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논지 신나는 논문쓰기

by dschoiword posted Dec 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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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논지 신나는 논문쓰기


천재형 학자와 글쓰기

최덕성 교수의 <빛나는 논지 신나는 논문쓰기>을 읽고/ 이대웅 기자

 


최덕성 교수의 <빛나는 논지 신나는 논문쓰기>는 대한민국 많은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의 필요를 채우려고 새 천년년이 시작되는 20002월 처음 발간됐다. 대학과 대학원 학생들이 꼭 통과해야 할 관문인 논문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를,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다. 제목 그대로 논지를 빛나게’, 논문쓰기를 신나게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나 , 신학을 전공한 교수나 목회자 출신이 이러한 흥미롭고 유익한 저작을 남긴 것을 본 적이 없다. 김기홍 목사의 <논문작성 이렇게 해라> 정도만 알고 있다. 그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교수로 16년간 재직하다 아름다운교회를 개척하여 목회를 했고, 2013년 조기 은퇴한 후 목회자 교육을 위한 페이스목회아카데미 학장을 맡고 있다.


필자가 저자를 10년 가까이 알고 지내면서 관찰한 결과, 저자는 노력형 보다는 천재형 학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대와 교회의 주요 이슈들에 적극 발언하는 그의 기고문을 접할 때마다, 필자는 저자의 관찰력에서 나오는 창의력, 패러독스(역설), 아이러니(반어)로 촘촘히 쌓인 논지구성과 이를 종합하는 섹시한 글 솜씨에 여러 차례 매료됐다.

 

저자는 전통적 개혁주의 신학을 지지하는 내용들을 유쾌 상쾌 통쾌하게 담아내는 달란트을 지니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끊임없는 학문탐구와 노력이 뒷받침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신학함과 학문함에 있어 하늘이 그에게 주신 은사가 무척 커 보인다. 동료들의 시기 질투로 부딪침이 있었던 교수 사역 과정만 봐도 천재형들이 흔히 겪는 과정이지만, 그의 천재성은 머리말 지각의 장을 넓혀야 관계지움이 가능해진다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저자는 대학 시절 학교 성적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특유의 암기식 공부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자유로운 토론과 비평이 허락되는 강의를 좋아해 대학생들에게 필수라 할 수 있는 강의를 받아적는 필기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동료 학생들은 이를 말 그대로 괴벽이라 느낄 만 했을 것이다. 이러한 학습 태도는 보통 천재형에게서 나오는 특성 아닌가.

 

저자는 강의를 들으면서 필기 대신, 강의를 귀담아 듣고, 핵심을 찾아내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핵심 개념들을 상호 관련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논문 형태의 글쓰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는 필자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보도 기사의 성패는 한 사건에서 핵심을 찾아내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핵심 개념들을 상호 관련짓는 데서 좌우된다. 필자는 비록 논문을 쓴 적도 없고 석·박사 학위를 받으려고 시도한 적도 없지만, 이 책의 머리말을 보며 책 내용에 큰 기대를 갖게 됐다. 필자뿐 아니라, 이 책의 주 타깃인 대학생, 대학원생은 물론, 배움의 과정에 있는 초··고교생에게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저자의 이러한 괴벽이 상당히 괜찮은 학문탐구 방법임을 알게 된 것은 저자의 유학 시절이었다고 한다. 미국에서의 석·박사 과정 교육은 대부분 강의 내용과 필독서에 대한 분석과 비평 활동을 중시했다. 저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예일대학교, 리폼드신학대학원, 에모리대학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등을 거쳤다. 하버드대학교에서는 객원교수(1997-1998)도 역임했다.

 

저자의 학습방법과 유학 시절 학교들의 교수방법이 들어맞았기에, 수업료와 생활비 장학금까지 제공받으며 정규과정 학업을 마무리하고 모교 고신대학교(고려신학대학원) 교수로 금의환향했다. 그러나 저자는 적잖이 실망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여전히 받아 적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교육의 근본 문제 중 하나다.

 

저자는 이 거대해 보이는 벽을 정면 돌파해 나갔다.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기로 한 것이다. 무조건 외우려하기보다, 강의를 귀담아 듣고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핵심을 파지(把知)하며, 상호 관련지어 한 줄로 꿰어보게 하면서, 비틀거려도 스스로 걷고 몇 마디를 써도 자기의 생각을 또렷이 제시하는 학생을 높이 평가했다. 이미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 맞는 인재를 양성해 왔다.

