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진술거부권 제도의 취약성
고위 공직자 또는 경력자의 묵비권 곧 진술거부권을 주지 않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 고위 공무원에게도 뇌물 수수혐의 등의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는 과정에 행사하도록 하는 진술거부권을 불허하는 법 제도화가 필요해 보인다. 이 법은 국가의 귀중한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게 한다. 범죄 여부를 가리는 일을 제도적으로 방해한다. 진실 규명을 지연시키고, 국민의 알 권리를 방해한다. 신속한 조사와 공정한 재판의 발목을 잡는다.
고위 공직은 부패 위험도가 높은 직책이다. 국가와 사회의 책임적인 지위를 가진 자이다. 묵비권, 진술거부권이 주어지지 않아도 국가 고위 공직을 청렴하게 수행할 의사를 가진 자들이 많을 것이다.
전 법무부 장관 조국 씨는 변호사를 대동한 검찰에서 진술을 거부했다. 언론사 기자들을 불러 종일 자기를 변호하고 정당화 하던 조국 씨가 검찰 조사에서 진술거부권, 묵비권을 행사한 것은 이 제도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조국 씨는 장관취임 전 종일 자기를 정당화했다. 진실을 말했고 또 결백하다면 무엇이 두려워서 국가(검사)의 신문에 묵비권을 행사하여 나라의 에너지를 소진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연장시키며, 처벌 시기를 늦추려 하는가?
형사절차에서 보편적인 권리로 인정하고 있는 진술거부권은 16-17세기 영국에서 청교도 계통의 힘없는 기독인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출발했다. 박해받는 종교적 소수자와 약자 보호를 할 목적으로 출발했다. 청교도들이 전개한 고등종무관재판소 등에서 행해진 직권선서반대운동에서 본격화 되었다. 중세시대에 통용되던 ‘구매구속 원칙(Nemo tenetur)’에서 출발했다는 설도 있다. 묵비권은 이처럼 종교적 약자의 인권보호 목적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교회재판은 지금도 묵비권, 진술거부권을 허용하지 않는다. 조사가가 신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 불리하면 입을 닫고, 자신에게 이로운 말은 입이 마르도록 쏟아낸다. 조국 씨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지적 역량이 모자라 자기에게 부당한 진술을 할 사람도 아니다. 그는 인권의 특별한 보호 대상자가 아니다. ‘서울대학교 형법학 교수’이며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고위공직자였다.약자보호를 위한 제도를 고위공직 전력자가 자기의 죄를 감추려는 목적으로 이용한 것은 진술거부권 제도의 한계를 보여준다.
성경은 증언이나 진술거부자를 처벌하라고 한다. 당사자만이 아니라 진술을 거부하는 목격자도 처벌하라고 한다. “어떤 사람이 죄를 짓고 맹세의 소리를 들으며, 그가 보았거나 아는 일에 대해 증인이면서도 그것을 진술하지 아니하면, 그때는 그가 자기 죄악을 담당할 것이라”(레 5:1).
조국 씨의 가장 큰 혐의는 공직자 윤리에 어긋난 뇌물성 이득을 취한 일이다. 사실여부가 조만간 밝혀질 것이라 기대된다. 성경은 “너는 뇌물을 받지 말라. 이는 뇌물은 현명한 자의 눈을 어둡게 하고 의로운 자의 말들을 왜곡시킴이라”(출 23:8)고 한다. 뇌물을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에게 더 주목한다.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우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뇌물을 주는 사람은 받는 사람보다 더 절박한 처지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뇌물 주는 것은 상대가 죄를 짓도록 설득한 일이므로 죄 값을 치르는 것이 당연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가성 뇌물은 받지 않았어도 ‘경제공동체’라는 이유로 탄핵이라는 어마어마한 처벌을 받았다. 조국과 조국의 아내 그리고 자녀들은 ‘경제공동체’이다.조국은 절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보다 더 많은 발언과 자기정당화의 기회를 가졌던 사람이다. 자본주의적 기회를 과도히 이용한 사회주의자 조국의 혐의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 정의로운 사회구현의 열망을 가진 국민들의 알 권리를 만족시켜 주기 바란다. 대통령 문재인 씨와의 경제공동체성 여부도 명확히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