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조회 수 117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lent-symbols.jpg 사순절 특별새벽기도회 미

 

[아래의 글은 BREADTV 방영물 최덕성 박사의 "사순절과 사육제"와 "사순절, 지켜야 하는가?"를 시청한 장수연 님의 글입니다. 예장 통합 소속 신자로 자신이 사순절에 겪은 일화를 소개합니다. 선명한 메시지를 가진 유익한 글입니다.]


누군가에겐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기도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교회에 오랜 기간 동안 소속되어 있던 나에겐 매년 주어지는 미션이 하나 있었다. 40일간의 사순절 특별 새벽기도회 동안 출석부에 40개의 도장을 받는 것이었다. 그 특별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나면 40개의 도장을 받은 사람들에겐 예배시간 사람들 앞에 나아가 꽤나 컸던 상품과 함께 모든 이들이 우러러 바라보는 것 같은 영광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상품을 받기 위해서든, 남들에게 40일간의 특별 새벽기도회를 완료한 믿음의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기 위함이든, 하나님 앞에 특별히 새벽의 시간 경건하게 기도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읽으며 보내기 위함이든 이 기도회는 거의 전교인 행사 수준의 기도회 기간이다.

첫 일주일간은 모두가 들뜬 마음으로 새벽 발걸음을 교회로 옮긴다. 그 후 한주가 지나면 처음 인원의 사분의 일 이상이 나오지 않기 시작한다. 그 후 또 한주가 지나면 새벽기도회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이 줄어든다. 그 당시 교회에서 나름 ‘믿음이 좋은 자매’로 인정을 받고 있던 나는 단 하루라도 새벽 기도회를 빠짐으로 인해 출석 도장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으며 열심히 나갔다.

그 당시 옆에 있던 두 청년이 나눴던 대화가 기억이 난다. “도대체 이 출석도장은 왜 찍어주는 건지 모르겠어. 목사님들한테 눈도장 찍으러 오는 것도 아니고, 상품을 받으려고 오는 것도 아니고 하나님 앞에 기도하러 오는 거 아니야?” 다른 청년이 대답했다. “아니 뭘 그렇게 억울해 해? 그럼 너는 기도회는 나오되 출석도장은 안 받으면 되잖아?” 다른 청년은 대답이 없었다.

그 두 청년의 말을 듣고 난 다음날부터 나는 그 특별 새벽기도회에 나가지 않았다. 마치 내 안에 숨은 동기가 들켜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나의 첫 마음은 하나님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하나님께 그 특별 새벽기도회 기간 동안에 더 열심을 내어 기도하며 간구하고 싶었다. 하나님과의 은밀한 새벽 시간을 누리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샌가 출석 도장에 연연하며 단 하루도 빠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과 함께, 누가 이 특별 새벽기도회로부터 낙오되었고, 누가 여전히 잘 나오고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는 너무나도 바리새인과 같던 내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또한 출석 도장이 하나하나 채워져 갈 때 느꼈던 그 뿌듯함조차 너무 수치스러웠다. 이왕이면 하나님 앞에서 기도도 하고 출석도장 40개를 다 받아서 사람들에게 믿음이 좋은 자로 인정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 예수님께서 기도와 금식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 생각났다. 마태복음 6장 16절, 17절, 18절 “금식할 때에 너희는 외식하는 자들과 같이 슬픈 기색을 보이지 말라 그들은 금식하는 것을 사람에게 보이려고 얼굴을 흉하게 하느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들은 자기 상을 이미 받았느니라.” “너는 금식할 때에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으라.” “이는 금식하는 자로 사람에게 보이지 않고 오직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보이게 하려 함이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특별 새벽기도회를 나가지 않는 기간 동안 나는, 사순절 절기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사순절 특별 새벽기도회를 완주하지 못한 것)에 있어서 믿음이 작은 자가 된 것 같은 마음과 함께 하나님 앞에 이것 하나도 해내지 못했다는 패배감, 반면에 나의 기도와 금식은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 하나님께 은밀히 보이기 위함이며, 나의 믿음은 새벽기도회를 몇 번이나 나왔는지를 나타내는 도장의 개수, 사람들의 평가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닌 하나님의 거룩하신 말씀 앞에 평가된다는 이 두 마음이 내 안에서 얼마나 나를 괴롭히며 싸웠는지 모른다.