 

짧은 동영상이 아니면 아무것도 보지 않는 시대 같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모든 것의 최종 결과물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하다못해 요즘엔 동영상도 자막이 중요하다. 홍수 때 마실 물이 더욱 귀해지듯, 너무 많은 정보와 너무 많은 텍스트가 범람하는 이 시대는 오히려 정말 필요한 텍스트, 같은 내용을 맛깔나게 요리한 텍스트를 더욱 필요로 하고 있다. 그리고 폭행이라는 단어까지 쓰면서 팩트를 중시하다 보니, 정확한 용어로 사건들을 배치하여 논리적으로 구성해 표현해 내는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므로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전 준비 과정인 학교에서 이러한 논리와 글쓰기를 충분히 배워야 할 것이다.

 

저자도 쓰기가 결국 모든 길의 종착점이라고 말한다. 예술 등 몇몇 분야를 제외하면, 특히 인문·사회계 대학원의 학습은 시종 논술형 시험과 논문쓰기로 진행되고, 입학시험부터 학위청구논문에 이르기까지 논문쓰기로 시작해 논문쓰기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논문쓰기에 대해 창의성, 합리성을 포함한 고급인지능력의 총아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배양하고 계발시키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가진 학문의 종합비타민’”이라고 소개한다.

 

저자는 자신이 밟은 미국의 대학원들이 논문쓰기 훈련소라고 한다. 사물을 비평적으로 생각하고, 어떤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하며 감춰진 가정과 문제점을 찾아 발견하고 추적하도록 가르친다. 특히 세미나로 진행되는 박사과정은 정해진 시간 내에 주제 논문을 써서 발표하고 분석하고 비평하는 것이 주 과업이다. 논지찾기, 논지설정, 논지진술, 논지확증, 논지입증 곧 논증방법을 배우고 주장의 옳고 그름과 정당성을 따지며 건전 타당한 판단을 내리는 법을 거듭 훈련한다.

 

이는 비단 학자 지망생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대학교육의 목적은 직업 생산력을 갖도록 도와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려 깊고 탐구적이고 통찰력 있는 원숙한 인간과 유능한 시민을 만드는 데 있으므로, 최선의 대학교육은 학생들에게 백과사전적인 지식전달, 언어훈련, 직업훈련을 시키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이런 것들은 지식in’ 같은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위키피디아 같은 개방형 백과사전에 넘치고 넘친다. 저자는 과학도가 예술을 음미할 수 있고, 예술학도가 과학을 이해할 수 있고, 신학도가 학문을 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라고 설파한다. 요즘 말로 하면 이종교배와 통섭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

 

이러한 인재상을 위해 <빛나는 논지 신나는 논문쓰기>(서울: 지식산업사, 2006, 재판)는 논지 중심의 비평적 사고, 논지 찾기와 논지 설정, 그리고 논지 입증을 위한 논증방법 등에 초점을 두었다. 해석학적 특징을 고려한 독서법과 본문 생산 전략, 문장과 문단, 문체와 수사법 등을 포함시켜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의 인증·참고 문헌목록 보기는 최신 시카고 스타일(Turabian Manual, 6, 1996)을 알려준다. 당시 대한민국의 학자들은 1960년대 시카고 문형을 따르고 있었지만, 1996년 개정판은 인터넷 시대와 초고속 정보시대, 그리고 영상시대에 걸 맞는 인증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개정판이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설명만으로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적용 가능하다. 컴퓨터 데이터베이스 문서, 악보, 녹음테이프와 비디오테이프, 연극과 그림 등을 처리하는 방법까지 전해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부터 책이 두꺼워진 이유를 소개한다. 비평적 사고, 논증 방법, 논문 쓰기도 저자가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보물섬>, <괴도 루팡>, <얄개전>, <오성과 한음>처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그래서 흥미를 자아내는 많은 비유와 예문,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삽화까지 곁들였다.

 

1장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암행어사 이몽룡이다. 한국 전통소설의 백미(白眉)’로 일컬어지는 <춘향전>의 클라이맥스인 어사또 출두 장면을 소개하면서, 이 극적인 대목에서 두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을 제기한다. 첫째는 암행어사가 첫 직무 수행을 고작 자신의 연적(戀敵)을 숙청하는 것으로 시작했다는 점이고, 둘째는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해야 할 공직자 이몽룡이 암행어사라는 공직과 공권을 이용해 사적인 원한을 갚았다는 점이다. “비리를 척결해야 할 자가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소설 속 변사또 같은 관리들의 가렴주구(苛斂誅求)와 수탈에 억눌리며 말 못하는 고통을 받아온 백성들은 논리적 타당성 같은 것을 문제 삼을 마음의 여유가 없고, 이 문학 작품의 초점이 반상(班常)을 초월한 순수한 사랑, 계급 타파, 평등사상에 있지만, 우리는 합리성을 추구하고 공과 사를 분명히 하는 민주사회의 구성원이자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한다.

