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의론 충돌
종교개혁 500주년, 이신칭의 세움인가 변화인가?
미래교회포럼(대표 박은조 목사)이 주최하는 칭의론 행사는 12월 5일(월) 연동교회에서 개최된다. 주제는 "이신칭의, 이 시대의 면죄부인가?"이다. 리포르만다(대표 최덕성 박사)가 주최하는 행사는 12월 12일(월)에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 주제는 "종교개혁 칭의론인가? 새관점 칭의론인가?"이다.
이 두 신학 발표회는 흥미롭게도 예장 고신교단 계열 인사들이 주도한다. 미래교회포럼 행사는 고신계 인터넷신문 <코람데오닷컴>이 후원하고, 리포르만다 행사는 고신계 온라인신학저널 <리포르만다>가 후원한다. 이신칭의 이해를 놓고 고신교단이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다. 이신칭의 교리를 굳건하게 지지하는 신자들과 교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은 것 같다. 한국교회의 장로교회 합동, 고신, 합신은 굳건하게 개혁신학을 따라 이신칭의를 지지하고 있다. 대신 교단은 백석 교단과 병합하면서 교단 명칭은 고수했지만, 보수적인 신학 자산을 포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신교단 안에 상당히 큰 신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이 감지된다.
미래교회포럼이 제시하는 행사 주제는 매우 도발적이다. "이신칭의, 이 시대의 면죄부인가?" 이신칭의는 면죄부에 대한 항거에서 형성된 교리이다. 그런데 미래교회포럼은 이 교리가 면죄부를 주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이는 충격적이다. 종교개혁후예들이라고 자처하는 자들이 이러한 발상을 한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독일인 본 훼퍼는 '죄를 칭의함'이란 말로 자신이 속한 독일 루터교회의 칭의 이해를 비판한 적이 있다. 고신 일부 인사들은 본 훼퍼를 계승하여 그의 비판을 고신교회와 한국교회에 적용하는 것 같다. 고신교단은 장로교회고, 본 훼퍼가 비판했던 교회는 나치 정치권력에 편승한 국가교회 곧 루터교회이다. 왜 장로교회 목사들이 루터교회에 대한 본 훼퍼의 비판에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가? 한국교회는 독일 나치당의 하수인인가? 한국교회가 독일 나치당 하수인인 루터교회의 모습을 닮았는가?
진보계 신학계는 제2차 대전 이후 친유대교로 급반전했다. 이신칭의를 반유대교적 성향의 교리로 평가한다. 친유대교 성향의 진보계 신학은 새관점학파의 바울이해에 결집되어 있다. 이 학파의 칭의론은 1547년에 모인 트렌트공의회의 결정과 매우 친밀하다. 새관점 칭의론은 트렌트공의회가 결정한 칭의론과 차이가 없다. "김세윤의 유보적 칭의론 유감"이라는 글을 발표한 적이 있는 최덕성 박사가 이 점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
미국의 존 파이퍼와 영국의 톰 라이트가 이신칭의를 둘러싸고 격돌했다. 승부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사람들은 톰 라이트가 이겼다고 생각한다. 전자는 전통적 칭의론자이가 후자는 새 관점학파에 속한다. 김세윤 박사(풀러신학교)는 새 관점을 비판해 오다가 어느날 갑자기 전향했다. 칭의론 논쟁은 한국에서 한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은 큰 갈림길의 해이다. 한국교회는 유보적 칭의론, 구원의 탈락가능성, 칭의의 상실 가능성 등을 천명하는 새관점으로 전향할 것인가? 아니면 루터가 1517년에 제시한 이신칭의 복음을 더 공고하게 할 것인가? 이 갈림길은 화합과 하나 됨이 어려운 길이다. 역사적 기독교를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WCC, 신앙과직제위원회, 종교통합이라는 시대정신을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칭의론은 500년 전의 종교개혁운동, 교회개혁운동의 핵심이었다. 미래교회포럼의 탈종교개혁적인 학술 모임과 리포르만다의 역사적 기독교 학술모임은 대립한다. 고신교단 계에서 일어나는 칭의론 충돌은 예사롭지 않다. 이 충돌은 10여년 전부터 지속되어 오던 고신교단 안의 신학충돌이 표면화 된 것으로 보인다. 고신계 인사들의 칭의론 충돌, 신학충돌은 한국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리포르만다가 주최하는 칭의론 학술회(12월 12일)는 김세윤 칭의론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초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행사의 취지문 "종교개혁칭의론인가, 새관점 칭의론인가?"(온라인신학저널 <리포르만다>에 실려 있는 글)는 논의 주제들과 관점들을 개괄적으로 소개한다.
고경태 박사
<크리스찬타임스> (2016.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