교회 전통에 따라 이 사순절을 절기로 명명하여 특별하게 이 기간을 기념하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말씀을 따르는 것인지 진심으로 의문스럽다. 교회가 이 절기를 지킨다는 미명하에 예수님께서 특별히 은밀하게 하라고 가르치신 구제함, 기도, 금식과 같은 것들을 공적으로 행하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르기 위해 이러한 것들을 은밀하게 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가로채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는 절기를 지킴으로써가 아닌 하나님의 거룩하신 말씀을 지킴으로 성화되어 간다. 절기를 지키지는 않지만, 영상에서 나온 물음과 같이 나는 매일 매일의 십자가의 빛 아래서 살아가고 있는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깊이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내 자신에게 되묻게 된다. 절기에만 하나님 앞에 반짝 거룩하며 반짝 동행하는 삶이 아닌, 에녹과 같이 평생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빛 아래 살아가고 싶다.

 

장수연

 

 

?

  1. 헨리 조지를 모독하지 말라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의 상이 새겨진 데나리온 이영진 교수 (호서대학교) 원제: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과 하나님의 ‘섭리’ “대중영합주의자(popularism)들은 더 이상 헨리 조지를 모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영진 교수(호서대...
    Date2019.12.01 Bydschoiword Reply0 Views1052 file
    Read More
  2. 전도설교의 회복

    회복되어야 할 전도 설교 / 페이스북에 떠도는 글을 옮겨옴 오늘 우리 시대는 급속도록 세속화의 길을 걷고 있다. 따라서 다른 어떤 시대보다도 우리 시대는 복음을 필요로 하지만, 이상하게도 교회 강단을 통해서 진정한 복음의 메시지를 듣기 힘든 역설적인...
    Date2019.11.30 Bydschoiword Reply0 Views1201 file
    Read More
  3. 레오나르도 보프, 사제직을 버리다

    레오나르도 보프, 사제직을 버리다 레오나르도 보프(Leonardo Boff)는 브라질 출신 로마가톨릭 신학자이다. 프랜시스수도회 소속 신부였다. 중남미 해방신학을 대변해 온 그는 요한바오로 2세 교황 시절인 1992년 6월 28일 사제직을 버리고 평신도가 되었다. ...
    Date2019.11.30 Bydschoiword Reply0 Views1153 file
    Read More
  4. 오스트레일리아 지도

    오스트레일리아 지도 세계지도를 보라. 서양 사람들의 것과 동양 사람들의 것이 서로 다르다. 서양 사람들의 지도에는 대서양이 한 가운데 있다. 왼쪽에 미국, 중앙에 대서양, 그 오른쪽에 유럽, 맨 오른쪽에 아시아가 있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한국이 위...
    Date2019.11.30 Bydschoiword Reply0 Views3018 file
    Read More
  5. 사랑: 가장 어려운 계명

    사랑: 가장 어려운 계명 선교학 용어 가운데 ‘10/40 창문’이라는 것이 있다. 선교 신학자 루이스 부시가 기독교 선교가 가장 안 된 지역에 붙인 말이다. 지구의 북위 10도와 40도는 그 사이에 북 아프리카에서 중국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 해당한다. 아시아 ...
    Date2019.11.21 Bydschoiword Reply0 Views757 file
    Read More
  6. 토마스 오든, 정통주의 감리교 신학자

    토마스 오든, 정통주의 감리교 신학자 미국 감리교회 안에는 역사적 기독교, 정통주의 신학을 지향하는 신학자가 있다. 뉴저지 주에 있는 드류대학교에서 신학과 윤리를 가르친 토머스 오든 목사(Thomas Oden, 1931-2016)이다. 그는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의 ...
    Date2019.11.21 Bydschoiword Reply0 Views2399 file
    Read More
  7. 요강과 밥그릇