 

이처럼 저자는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춘향전>의 하이라이트를 통해 비평적 사고를 소개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한 번 생각해보고 따져보는 정신활동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비평적 사고가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가능하다고 말한다. 예컨대 운전 중에 일단 자동차의 머리부터 집어넣는 무리한 차선변경, 제한속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빵빵 하고 울리는 경적 소리 등이다. 합리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행동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예사롭게 여기는 것은,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않거나 그렇게 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논문은 합리성과 논리에 호소하는 의사전달 수단이므로, 앞의 예처럼 마구잡이식 논증으로 목표지점 도달은 어림도 없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저자는 분석, 비교, 종합, 유추, 판단, 응용 등의 고급 사고 능력이 진짜 실력이라고 강조한다.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정보를 분류하고, 습득한 개념의 상호 관계를 따져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그것들을 상호 관련짓는 관계지움 능력, 그리고 유사한 상황에 그것을 적용하는 문제해결 능력까지에 이른다. 진짜 실력은 일정한 법칙을 발견해 일반화하고,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며, 예측하고 구상하는 것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 문화의 바탕인 유교는 창의성과 상상력을 기죽이고 토론과 비판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왔지만, 밤하늘의 별처럼 수시로 반짝이는 창의적인 것들을 논리적이고 체계 있게 풀어내고 표현하고 그것을 다른 정보와 연계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 내는 힘은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고귀한 능력이다.”

 

저자는 논문이라면 오로지 독창적이어야 하고, 논문쓰기는 독창적인 발상과 건전하고 타당한 관계지움의 힘을 종합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인 동시에, 그 같은 능력을 키우고 극대화하는 최고 수단이라고 역설한다.

 

이러한 머리말과 서두에 해당하는 제1장과 제2장의 비평적 사고, 3장 논문, 4장 본문생산 조건, 5장 논문의 맛과 영양소, 6장 학문의 알파와 오메가, 7장 논지찾기, 8장 논지진술과 논지확증, 9장 논문감 찾기, 10장 온라인 컴퓨터 문헌정보, 11장 정보·문헌관, 12장 자료의 비평적 분석, 13장 자료 입력에서 탈고까지, 14장 삼위일체 구성: 서론 본론 결론, 15장 요철의 철학: 문장과 문단, 16장 글의 옷과 날개: 문체, 17장 글의 음성과 품위, 18장 수사, 19장 논리의 지뢰밭: 유사논리, 20장 논리의 지뢰밭: 오류추리, 21장 보물섬 지도: 논증, 22장 논증 진행의 순서, 23장 방증, 24장 장정까지 이어진다.

 

이 책은 글쓰기와 논문쓰기의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망라하여 대학 또는 대학원 입시생의 논술 준비나 고등학생부터 장년과 노년의 글쓰기 교재로 손색이 없다. B5 판형에 420쪽 가까운 분량의 이 책은 그렇게 탄생했다. 20년 전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20,000원의 가격이 매겨졌다. 물론 책의 가치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저자의 결론은 수정같이 맑고 고래 등의 심줄처럼 두드러진 논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침 빛 같이 뚜렷하고 달 같이 아름답고 해 같이 맑고 깃발을 세운 군대 같이 당당한 여자( 6:10)”라는 성경 말씀이 연상되는 구절이다. 논문은 사건, 사실, 생각, 통찰, 사고를 종합시킨 지성의 결정체이므로, 논제 선정을 신중하게 하고 분명하고 독창적인 논지를 가진 논문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논문이나 책의 서론만 읽어도 주장하는 바를 알아볼 수 있는 글이 우수한 작품이고, 서론이나 결론만 읽어도 벌떼의 여왕벌과 같고, 나무의 원줄기와 같으며, 미식축구 경기의 축구공 같은 논지를 가진 본문을 생산해야 한다. 좋은 논문은 주마간산 식으로 훑어보아도, 대포알 같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논문은 구름 잡는 이야기책이나 백과사전, 파노라마식 교과서가 아니라, 분명한 주장이 있고 건전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 주장하는 바를 논리적으로 입증하는 비평적·지적 작업이다.

