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있는 선교사를 기대한다.
가끔 선교사들이 귀국하여 선교보고를 한다. 솔직히 나는 선교사들이 얼마나 큰일을 하고 있으며, 얼마나 큰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는지 듣고 싶지 않다. 그들이 선교 현장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실천하는지, 그들이 그 선교 현장에서 어떻게 영성을 키워갔는지를 알고 싶다.
선교현장은 영적 싸움터이다. 선교현장은 선교사 홀로 모든 상황을 대처해 나가야 한다. 혼자 판단하고, 혼자 결단하고, 혼자 실행해 나가야 한다. 그곳에는 시어머니 노릇 하는 사람도 없고 오직 선교사 혼자 모든 일을 감당해야 한다. 무수히 많은 일거리가 있지만, 자신의 영혼을 위하여 돌아볼 시간도 충분하다. 그러나 많은 프로젝트와 큰일에 휩싸이다 보면 자신의 영혼을 돌아볼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선교사는 하나님의 종이다. 종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태도는 욕심이 아니라 순종이다. 그런데 어떤 종들은 자기 욕심, 자기 비전에 함몰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왕이면 보다 큰일을 하고 싶고, 더욱 크게 쓰임 받고 싶어 하는 것은 누구나 가진 공통의 마음이다. 그러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선교사 개인의 욕심과 야망과 비전을 이루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비전이다. 흔히들 나의 비전을 하나님의 비전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하나님의 비전은 무엇일까? 후원 교회에 자신이 얼마나 크고 놀라운 일을 하는지를 보고하려는 생각보다는 선교지에서 살아가는 형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최우선이 아닐까? 한국 교회에서도 대형교회의 폐해가 적지 않거늘, 선교지에서 엄청난 공사를 하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폐해 또한 적지 않다. 오히려 하나님의 종 답게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영성있는 지도자가 될 수는 없는가? 인도의 레슬리 뉴비긴 같은 선교사처럼 한국에 돌아와 세속에 쪄들고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교회를 질타하는 영적 지도자는 없는가? 어떻게 하면 후원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까? 온갖 궁리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프다. 인간적으로 보면 굉장히 훌륭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겉껍데기 사역인 것이 금방 드러난다.
난 정말 말씀에 깊이가 있는, 사역 현장에서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깨달아 실천하는 참으로 귀한 하나님의 종을 보고 싶다. 크고 놀라운 일을 진행하는 선교사는 자주 본다. 그러나 말씀의 깊은 깨달음과 영성을 갖춘 선교사는 참 보기 힘들다.
선교 사역 현장이든, 목회 사역 현장이든 하나님의 말씀 앞에 겸손하게 무릎 꿇는 종이 가장 훌륭한 종이다. 얼마나 큰 교회 목회를 하느냐, 얼마나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선교사냐 하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그것은 결코 하나님의 평가 대상이 아닌듯하다.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마2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