    요강과 밥그릇 이영진 목사(교수, 페이스북 글) 칭의와 성화는 단일한 것이다. 1. 기독교인의 구원은 ‘천당 행(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속성의 변화다. 2. 적어도 로마서에 따르면 인간은 단 한 번(ἐφάπαξ)의 변화로 그 궁극적 속성을 획득한다. 3. 다만 ...
    Date2019.11.21 Bydschoiword Reply0 Views602 file
    Read More
  8. 고통보다 깊은 상처

    고통보다 깊은 상처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장애아들의 놀라운 천재적 재능을 소개한 적이 있다. 어느 아이는 악보를 보지 않고도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완벽하게 연주해냈다. 어느 아이는 천재적 화가의 재능을 발휘하기도 했다. 어떻게 흔히 "저능아"...
    Date2019.11.21 Bydschoiword Reply0 Views792 file
    Read More
  9. 혼기 넘긴 '교회의 누나들'

    혼기 넘긴 '교회의 누나들' 교회가 커뮤니티 만들어 줘야 교회가 돌보아야 할 한 그룹의 사람들은 적당한 혼기를 넘긴 교회 안의 독신자들이다. <연애는 다큐다>의 작가 김재욱(국제제자훈련원)의 최근 글 "혼기를 지난 교회의 누나들은 어디로 가야하나?"라...
    Date2019.11.21 Bydschoiword Reply0 Views1285 file
    Read More
  10. 감정와 이성 사이에서

    감정와 이성 사이에서 나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첫째로는 나의 예민하며 두려움 많은 성격 때문이고, 둘째는 내가 하는 이야기들은 일기장에 써서 혼자 보기에 충분한 이야기들인데 굳이 나 자신의 삶을 자랑하고 공치사를 벌이는 ...
    Date2019.11.21 Bydschoiword Reply0 Views1027 file
    Read More
  11. 총신 제1회 졸업생, 1952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정 총신 제1회 졸업생, 1952 '총신'의 설립연도 또는 제1회 졸업 연도에 관한 글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기독공보>>[2382호] 2002년 09월 14일(토)의 보도문으로 보이는 이 글은 '총신'에 1951년에 입학하여 1952년 4월에 '총신 재1회 ...
    Date2019.11.21 Bydschoiword Reply1 Views1087 file
    Read More
  12. 패스 코리아

    1940년대 부산 국제시장과 대청동 패스 코리아 미국에선 지금 '패스 코리아'(Pass Korea)가 광범위하게, 설득력 있게 확산되고 있단다. ‘한국에서 손을 떼라’, '한국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군 철수, 한미 우방관계 또는 동맹관계 중단과 청산, 미국 ...
    Date2019.11.21 Bydschoiword Reply0 Views982 file
    Read More
  13. 사순절 특별새벽기도회 미션

    사순절 특별새벽기도회 미션 [아래의 글은 BREADTV 방영물 최덕성 박사의 "사순절과 사육제"와 "사순절, 지켜야 하는가?"를 시청한 장수연 님의 글입니다. 예장 통합 소속 신자로 자신이 사순절에 겪은 일화를 소개합니다. 선명한 메시지를 가진 유익한 글입...
    Date2017.03.31 Bydschoiword Reply0 Views1171 file
    Read More
  14. 사순절을 지켜야 하는가?

        사순절을 지켜야 하는가?    1. 사순절과 사육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주일이 다가오고 있다. 헨델의 ‘메시아’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부활기념일은 매년 다르다. 3월 말에, 4월 초순에, 4월 중순일 때도 있다. 교회는 춘분(3월 20...
    Date2017.03.30 Bydschoiword Reply1 Views3108 file
    Read More
  15. 교회: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다

    피터 브뤼겔 - 아버지 작 교회: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다 피터 부뤼겔(Pieter Brueghel, 1525 c.-1569)은 16세기의 네덜란드 출신으로 풍경화를 전통적인 역사화와 종교화의 경지로 끌어올린 화가로 유명하다. 농부와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
    Date2017.03.12 Bydschoiword Reply0 Views4057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Nex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