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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의 진짜 원인은 밝혀 졌는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의 침몰과 꽃 같은 젊은이들을 포함한 299명이 사망했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사건이었다. 최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간 등을 사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되어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상고심(대법원)은 무죄 취지의 판결이 내렸다. 사건이 일어난지 8년 4개월 만이댜. 오랜 세월이 지난 이 시점에도 세월호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한 아이에게 / 진은영
검푸른 털에 흰 털이 섞인 말이 있다면 그곳으로 보내고 싶다
주검들 사이를 누비며 장수를 무사히 데려오던 너른 말 잔등에
너를 태워오고 싶다
물 한 방울 묻히고 싶지 않다
네 엄마가 안섶에서 잠깐 꺼내 자랑하던 삶의 금화가
반쪽으로 갈라졌다 산산이 부서졌다
거짓의 절구에 빻아져 먼지로 날아가 버렸다
네 아빠가 푸른 물결 위로 걸으며 너를 기다린다
나는 아이를 가져본 적이 없다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오직 단 한 명의 아이였으므로
죽음 저 너머의 사랑을 펼친 적이 없다
네 엄마가 수평선을 자꾸 걷어내며 너를 기다린다
시간은 엉덩이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주저앉아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다
너는 모든 사람의 눈물에 젖어
퉁퉁 부은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물의 작은 방들과 길고 긴 계단을 한없이 헤매다 돌아온 사람처럼
지쳐서 엄마에게 왔다
장미꽃잎이 그려진 잘 마른 베개에
엄마가 네 착한 머리를 뉘여 줄 거야
작은 물새알 같은 의문이
이제 깨어날 거야
행동이 점점 자라나 흰 파도처럼 커질 거야
언제까지 기다리래?
너는 파랗게 돌아누우며 잠꼬대를 하겠지
하늘을 뒤덮을 만큼 넓은 날개가 펼쳐질 거야
진실을 향해 날아갈 거야
너는 잠시 눈 감고 있으렴
언제까지나 기다릴래, 너는 몸을 뒤척이겠지
너는 단숨에 우리를 어른으로 만들었다
이 봄날 나는 처음으로 어른이 되었다
꽃들이 수치심에 뺨을 붉히고
온몸 떨며 피어나는 이유를 아는 어른이 되었다
죽음 저 너머
사랑과 진실의 두 팔을
벌서듯 높이 들어 올려야 하는 어른
너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말아야 할 어른이
김은영의 시,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2015) 수록
물어보자. 왜 세월호는 침몰했는가? 세월호 침몰의 진짜 원인은 밝혀졌는가? 세월호가 비극적으로 침몰한 이후 8년 동안 전례 없은 여러 조사위원회들이 조사를 하여 원인을 밝혔다. 밝혀진 원인은 한 가지 뿐이다. 다수 국민들은 그 원인을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당시의 대통령 박근혜 씨가 잘못하여 사고가 난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이른바 '촛불혁명'과 함께 문재인 씨가 대통령좌에 오른 것도 세월호 덕분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최초의 세월호 침몰 사고 원인 조사와 발표는 대한민국 검찰이 했다. 2014년 10월에 시작된 검찰의 조사는 “조타수의 조타미숙으로 인한 대각도 변침으로 배가 좌현으로 기울며 제대로 고박되지 않은 화물이 좌측으로 쏠려 복원성을 잃고 침몰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운항 사고 곧 교통사고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검찰의 조사결과를 불신했다. 원성이 높아지자 새로운 조사위원회들이 거듭 만들어졌고 정밀 조사를 했다. 2015년에 출범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2017년 꾸려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2018년 출범한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2기), 2019년에 출범한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조사를 반복했다.
이 조사위원회들은 모두 세월호 침몰의 원인에 대한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검찰이 내린 결론과 동일했다. “급격한 대각도 변침으로 배가 좌현으로 기울며 제대로 고박되지 않은 화물이 좌측으로 쏠려 잃은 선체의 복원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조사위원회들은 세월호가 변침을 일으킨 간접적 원인 또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려고 했다. 짐수함에 부딪혔거나, 정부가 노후 선박 사용기간을 연장해 준 탓이라는 결론을 얻고자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내내 진행된 여러 조사위원회들도 미리 설정한 사고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간접적 원인 또는 근본적 원인이라는 것을 찾아내지 못했다. 조사위원회들은 잠수함 충돌이나 정부가 노후 선박 사용 기간을 연장시켜 준 탓이라는 답을 얻어내지 못한 것을 이를 '기술적인 한계' 때문이라고 했다. MBC 뉴스튜데이는 "끝내 못 밝힌 세월호 침몰 원인, 명확한 결론 못내 송구"라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여러 가지 조사위원회 보고 결과가 동일함에도 국민의 불만이 식지 않자 정부는 "세월호 사건 사회적 참사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문호성)라는 것을 다시 구성했다. 세월호 사회적참사조사위원회는 국고 570억 원 예산이 투입하여 3년 6개월 동안 침몰 원인을 다시 조사했다.
