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 종교세법에 대하여
미국은 성직자가 자기의 신앙에 배치된다고 확신하면 종교활동을 한 것으로 받은 '사례'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규정한다. 세무 양식(IRS Form)에 서명하여 제출하면 된다. 미국은 민주국가이며, 모든 국민과 거주자가 세금을 내도록 규정하는 나라이다. 그러나 성직자의 종교세는 개인의 선택 사항으로 돌린다. 미국은 국가와 종교 간의 관계에 관한 오랜 역사와 배경을 가진 나라이다. 이 법은 오래 전에 만들어졌고, 1970년대 중반, 내가 세금을 내기 시작할 무렵에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종교세 여부를 성직자 자기 자신이 결정하고 선택하게 한다. 나는 미국장로교회 목사로서 10년 이상 봉사했고, 매년 빠짐없이 세금보고를 했다. 교회가 지급한 ‘사례’ 안에는 생활비, 목회활동비, 주택비, 도서비, 자동차비, 통신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세금을 낸 것은 그것이 나의 신앙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금을 낸 것은 나의 선택이었지 국가의 강제 요구 때문이 아니었다. 미국이 종교세 납부 여부를 성직자 개인의 선택사항으로 만든 것은 성직자가 봉사하는 교회는 국가의 지배를 받는 기업체와 같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세금의 큰 몫, 기본 몫은 사회복지세이다. 국가는 이 세금으로 납세자의 나이가 65세가 되면, 기본 재산이나 수입 액과 무관하게, 매달 사회복지 연금을 지불한다. 10년 이상 납세한 자에 제한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세금제도에는 연금 성격의 사회복지세가 없다.
나는 대한민국으로 국적을 바꾸고 귀화를 했다. 대학교에 속한 신학교수로 목사교수로 20년 이상, 급료에 대한 세금을 냈다. 그 급료는 궁극적으로 교회가 주는 것이다. 교회가 경영하는 학교에서 받은 것이다. 그러나 원천징수 방식으로 빠짐없이 세금을 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나에게 한 푼의 사회복지연금도 주지 않는다. 사회복지 연금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재 국회와 정부가 거론하는 성직자 종교세법(안)은 국가 권력이 교회의 재정 사찰을 할 수 있는 구조이다. 어느 정도의 세월이 지나가면 점차 국가가 교회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 이 법이 통과되고 시행되면 대한민국은 목회와 선교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나라가 된다. 교인수가 줄고, 신학교 지망생이 아주 적어지며, 신도가 고령화 되는 등 교회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성직자 종교세 제도는 교회의 퇴락의 속도를 한층 층 가속화 시킬 것이다. 국가가 어떤 것을 법으로 정하면 그것을 고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수익에 대한 납세의무가 있다. 성직자도 국민이다. 세금을 내면 가난한 목회자들이 여러 가지 국가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들 한다. 기독교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주장들은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말을 생각나게 한다. 달콤한 말로 교회의 독립성을 옭죄려 하는 것처럼 들린다. 미국이 종교세를 성직자 자신의 선택사항으로 제도한 데는 상당한 까닭이 있다. 성직자가 받는 것은 '사례'이며, 세금을 내고 바처진 돈으로 교회가 성직자를 공궤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기업체가 아니며, 성직자는 기업가가 아니다.
나는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내라고 말하고 싶다.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이 대목에서 지적해야 할 것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교회를 지배(ruling, governing, controlling), 간섭할 다른 권세가 없다. 영리 목적의 기업체, 조직, 개인은 소속 국가의 지배 아래 있지만 교회는 그렇지 않다. 교회의 독립성이 국가에 의해 훼손되는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성직자의 '사례'에 대한 납세는 국가가 일방적으로 강제할 사안이 아니다. 교회는 국가가 책임져 주는 기업이 아니다. 목회자가 국가로부터 기초생활급여를 받아 목회를 하려 하는가? 재세례파, 침례파, 회중교회 구성원들이 들으면 기겁할 것이다. 나는 국가가 교회를 지배, 간섭하는 구조, 독립성을 훼손하는 모든 종류의 규제, 법, 제도를 거부한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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