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종교 콘텐츠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분노와 관련하여
‘먹는 것’과 이념이 결합하는 형식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종교의 형식이다. 현대 사회에 이슬람이 침공하는 저강도 수법이 코셔인가 하면, 금요일을 안식일로 준수하는 바람에 도시 선교에 애먹는 안식교(SDA) 도 세미-코셔를 종교 콘텐츠로 삼는다. 무슬림은 ‘할랄’이라 부르지만 뜻은 코셔와 같다.
그런가 하면 김대중 정부 시절 오르가닉 푸드(유기농)를 컨텐츠로 내건 협동조합들이 대중의 ‘안전식품’ 미신을 자극해 큰 부를 거머쥐었다.
개인적으로 얘네 식품을 이용해봤는데 과연 시중 가격 10페센트 차이를 두고 무슨 오르가닉 푸드를 생산할 수 있다는 건지… 약 안치고 농수산물 채산성이 나오나? 이들은 나중엔 화장실 휴지랑 신사화, 가죽 구두까지 놓고 팔았다. 화장실 휴지와 구두가 오르가닉 푸드랑 무슨 상관인가?
지금은 이마트 진열대에 ‘동물복지’ 라벨 붙은 달걀이 가장 비싸게 팔린다. 동물의 복지를 생각하면 잡아먹지를 말아야 할 텐데, 자기가 잡아먹는 생명체에 ‘복지’ 글자를 붙이고서 먹어야만 강박에서 벗어나는 종교성이다.
이런 양가적 위선은 자기가 잡아먹는 주된 육류를 심볼화 해 절하고 제를 올리는 토테미즘에 기원한다.
예컨대 툰드라 지대 원주민은 주된 식료가 곰이다. 그들은 곰을 사냥해 살을 떠내고 잡아먹은 후 남은 잔여물에 곰 머리를 올려놓고 제를 올린다. 곰이 그들의 신이이다. 툰드라 원주민의 생김새는 우리와 비슷하다.
한국인도 곰 신화를 토테미즘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선 곰을 숭배하는 대신 돼지 머리를 놓고 절한다. 돼지가 곰보다 현실에서 각광을 받는 값싼 먹이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미친소를 먹으면 미친다’라거나 ‘방사능 해산물을 먹으면 방사능이 몸에 들어온다’라는 문자에 격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 토테미즘에 취약한 민족성에 기인한 것이다.
일반 대중은 그렇다 쳐도 개종하거나 회심한 기독교인은 복음의 사도 바울이 살아생전 주력한 사역이 바로 이 코셔-토테미즘 근절에 있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중국이나 북한에서 나온 방사능 물 먹은 생선은 얼마든지 먹을 수 있지만, 일본 물 먹은 생선은 먹지 못하겠다는 일종의 사마리아 컴플렉스. 이념 토테미즘 종교를 말한다.
정치 이념이 빈곤한 정치 집단이 주로 이런 토테미즘에 호소하고 악용한다.
이영진, 호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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