"세월호 사건 사회적 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2022년 6월에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잠수함 충돌 같은 외력설에 무게를 싣고 조사해왔으나 이를 배타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고 했다. 노후 선박 사용기간을 연장해 준 정부를 탓을 할 근거도 찾지 못했ㅏ다. 그러면서 '송구하다'고 했다.
문재인 씨의 영향 아래서 진행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결론은 어쩡쩡하다. 2022년 6월 10일, "외력의 가능성"도 있다고 하면서도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잠수함 충돌과 같은 외부 충돌 가능성도 있다고 하면서 그것이 아닌 원인을 배제할 수 없다면 이를 집중 조사했지만 그것을 최종 결론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잠수함 충돌로 침몰했을 '외력의 가능성'이라는 문구를 담아 '내부 요인에 따른 침몰'로만 해석될 가능성 곧 기술미숙으로 인한 '내인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무려 8년 동안 거액의 국고를 소비하면서 여러 조사위원회들이 내린 결론은 단 한 가지 뿐이다. “조타수의 조타 미숙으로 인한 대각도 변침으로 배가 좌현으로 기울며 제대로 고박되지 않은 화물이 좌측으로 쏠려 복원성을 잃고 침몰하게 됐다." 다시 말하자면, 세월호 사건은 단순 선박 운항 사고 곧 교통사고였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침몰이 정부가 사용 기간을 연장해 준 탓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탓이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에 해양운송사업을 한답시고 선박연련(선령) 규제를 완화해 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준다는 이명박의 정책에 따라 국토해양부가 시행규칙을 바꿔 20년이었던 선량 제한을 30년까지 늘렸다. 세월호 침몰은 이 시행규칙을 바꾸어 선령 제한을 늘인 탓이라는 것이다. 외국에서 수명을 다한 중고 선박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왔고, 그 중 한 척이 세월호였다고 한다.
선령규제 완화 행정이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인가? 세월호는 사용기간이 오랜 낡은 배였던 탓으로 침몰했는가? 선박이 노후한 탓으로 바닷물이 새어 들어왔기 때문인가? 지난 8년 동안 국비로 진행된 여러 개의 조사위원회 중 어느 조사위원회도 그 점을 원인으로 밝히거나 지적한 바 없다. 그와 비슷한 결론을 얻지도 못했다. 선령 규제완화 행정이 옳다는 말이 아니다. 조사위원회들은 정부의 선령 규제 완화 정책을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인 또는 간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된 바 없다.
선령이 오래되었다고 마냥 침몰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건조하여 진수 배라고 하여 침몰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1912년에 북대서양에서 침몰한 타이타닉호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선박은 진수한 지 3년 밖에 되지 않았다. 1909년에 건조를 시작하여 1911년에 진수했고, 1914년 4월 14일에 운항 중 침몰했다. 탑승자 2224명 가운데 사망자는 1514명이었다. 사고의 원인은 출항 당시 쌍안경 보관함의 열쇠가 인계되지 않아서 배 안에 있는 쌍안경을 꺼낼 수 없었고, 그래서 닥아 오는 빙산 덩어리를 미리 관측할 수 없어서 일어난 대형 선박 사고였다.
쌍안경이 없는 상태에서 차가운 공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려웠고 칠흑같은 밤에 파도도 없어서 빙산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여러 악조건이 겹쳤더, 탐조등조차 설치하지 않은 탓으로 빙하를 조기 발견하지 못했다. 출항알 오전부터 빙산이 돌아다닌다는 위험한 소식이 선박 사이의 무선통신으로 경고하고 있었다. 타이타닉 호는 4월 14일애 6통의 경고를 통신으로 받았다. 그러나 타이타닉 호의 통신사 2명은 승객들의 통신 발신 업무에 쫓기고 있었다. 이 계절의 북대서양의 항해에는 자주 있는 일이라고 여겨서 경고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겼다.
인근에 있던 화물선 캘리포니안 호가 위험하다는 무전을 보내자 타이타닉 호 통신사 필립스는 "닥쳐요! 지금 그쪽이 통신을 방해하고 있다고요!"라고 역정을 냈다고 한다. 통신사의 불친절함 때문에 1,500여명이 사망한 참사가 일어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통신장비를 갖춘 선박의 통신사는 24시간 근무를 하도록 되어있었지만 캘리포니아호 통신사 에반스가 혼자서 24시간 근무를 한 탓으로 고된 근무로 피곤해서 잠을 자고 있었던 탓으로 지속적으로 위험경고를 보내지 못했다고 한다.
세월호 침몰은 타이타닉호 침몰과 마찬가지로 단순 운항사고였다. 국가가 세월호 침몰에 대하여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은 여러 면에서 호소력이 떨어진다. 여러 차례의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부합하지 않는다.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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