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공개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피해자인 홍콩 출신 여성 메이플 씨.
“나는 신이다”라고 말하는 자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사이비 기독교 집단을 소개하는 일은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리포르만다>는 부정적인 소식을 전하고 싶지 않지만 최근 <넷플릭스>가 2023년 3월 3일에 방영한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가 교회를 고발하는 성격을 지닌 영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종교적 권위를 빙자하여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른 기독교복음선교회(JMS)의 정명석 씨, 만민중앙교회 교주 이재록 씨, 아가동산 교주 김기순 씨, 오대양 사장 박순자 씨 등 자신을 신격화 한 사이비 종교인들을 다루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총 8부로 구성되었다. 제1화에서 제3화는 정명석, 제4화는 오대양 사건, 제5화와 제6화는 아가동산, 제7화와 제8화는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씨 이야기를 다뤘다. 정명석 에피소드는 다른 사건 에피소드보다 약 2배 분량이다. 총 150여 분이다.
제작진은 피해자들과 관련자를 만나고, 사건을 수사한 경찰·검사, 취재 기자 등을 만나 인터뷰했다. 정명석 편의 피해자가 밝힌 그의 성범죄 현장 녹음 내용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끔찍하다.
정명석 편은 성폭력 피해자의 증언으로 시작한다. 실제 피해자 여성 메이플 씨(중국계 영국인, 홍콩인)은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전면 공개했다. 인간으로서, 엄청난 수치심과 고통을 감수하고 자신의 신원까지 공개해 가며 피해 사실을 알린 것은 “다시는 이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한다.
정명석은 2008년 여신도 강간 등으로 징역 10년을 복역하고 2018년 출소했다. 정명석은 감옥에 있을 때 여신도들의 원피스·비키니 혹은 전라의 사진을 받아 보며, 마음에 드는 사람을 면회장으로 불렀다고 한다.
출소 후 성폭력을 반복할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77세의 고령이기에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그러나 반복 범죄가 사실임은 메이플의 기자회견으로 드러났다.
이 다큐멘터리는 정명석의 강간치상·준강간 등의 범죄 사실과 현재 구속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외국인 여성 2명에 대한 성범죄 혐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정명석은 여성 신도들에 대한 성폭력 사건으로 2000년경부터 사법기관의 수사를 받았고, 2001년 3월 해외로 도피하여 해외 은신처에서 인터넷 중계 등으로 설교를 하면서 국내외 신도들에게 영향을 미쳐왔다.
2003년 한국 검찰의 요청으로 인터폴 적색 수배 대상에 올랐다가 결국 2007년 5월 16일 중국에서 체포된 후 2008년 2월 한국으로 송환되었다. 2009년 4월 23일 여신도들에 대한 준 강간죄 등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정명석은 성범죄로 10년의 징역살이를 했다.
정명석은 2018년 2월에 10년 형기를 마치고 나온 뒤에도 자기 종교집단 안에서 흔들림 없는 절대적인 지위를 유지해 왔다. 그를 맹종하는 신도들이 많다.
메이플은 2022년 3월에 기자회견을 열고 정 씨의 행각을 폭로했고, 상습 준 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정명석은 2022년 10월에 다시 수감되었다.
메이플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18세에 한국으로 들어와 2년 동안 신도들과 공동생활을 했다. 정 씨가 출소한 2018년에 다시 한국에 들어와 충남 금산에 소재한 이 단체의 수련원에서 2021년 겨울까지 상습적으로 준 강간, 준 강제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한다.
변호사는 그가 2018년 겨울부터 2021년 9월까지 추행 7회, 유사간음 6회, 간음 2회 등 모두 15차례의 성 피해를 당했다고 한다.
메이플은 고등학생 때 세상의 허무함을 느끼고 진리를 찾다가 정 씨에게 빠졌다. 정 씨는 ‘너는 하나님의 신부’라 하며 모든 시간과 사랑을 성령, 성자, 성부 하나님인 자신에게 바치게 했다. 재림주 정명석은 삼위일체가 이 땅에 보낸 자이고, 그에게 모든 걸 바치는 것이 성부, 성자, 성령께 바치는 것과 똑 같다고 했다.
네플렉스에 따르면, 정명석은 자신을 메시아로 섬기게 하는 여러 가지 수법으로 젊은 사람들을 속이고 타인의 삶과 생각을 그 집단과 정명석에 쏟게 만들고 결국 그들을 지배했다.
정명석 단체는 여신도 중에서 ‘스타’를 뽑는다. ‘스타’는 수녀처럼 하나님만 위해 살고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스타는 하나님과 결혼한 셈이다. 키 크고 예쁘고 젊은 여자를 뽑는다고 한다.
스타는 다양한 방식으로 특별 관리를 받는다. 돈과 속옷을 선물하며, 신랑이 신부에게 하는 것처럼 관리한다. 많은 스타들이 정 씨를 신랑 삼고 살아간다. 하나님 곧 정 씨만을 사랑하도록 한다.
메이플이 처음 성추행을 당한 것은 2018년이다. 이상하고 혼란스러워도 믿음의 시험,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믿고 자신을 달래고 설득했다. 정 씨는 홍콩에 있는 그에게 다시 한국에 오라고 했다.
메이플은 2021년에 성폭행을 당했을 때 지인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조언을 들었다. 비로소 정 씨가 사이비종교인이라고는 것을 깨달았다.