 

바라기는 한국 신학계에도 이러한 우수한 논문이 계속 쏟아져 나옴으로써, 여전히 묻어있는 퇴행성 유교적 면모들을 일신하고, 수정같이 맑고 고래 등의 심줄처럼 두드러진 성도들을 길러내는 교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이대웅 (크리스천타임즈 기자, 부산대학교 법학대학 졸업),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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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권의 사고하지 않는 문화와 글쓰기

최덕성 교수의 <빛나는 논지 신나는 논문쓰기>를 읽고



<빛나는 논지 신나는 논문쓰기>는 대한민국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의 필요를 채우려고 새천년을 맞이하는 시점인 2000 2월 발간됐다. 대학과 대학원 학생들이 꼭 통과해야 할 관문인 논문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를,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다. 제목 그대로 논지를 빛나게’, 논문쓰기를 신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학과목 학습 과제로 읽은 최덕성 교수의 [빛나는 논지 신나는 논문쓰기]는 아시아권의 사고하지 않는 문화에 대한 결여 현상을 뛰어난 직관력으로 판단, 그 문화에 전면적인 도전장을 던져 새로운 개혁을 꿈꾸는 새싹을 자라게 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인물을 키우기에 부족함 없는 책이다.

 

우선 본이 되는 것은 이 책을 쓴 저자의 비평하는 능력과 대학교수로서의 뛰어난 자질이었다. 책 한 군데 한 군데도 놓칠 곳이 없으며, 적절한 예화를 든다. 예전부터 한국 국민들 사이에 존재해 오는 사고하지 않는 의식들을 가장 가까운 우리의 문화 속에서 끌어내어 문제의 근원이 되는 부분들을 지적한다.

 

 

내용 중 충격적인 것은 어느 한 초등학교에 자신의 제자에게 사고력 있는 문제를 내준 선생님에 대한 예화이다. 선생님이 내 준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려 하지 않고 답을 알려주면 그것을 암기하겠다는 자세를 보인 초등학생에 대한 예화는 다름 아닌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나도, 모든 친구들도 그랬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적 쇼크는 하나둘이 아니었다.

 

 

또 다른 충격은 이 책의 중심이 되는 논문 쓰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얼마 전, 나와 같은 대학교 4학년이던 한 선배가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힘들 게 하나 없다며, 이미 나와 있는 논문을 여러 개 적당히 섞어서 자신의 주관만 넣으면 졸업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되냐고 물었더니, 이미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고 지금까지 모든 선배들이 그렇게 해 왔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졸업논문에 대해 그렇게 정의 내리고 지나갔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나의 생각을 철저하게 부숴 버렸다. 그런 것은 논문이 아니라 남의 작품을 도용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논문작성법 책이, 논문은 새로운 관점에서의 창작이 아니라 이미 나와 있는 지식을 다른 관점으로 재편성하는 것이라고 지도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우리나라의 그릇된 논문에 대한 의식을 부숴 버리는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것이 너무도 신나는 일이다. 왜냐하면 나도 위에서 언급한 그 선배의 말을 듣기 이전의 논문에 대한 정의가 새로운 관점에서의 창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잘못된 문화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것으로 우리가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중략)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선진국의 교육 시스템을 소개한 점이다. 저자가 배워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보급하려고 하는 비평 정신이 흥미롭다. 미국의 초등학생들은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쓸 법한 리포트나 논문을 그때부터 쓰고 비판의식을 기르는 수업을 받는다고 소개한 것은 나에게 가장 큰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의 초등학생은 대개 아이돌을 좋아하고 인터넷에서 비방하는 방법을 배워 끼리끼리 나쁜 짓 하기를 즐겨하는, 소위 말하는 머리 없는 아이들인데, 어떻게 같은 초등학생이 이처럼 다른 환경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이 논문을 쓰기위해 밤을 새고 직접 발로 뛰어 정보를 수집하러 대학 도서관을 찾아 문헌들을 읽는단다. 이런 것은 우리나라 초등학생에게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선진국이라는 다름 아닌 이러한 환경, 교육, 개혁적인 시스템이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진국과 후진국은 차이는 여기서 나는 것이다. 선진국 일수록 그 나라 국민들은 더욱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문제가 생겼을 때 간단하게 해결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후진국은 어느 곳엘 가든 이성이나 이론을 앞서 버럭 화를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 집단이 미국 뉴욕 맨하탄의 쌍둥이 빌딩을 침몰 시켰을 때, 부시 대통령은 흥분하지 않는 태도로, 이성적으로 접근하면서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 생각났다. 미국 문화의 영향을 받고 엘리트다운 교육을 받은 미국인다운 태도란 생각이 든다. 이성적인 미국의 교육 제도가 매력적이다.

