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의 죄악
하나님이여, 나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소서. 인간이 지은 죄에 어찌 화가 없겠습니까! 이렇게 인간이 부르짖을 때 당신은 그 인간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심은 당신이 그 인간을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 안의 죄만은 당신이 창조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누가 내 어린 시절의 죄를 나에게 알려 주겠습니까? 당신 앞에서는 죄 없는 자가 하나도 없사오니 이 세상에서 하루를 살았던 어린아이라도 그러합니다. 누가 나로 하여금 그것을 기억하여 알게 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비록 그때의 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내가 지금 관찰하고 있는 저 어린아이들이 내 죄를 기억하게 해주지 않습니까?
그때 나는 어떤 죄를 지었습니까? 울면서 젖을 달라고 하던 것이었습니까? 만일 젖이 아니고 나에게 필요한 밥을 달라고 그처럼 울었다면 나는 웃음거리가 되었을 것이며, 꾸지람을 받아 마땅했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분명히 꾸지람을 들을 만한 일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 나는 꾸짖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세상의 풍속이나 상식은 나를 꾸짖지 않고 그대로 받아 주었을 것입니다.
우리들은 성장함에 따라 이런 유치한 모습을 뽑아 없애 버립니다. 그러나 나쁜 짓을 버리려고 할 때, 알면서 좋은 것까지 버리는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나이의 유아가 가지면 해로운 것을 울면서 달라는 짓, 나보다 나이가 많고, 지혜로운 어른들一자유인들, 나를 낳아 준 부모님과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그릇된 욕심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사납게 성내던 짓, 그리고 나에게 해로움을 알고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은 그들에게 원한을 품어 해를 끼치려고 했던 짓들을 좋은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까?
그러므로 어린아이가 순결하다 함은 그 마음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몸의 지체가 약한 탓입니다.
나는 일찍이 어린아이가 질투하는 것을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말도 할 줄 모르는 아이가 제 젖을 먹는 다른 아이를 보자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이런 것을 모르겠습니까? 어머니와 유모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이런 짓들을 고칠 수가 있다고 합니다만 무슨 방법을 쓰는지 나는 알 수가 없습니다.
자기가 배불리 먹고 남아 흐르는 젖을 배고파하는 아이나 생존의 지속을 위하여 젖을 꼭 필요로 하는 다른 아이와 같이 나누어 먹기를 싫어하는 그 짓이 어찌 순결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예사로 여겨 관대하게 용서해 주는 것은 그 짓들이 죄가 아니라든가 또는 하찮은 일이기 때문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그런 짓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짓은 사실 어린아이들이 하는 짓이기에 우리가 받아 주지 어른들이 그런 짓을 한다면 참고 받아 주지 않을 것입니다.
오, 나의 주 하나님, 당신은 어린아이에게 생명과 육체를 주시고,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그의 육체에 감각과 지체를 주어 그들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셨으며, 용모를 주어 아름답게 하시고 건강과 안전을 위하여 생명의 모든 능력을 그들에게 안겨 주셨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이시여, 당신은 우리를 명하여 이런 것을 주신 당신께 찬양을 드리라 하시며, 주님께 감사하고 그의 이름을 노래하라 하십니다.(시 92:1). 당신 밖에 아무도 이런 일들을 할 수 없으니 당신은 진실로 전능하시고 좋으신 하나님이십니다.
유일한 하나님이신 당신에게서 이 모든 것이 왔습니다. 당신이 이 모든 것을 아름답게 만드시고, 이 모든 것을 당신의 법도에 따라 질서 있게 다스리십니다.
오, 주님, 그러하오나 내가 기억할 수 없으므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믿는다든가 다른 어린아이들을 보고 추측할 수밖에 없는 나의 어린 시절을 이 세상에 있는 내 생애에 넣어 생각해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비록 그 추측이 신빙성 있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때란 어머니의 태속에서 시간을 보낸 것과 마찬가지로 내 망각의 어둠 속에 파묻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일 내가 죄악 중에서 잉태되었고 내 어머님이 자기 태 안에서 나를 죄 가운데서 길렀다면(시 51:5) 내 주 하나님이여, 내가 기도하오니 당신의 종인 내가 어디서나 언제나 죄가 없었던 때가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그 시절을 지나가 버리려고 합니다. 내가 기억할 수도 없는 그 시절을 말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Augustine, Confessiones (397-400), Book 1, chapter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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