메이플은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견디다 못해 도주를 결심하고 실행 전 강간을 당할 때 녹음을 했다. 변심하지 않는 척하면서 다시 성폭행을 당할 때 증거를 남기기 위해 녹음을 했다. “녹음 파일이 있다”고 했다. 다큐멘터리는 강간하는 정명석의 적나라한 음성을 방송했다.
피해자 에이미는 호주 국적 가진 여성으로 정명석을 고소했다. 에이미는 "저지른 죄를 뉘우치기 위해" 한국에 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정명석을 만나러 갔다가 성추행을 당했다.
정명석의 옆에는 그에게 강간당하고도 자신이 무슨 피해를 받았는지 모르는 여성들이 있었다. '보고자'라고 불리는 여성들은 정명석의 강간을 당연시하며 다른 젊은 여신도들을 꾀어 정명석에게 갖다 바쳤다.
한국인 성폭력 피해자 다수와 해외 도피 중이던 정명석을 2003년 7월 중국에서 직접 잡은 김형진 씨, 정명석이 이끄는 단체의 핵심 간부 김경천 목사 등 다양한 사람이 <네플릭스>의 인터뷰에 응했다.
메이플은 정명석 집단이 자신의 증언하는 바를 거짓말이라고 할 것이고, 공격도 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자신이 받은 고통을 말하지 않으면 좋아서 참는 줄 알 것이므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죽기 전 하늘이 제게 준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이플은 이례적으로 목소리와 미모의 얼굴을 공개한 채 괴로운 심정을 억누르고 힘겹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정 씨는 두려움에 울고 있는 메이플에게 “나 꽉 껴안아 줘,” “아유, 히프 크다” 등의 말을 쏟아냈다. 메이플은 그의 행동이 너무나 변태적이었다고 했다. 당하면서도 계속 하나님을 불렀다면서 눈물을 쏟았다.
공개된 영상은 정 씨에게 세뇌당한 여성들이 나체로 정명석에게 목욕을 권하는 장면도 담겨 있다. 5명의 여성들은 정명석에게 “주님, 들어오세요,” “주님, 피곤하시죠?” “저희와 함께 반신욕 해요,” “저희가 주님의 피로를 확 녹여드릴게요” 등의 말을 건넸다.
정명석은 강연에서 신도들에게 “하나님이 안 보인다고? 그럼 나를 쳐다봐. 내가 메시아다” 등의 말로 끊임없이 신도들을 세뇌시켰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단체 안에는 여신도에 대한 보고와 관리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정명석의 성 범죄를 간접적으로 돕는 자들이 있다. 이들은 이를 신앙적 동기로 미화한다. 정명석이 외국에서 수년째 잡히지 않고 도피를 했던 것도 신도들의 조직적인 협력 덕분이었다고 한다.
네플렉스의 "나는 신이다" 방영을 앞두고, 정명석 측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내용을 다큐멘터리에 담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종교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넷플릭스가 상당한 분량의 객관적·주관적 자료를 수집해 이를 근거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으로 보이며, 그 내용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네플릭스 영상 가운데는 사실을 과장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언론은 보도 지향적으로 사건을 재구성한다.
"나는 신이다" 다큐멘타리 에피소드에서 눈 여겨 볼 것들이 있다. 첫째, 사이비 종교인은 동일한 유형의 범죄 행각으로 10년 옥살이라는 법적인 처벌까지 받았음에도 똑같은 범죄를 되풀이 한다는 점이다. 고령자가 젊은이들의 삶을 파괴하는 성 범죄를 계속한다. 10년 옥살이를 하고서도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 교도소가 사람을 교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듯하다.
둘째, 사이비 집단이 생기는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는 신도들의 맹종이다.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집단은 덮어 놓고 ‘믿기만 하라’고 한다. 맹종 문화는 교주 행세하는 사기꾼들의 먹잇감 노획 수단이다. 비평을 허락하지 않는 종교 단체의 믿음은 위험하다.
셋째, 정통신앙의 교회들이 이단과 사이비 교주들과 집단들에 대한 경계심과 교육의 강화가 절실하다. 세상은 이단이나 사이비기독교 그룹을 기독교와 동일시한다. 복음전도에는 교회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보다 세상이 교회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는 신이다>는 기성 교회의 자정능력 부재를 고발하는 다큐메터리이다.
넷째, 사이비 종교의 교주들이 만드는 자기 왕국의 기만성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이비 종교인들은 거룩과 진실로 자신을 가장한다. 하나님 이름으로 사람을 미혹하거나 초자연적 현상으로 신에 대한 경배와 헌신을 가로챈다. 돈도 갈취하고, 몸을 유린하고, 삶을 파괴한다. 유치한 거짓과 교활한 속임수로 변장한다. 심지어 자살이 최고의 경건인 양 부추긴다.
다섯째, 사람을 추앙하면 망한다는 사실이다. 정통교회 안에도 성령의 은사와 기적과 허황된 교설로 성도의 마음을 훔치고, 신체와 재산을 가지려는 자들이 있을 수 있다. 그들의 불의한 욕망은 감동과 은혜라는 경건하고 점잖은 옷차림을 하고 나타난다. 공중의 권세 잡은 영은 사이비종교 안에만 아니라 정통교회 안에도 역사한다.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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