 

지금도 거듭 생각하는 바이지만, 이 책의 저자는 특별한 창조적 사고를 가졌다. 우리가 지금도 애용하고 사랑하는 로맨스 사극 [춘향전]에서 암행어사 이몽룡이 직권을 이용하여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사적인 일을 처리해버린 것을 지적한 것이다. 어찌 이런 생각을 다 해 냈을까? 통쾌하게 복수하는 장면을 보고 즐거워 할 줄만 알았지 그런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래서 이 책은 더욱 신선하다. 저자가 소개한 올바른 논문 쓰는 방법을 읽는 동안 논문은 역시 가볍게 여길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처럼 대학원에 갈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더 그렇다.(중략)

 

 

우리나라의 교육방식이 지금 당장 바뀌어 지지는 않겠지만 한두 명씩 올바른 방법을 알고 창조적인 논문쓰기를 시작한다면 그것으로 개혁은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냉철하게 이성으로 분석하고 비평하는 정신이 혹시라도 우리 민족 고유의 정을 잃어버리게 하여 차가운 사람으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비평적이든, 정이 많든 어떤 측면이든 단점은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 더 옳은가는 각 문화에 대한 나라의 성장 속도를 보면 비평적인 시각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비평적 측면, 세계적인 리더가 되자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조경희(서울대 추정, 영어영문학, 20051028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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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그리고 예리하다

최덕성 교수의 <빛나는 논지 신나는 논문쓰기>를 읽고

 

 

글을 쓰는 것은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의 특성이자 만물의 영장임을 증거하는 것이다. 글을 통해 사람들은 지금껏 자신을 표현해왔다. 이러한 재능을 가진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잘못된 글과 엉터리 글들을 쓸 가능성은 늘 가지고 있다. 사실 우린 수많은 글들을 써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글을 몇 번이나 써 보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글쓰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러한 사정을 생각해보면 이 책은 올바른 논지와 논리의 전개 그리고 비평적 사고와 독서법을 가르쳐 주기 때문에 매우 유용한 책이다. 저자가 전개하는 방식은 매우 상세하고 세심하기까지 하다. 춘향전을 소개하면서 시작되는 비평적 사고가 결여된 한국인의 특성을 재미있게 풍자하고 있다.

 

한국인의 정서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정과 동정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범례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저해할 뿐 아니라 올바른 판단은 내리는데 있어서 큰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한국인에 있어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바로 감정에 얽매인 나머지 사소한 정에 의해 유지되는 인간관계는 잘 유지될지는 몰라도 사회 전반적인 오류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결정적으로 실수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가장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공평해야할 법 판결과 집행의 현장에서도 종종 일어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러한 것들을 생각해 본다면 증거 없는 비약(飛躍)된 추측으로 이루어 졌다고 하면 과장일까? 이 책의 고마움은 이러한 오류와 문제들을 끄집어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매우 실용적인데 있다. 각 대학마다 그리고 각 교수마다 자신이 요구하는 페이퍼(paper)의 형식이 다르다. 대개 어느 정도의 모양새만 갖추면 된다. 그렇지만 그러한 대충하는 페이퍼(paper)들은 논리적인 논문을 써 내려가는 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새로이 배워야 한다. 저자가 그토록 직접 써보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데 매우 탁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꼼꼼하게 실례들을 들어가면서 논지와 논제를 설명하기도 하고, 비약된 논리를 지적하기도 한다. 또한 논문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진행을 아주 시원하게 제시해 준다. 이 책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6장 논증장이었다. 여기서 저자는 논증함에 있어서 오류와 비약 그리고, 자신의 논지를 자기도 모르게 공격하는 자해(自害)적 함정 등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제까지 들어왔던 어떤 설명보다 큰 도움이 되었다. 문장만 놓고 볼 때는 아무런 비약이나 오류를 찾을 수 없지만 문단을 놓고 볼 때는 자기가 판 함정에 빠져 있는 경우가 가끔씩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실수가 일어나는 이유는 선입관이나 독단에 빠져 논리를 진행시키데 연유(緣由)한다. 소위 독단적 판단의 오류이다. 주석 쓰는 것을 배우지 않으면 주석을 읽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주석은 약식과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너무 유치한 수준의 것들을 우린 너무 간과함으로 중요한 문제들로 넘어가지 못한다는 것이 우스꽝스럽지 않는가!

 

 서평: ESS, 연대미상

 


최덕성,  빛나는 논지 신나는 논문쓰기 (서울: 지식산업사, 2005, 본문과현장사이, 2000)


논문쓰기, 글쓰기, 논문작성을 어떻게 하며, 이에 필요한 비평적 사고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안내서이다. 여러 대학교들이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국어국문학과는 2003년부터,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원은 2006년부터 사회과학글쓰기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박현희 교수 담당, 학점 3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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