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복 목사
어제 소천하신 고 박성복 목사님은 참 좋은 교수님이셨습니다. 제자들의 진정어린 존경을 받으시는 분이었습니다.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수학하시고 고려신학대학에 교수로 부임했을 무렵, 저는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했습니다. 교수님은 마르틴 로이드존스(M. Llyod-Jones)의 <산상보훈>을 가지고 학부생들에게 '신학영어'를 가르쳤습니다. 주황색 표지의 두꺼운 책은 로이드존스가 참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영어를 구사하며 통찰력 있는 설교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시절이었습니다.
박 교수님은 신학대학원 과정에서 ‘신약총론’과 ‘신학석의’를 가르쳤습니다. 헤르만 리델보스의 성경신학을 소개했습니다. 학급은 자주 은혜의 눈물바다였습니다. 박 교수님이 들려준 젊은 영국인 설교자 로버트 맥세인(R. Macheyne)의 이야기는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가 목회하던 교회당을 탐방한 어느 방문객이 안내자에게 멕세인 목사가 어찌 그토록 은혜롭고 감동적인 설교를 할 수 있는가 하고 물으면 안내자인 그 교회 장로는 당신도 이 강단에 올라와 이런 자세로 눈물을 흘려 보라고 답했다고 했습니다.
박 교수님의 경건회 설교는 언제나 감동이었습니다. “베들레헴 고갯길로 치마입고 가는 두 여인”이라는 제목의 룻과 나오미의 대화 설교는 거의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도 저의 뇌리에 생생합니다. 그 설교를 반복할 수 있을 듯합니다. 설교 말미마다 벌겋게 달아오르는 얼굴로 감동을 주시던 스승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박 교수님은 신약신학 교수직을 과감하게 후배들에게 물려주시고 목회 일선에 뛰어들었습니다. 그토록 주께서 피흘려 세운 교회를 사랑하고 복음전도자 후배들을 아끼셨습니다. 목회하는 동안 독일풍의 우람한 교회당 건축을 주도하시고, 맥세인처럼 영적 감화를 끼치는 설교를 하려고 애쓰셨습니다. <정통신학과 경건>(2006) 고액 출판비를 주선해 주시면서도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는 가르침을 따라 자기를 들어내지 않았습니다. 고신교단의 영적 유산들을 후대에 길이 남기고 싶어 했습니다.
박 교수님은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수에게 지식과 학문성만이 아니라 인품과 자상함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하나님께 대한 철저한 신앙, 진실, 인자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병상에서도 문안하는 저를 오히려 푸근함으로 대해 주셨습니다, 자주 문안하겠노라 생각하면서도, 조만간 찾아 뵈리라 생각하면서도, 더 자주 찾아뵙지 않은 것이 부끄럽습니다.
박 교수님은 한 사람의 스승이 제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감화를 줄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습니다. 저와 같은 고백을 하고싶어 하는 목회자, 선교사, 신학자 제자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입니다.
서울 한강변의 벗꽃이 화려하게 피는 날 , 교수님은 보고싶어 하는 자녀들과 그리워하는 제자들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홀로 요단강을 건너갔습니다. 천사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가셨습니다. 저와 제자들은 주께서 부르는 날 우리도 그 강을 건너 주 예수 그리스도의 품에 안길 것입니다. 먼저 가신 스승 교수님을 그리워하며, 유족들께 인사를 올립니다.
2018. 4. 10.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고신대학교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1989-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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