선일보 (2018.08.28.)
김대중 고문
트럼프는 '편 가르기'의 명수… 文 대통령의 對北 저자세에 대해 조만간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것
'미국 對 중국·러시아'의 구도인 新냉전의 아시아에서 한국은 어느 진영으로 갈 것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관계 발전이 모든 한반도 문제의 요체이며 남북 협력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15일 8·15 경축식에서 "남북 관계 발전은 북·미 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고 했다. 그 '모든 것'에는 미·북 관계는 물론 더 나아가 한·미 관계도 포함될 수 있다.
그런 사례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북한산(産) 석탄의 한국 반입을 둘러싼 석연치 않은 과정,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를 놓고 미국의 견제를 완강히 거부했던 점, 남북 간의 철도·도로 연결 및 접경 지역의 경제특구 설치 의욕, 무엇보다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 남북 경협을 밀고 나가겠다는 것은 누가 뭐래도 남북 관계에 올인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이런 독자적 행동에 물밑 제동을 걸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모든 것에 우선이고 대북 제재가 가장 핵심적인 방안인데 한국은 남북 관계 우선을 내세워 대북 제재망을 허물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막은 것도 표면상으로는 중국의 비협조를 거론했지만 속으로는 문 정부의 '막무가내 북한행(行)'을 경고한 것으로도 봐야 한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의 남북 경협 계획이 "미국을 분노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했다.
더욱 '위험'한 것은 미국의 제동이 일부 한국의 좌파·중도 성향 사람들에게서 '한국이 북한을 좀 도와주겠다는데 미국이 일일이 간섭하고 제동을 걸고 하는 것은 너무 하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반응을 역이용해 '반미 감정'을 유발하는 반미 세력이 있다. 정부도 여기에 편승하는 측면도 있다. 지금 한국 국민 사이에는 북한이 지난해 핵실험하고 미사일 발사하고 할 때 느꼈던 불안감, 전쟁 위기의식은 많이 엷어지고 있다. '북한이 설마 한국을 향해 핵을 쏘랴'는 막연한 동포 의식(?)도 작용하고 있다.
한·미 간의 이런 물밑 충돌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문 대통령의 남북 지상(至上)주의, 대북 지원 우선주의, 대북 저자세 외교·국방이 지속된다면 또 정부 내 친북 인사들의 등등한 기세가 계속된다면 이것은 미국과의 거리 격차로 이어질 것이다. 북한의 이간질도 만만치 않다. 김정은은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를 '강도(强盜)적 제재 봉쇄'라고 규정했고, 북 매체들은 "외세의 눈치를 보며 구태의연한 제재 압박 놀음에 매달린다면 북·남 관계의 진정한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 편(便)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 오는 북한의 9·9절에 중국 시진핑이 북한을 방문하면 그것은 미국과 패권 경쟁에서 북한을 그들 편에 세우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러시아로서도 그 패권 다툼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편에 설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는 조만간 한국이 미국 편에 설 것인가, 북한 편에 설 것인가를 문 정부에 단도직입으로 물을 것이다. 트럼프는 '기브 앤드 테이크'의 전사(戰士)다. 그는 또 편 가르기의 명수다. 11월 중간선거에서도 그는 화해·통합·융화의 전술보다 이쪽 편이냐 저쪽 편이냐로 승부하고 있다. 그가 11월 선거에서 이겨 재선의 기틀을 마련한다면 한·미 관계는 트럼프의 '장삿속' 계산에 따라 봉합이 되느냐, 끝내 균열로 갈 것이냐가 결정 날 것이다.
결국 아시아는 미국 대(對) 중국·러시아가 겨루는 신(新)냉전시대에 돌입하게 되고, 한반도는 그 냉전 구도의 핵심적 뇌관으로 자리하게 될 운명이다. 우리가 지정학적 여건이나 국력으로 보아 패권의 주도권을 쥘 처지가 아니라면 어느 편에 서느냐가 생사의 갈림길이 될 수 있다. 국제정치는 곧 편 가르기 게임이고, 안보는 그 보답이다. 그 게임에서 중간은 없다. 이런 엄중한 냉전의 길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과연 어느 진영의 깃발 아래 설 것인가?
중국과 러시아는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 편(便)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 오는 북한의 9·9절에 중국 시진핑이 북한을 방문하면 그것은 미국과 패권 경쟁에서 북한을 그들 편에 세우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러시아로서도 그 패권 다툼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편에 설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는 조만간 한국이 미국 편에 설 것인가, 북한 편에 설 것인가를 문 정부에 단도직입으로 물을 것이다. 트럼프는 '기브 앤드 테이크'의 전사(戰士)다. 그는 또 편 가르기의 명수다. 11월 중간선거에서도 그는 화해·통합·융화의 전술보다 이쪽 편이냐 저쪽 편이냐로 승부하고 있다. 그가 11월 선거에서 이겨 재선의 기틀을 마련한다면 한·미 관계는 트럼프의 '장삿속' 계산에 따라 봉합이 되느냐, 끝내 균열로 갈 것이냐가 결정 날 것이다.
결국 아시아는 미국 대(對) 중국·러시아가 겨루는 신(新)냉전시대에 돌입하게 되고, 한반도는 그 냉전 구도의 핵심적 뇌관으로 자리하게 될 운명이다. 우리가 지정학적 여건이나 국력으로 보아 패권의 주도권을 쥘 처지가 아니라면 어느 편에 서느냐가 생사의 갈림길이 될 수 있다. 국제정치는 곧 편 가르기 게임이고, 안보는 그 보답이다. 그 게임에서 중간은 없다. 이런 엄중한 냉전의 길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과연 어느 진영의 깃발 아래 설 것인가?
조선일보 A3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